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팀의 사이먼디(오른쪽)과 이센스 ⓒ유동일 기자 eddie@
떠오르는 힙합 듀오, 슈프림팀이야말로 '뜨거운 형제들'이란 수식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슈프림팀의 사이먼 디(Simon D, 본명 정기석, 26)와 이센스(E Sens, 강민호, 23)는 인디신을 주름잡다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온 뼛속까지 힙합맨. 다이나믹 듀오가 자신들의 뒤를 이을 기대주로 이들을 대놓고 지목하며 힙합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게 지난해인데, 이제는 각종 가요 프로그램과 예능을 누비며 시청자들의 시선까지 사로잡고 있다.
특히 사이먼디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뜨거운 형제들'에 출연하며 능청맞은 힙합맨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그런 형의 모습에 100%의 응원을 보내는 이센스 또한 좋아하는 사람 많아질까봐 팬들이 예능진출을 경계할 만큼 알아주는 실력파 랩퍼다.
뜨거운 힙합맨, 사이먼디와 이센스를 만났다. 능청스런 사이먼디의 눈빛, 수줍은 듯 진지함과 장난기를 오가는 이센스의 표정, 그리고 두 사람의 걸쭉한 사투리 억양을 있는 그대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쌈디' 사이먼 도미닉, 이센스 두 사람 다 닉네임이 독특하다. 사람들이 해외파인줄 안다.
▶사이먼디 : 부산 출신이다. 비행기는 BMK누나 공연으로 제주도 가느라 한 번 타봤고, 여권은… 없다.
▶이센스 : 저는 경북 경산시가 고향이다. 옥산동 산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 중국 가봤다. 그때 해외로 가는 수학여행이 유행이어서.
▶사이먼디 : 부럽다.
-해외파란 오해가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특히 사이먼디는.
▶사이먼디 : 말투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땐 지금보다 더 이국적으로 생겼었다. 유태인이냐는 소리부터, 동남아, 아랍계…. 주로 중동 쪽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수염 기르고 머리 깎았을 땐 더더욱.
▶이센스 : 저는 형 봤을 때 혼혈인 줄 알았다. 흔한 외모 아니라는 걸 새삼스레 알겠다. 저는 토종 한국인으로서, 뭐, 자연스럽다.
▶둘 다 : 유 노, 잇즈 라이크… 저희 할 줄 아는 영어 이게 다다.
-슈프림팀이란 이름을 처음 들을 때부터 딱 드는 느낌이 '그것 참 맹랑하다'는 거였다. 이름이 '슈프림'이라니.
▶사이먼디 : '우리가 최고야' 이렇게 지은 이름은 아니었다. 거의 3분, 5분만에 지었다. 이센스가 이야기하기에 '괜찮은데, 멋있는데' 하고 바로 지었다.
▶이센스 : 어감 좋지 않나? 단순하고 액티브해 보이고. 그런데 어려워들 하신다. 특히 어르신들은 처음에 제대로 알아들으신 분이 없었다.
슈프림팀의 사이먼디 ⓒ유동일 기자 eddie@
-작명 센스가 남다르다. 사이먼 도미닉은 '데몰리션맨' 영화 주인공 사이먼에다 세례명을 더한 거고, 이센스는 에세이에서 따왔다고 하던데.
▶사이먼디 : 지금보다 이전 이름이 더 부끄러워서 바꿀 생각은 없다. 정기석이라고 MC KS라는 이름도 써봤고, 그땐 실제로 KS마크를 썼다. K 아우터도 있었고, 프리카라고도 있고. 그러다가 서울에서 뮤지션 앨범에 처음 피쳐링을 하게 됐는데 도저히 그 이름을 그냥 쓸 수 없어서 고민해 지은 게 사이먼 도미닉이었다.
▶이센스 : 랩퍼들은 닉네임이 있어야 하니까. 대회에 본명 강민호로 나갈 수가 없어서 만든 거였다. 에세이(Essay)의 첫 글자에 센시티브(Sensitive)를 합친 건데, 발음이나 어감이 만든 다음 날부터 계속 어색하다. 지금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좀 있다. 정말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고, 특히 쌈디가 '뜨거운 형제들'에 나오면서 제대로 제도권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은 어떤가.
▶사이먼디 : TV에 노출이 많이 되고, 또 라디오에 나오니까 많은 사람이 듣고 느낄 수 있지 않나. 그게 제일 좋다. 나쁜 점은 좀 개인적인 건데 바빠져서 피곤하다보니 몸이 힘들다.
▶이센스 : 저도 비슷하다. 매체에서 저희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으니까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고 하는 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사실 주변에 방송일 하시는 분들을 보면 저보다 잠 못자고 일하시는 분들이 많다. 다만 음악을 하다 보면 한 곡을 3일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만들기도 하지 않나. 자다 깨면 다시 붙들고 하면서 만드는데, 그런 데서 음악하는 데 쫓기는 느낌이 나기도 한다. 그걸 감내하는 대신에 많이 공개되고 하는 거니까. 균형을 맞추는 게 좋은 것 같다.
-'뜨거운 형제들' 첫 방송부터 사이먼디의 예능감이 대단했다.
▶사이먼디 : 방송할 때 정신을 놓고 하니까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아직은 본능적으로 한달까.
-그럼 본능적인 예능감? 스스로 검열하게 되는 부분은 없나?
▶사이먼디 : 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니까. 검열되는 게 있다면 욕을 해선 안되니까 방송에 맞는 표현을 찾아보자 하는 정도다. 방송을 모니터링 해보면 제가 검열 안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 모습 그대로 나갔더라. 피곤하면 피곤한 대로 있고. 불량하다, 건방지다 이런 반응도 많았다. 참고한다기보다 다 확인을 하는데도, 방송을 가면 또 생각이 안 난다. 본능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초짜니까, 많이 하다보면 또 여유가 생기겠지. 지금은 여유라는 게 없다. 기회가 오면 받아치려고 여러가지를 하는데, 여유가 없고 의욕이 넘치다보니 통제가 안 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입을 모아 '주눅이 안 든다. 당당하다'고 하더라.
▶사이먼디 : '세바퀴'도 나갔더니 '딴 사람은 기가 죽어서 나가는데 넌 그대로네' 그러시더라. 저도 무서울까봐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는 별 거 없더라. 다 좋으신 분이고 잘해주시던데. 물론 떨리는 것도 있다. 떨리는 게 30 정도면, 안 떨리는 게 70 정도.
-입심이 원래 좋나?
▶사이먼디 : 입담이 좋다기보다는 한 방이 있는 것 같다. 제 머리에서 걸러지지 않은 게 툭툭 튀어나오는 때가 있다. 그렇게 툭툭 하는 게 얻어 걸리는 거다.
슈프림팀의 이센스 ⓒ유동일 기자 eddie@
-이센스는 왜 예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지 않는 건가.
▶이센스 : 형이 하는 걸 보면 좋은 것도 같다.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즐거운 모습을 보이니까 즐거운 사람으로 봐주는 것 같아서. 그런데 제가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이 안 든다. 음악 이외의 모습을 보이는 데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뜨형' 보면서 '와 재밌겠다' 하긴 하는데, 그때 마음뿐이고. 사실 힘든 일이지 않나. 저는 거기까지 신경 쓰고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심지어 프로그램에 피해도 줄 것 같고.
-혹시 사이먼디가 군기를 잡나?
▶이센스 : 그런 거 없다.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편이다. 형 동생 존대하는 정도? 어렸을 적부터 7∼8년은 봐 와서 그런 게 전혀 없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