'인셉션' vs '아바타', 21세기에 꾸는 호접몽

김관명 기자  |  2010.07.25 14:41
왼쪽부터 \'인셉션\' \'아바타\' 왼쪽부터 '인셉션' '아바타'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자신을 발견했다. 꿈에서 깨어난 장자는 헷갈렸다. 꿈속의 나비가 진짜 나인가, 아니면 나비 꿈을 꾼 인간이 진짜 나인가.


호접몽이 21세기 스크린에 잇따라 되살아났다. 내가 보는 세상이 진짜인지 탐구했던 '매트릭스'와 '아일랜드'의 여파일까. 지난해 말 개봉해 올해 국내 박스오피스 역사를 갈아치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그리고 지난 21일 개봉해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 그것이다.

이들 영화 모두 인식론에 대한 진지한 탐구로 읽힌다. 물론 인식론의 대상은 세상과 자기 자신이다.


우선 '아바타'. 잘 알려진 대로 영화속 주인공 제이크(샘 워싱턴)가 '링크'라는 장치를 통해 외계행성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족이 되는 게 영화의 핵심이다. 그러면서 제이크는 장자 비슷한 고민을 한다. (마침 토착민 이름도 '나비'족이다) "나비족 꿈을 꾸는 내가 진짜인가, 나비족이 진짜 나인가."

'인셉션'은 상대방의 꿈속에 들어가 무의식을 조정할 수 있는 근 미래 이야기. 여러 명이 동시접속 가능한 '기계장치'를 통해 한 특정인의 꿈에 동시에 침입, 정보를 빼내오거나 심는다는 것이 이 2시간22분짜리 영화의 요체다. 아주 단순하게 영화 주인공 콥(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떨어진 지상명령은 이것이다. "꿈속에서 그 인간을 조정하라."


그러나 '인셉션'은 여기에 '꿈속의 꿈', '림보', '킥'이라는 개념을 덧씌워 관객의 머리를 조금은 아프게 한다. 꿈 속에서 또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이건 경험한 분들도 많으시리라. 그리고 지나치게 꿈에 깊숙이 몰입하면, 꿈에서 죽을지라도 그 여파가 현실에도 미치는 '림보' 상태에 빠진다는 것. 꿈을 꾸는 사람이 중력이나 자유낙하 환경에 처하면 꿈에서도 영향을 받아 꿈에서 깨어날 수 있다는 것.

'인셉션'은 그러면서 '매트릭스'의 네오(키아누 리브스)나 '아바타'의 제이크가 했던 고민을 반복한다. 특히 콥과 그의 죽은 아내 맬(마리온 코틸라르)은 이 고민이 너무 심각했다. 그건 다름 아닌 "꿈 속의 우리가 진짜인가, 꿈을 깬 현실 속의 우리가 진짜인가." 더욱이 이 고민은 꿈 속 환경이 너무나 진짜처럼 리얼한 까닭에(이게 이 영화의 최대 볼거리다) 더욱 심도가 높다.

나나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자아 인식론)은 결국 나나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고민(세계 인식론)과 자웅동체다. '매트릭스'를 떠올려보시라. 현실의 네오는 이상한 인큐베이터에 갇혀있지만, 인공지능이 창조해낸 매트릭스 세계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토마스 앤더슨으로 살아간다.

과연 네오가 진짜인가, 토마스 앤더슨이 진짜인가. 네오의 세계가 진짜인가, 앤더슨의 세계가 진짜인가. 이 '진짜'를 구분하는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건 '아일랜드'도 마찬가지다. 진짜 인간 링컨(이완 맥그리거)과 그의 복제인간 링컨6-에코(이완 맥그리거 1인2역). 과연 누가 진짜인가. 복제인간 링컨6-에코가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 그가 만지고 겪었던 세상은 그러면 진짜인가, 가짜인가.

'아바타'의 제이크도 이런 고민에서 흔들렸던 건 마찬가지. 현실의 제이크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병사이지만, 나비족 아바타가 된 제이크는 키도 훨씬 크고 힘도 센 상태에서 뜀박질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다. 나비족이 된 상태, 그리고 환경친화적으로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그 세계가 제이크에겐 더 그리웠던 것 아닐까.

'인셉션'의 맬은 이런 고민 때문에 림보의 단계로까지 치달았다. 사랑하는 남편 콥과 50년이나 살아간 그 꿈의 세계가 너무 현실 같아서, 그 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던 맬. 이런 맬을 현실로 되돌리게 하기 위해 꿈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림보 상태에서 '인셉션'을 시도했다가 뼛속까지 후회와 참회에 빠진 콥. 두 사람의 처참한 비극은 이 호접몽에 대한 고민을 너무 심하게 한 탓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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