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팀의 사이먼디(오른쪽)와 이센스 ⓒ유동일 기자 eddie@
-서로를 평가해달라. 일단, 이센스는 어떤 사람인가? 또 어떤 랩퍼인가.
▶사이먼디 : 이센스는 정말 섬세한 친구다. 생각이 깊고, 동생인데도 배울 게 많다. 제가 잡아내지 못하는 순간이나 감정을 잘 풀어낸다. 그런 게 가사에서도 드러나고. 그걸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깨닫게 해 준다.
랩퍼로서, 한국에서 독보적인 랩퍼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고. 스타일 면에서는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장점만 얘기할 필요는 없는데.
▶사이먼디 : 여기까지 하겠다.
-이센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겠다. 사이먼디는 어떤 사람이고 또 어떤 랩퍼인가.
▶이센스 : 말을 잘 안 해서 그렇지 오래 함께하다보면 그러는 데 다 이유가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또 좋은 사람이다. 저보고 섬세하다고 하는데, 제가 좀 투덜거리고 짜증내고 성격이 극과 극을 오갈 때 있다. 그래도 형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가 중화가 된다. 형으로서 참 좋다. 저같은 성격을 싫어할 수도 있는데, 보듬어주는 느낌이 있다.
쓸 데 없이 질질 끌지도 않는다. 저는 골머리 싸맬 때 형은 기지개를 켜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쿨하다고 해야되나. 그땐 어떻게 이러나 했는데 따져보면 벌써 다 결정난 거고 고민해도 달라질 게 없는 일이고 그랬다.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음악을 좋아하고 굉장히 즐긴다. 분석하고 따지는 게 아니라 듣고 자연스럽게 느낀다. 그래서 더 편하다.
-무대를 보면 아주 노련하고 당당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센스 : 워낙 공연을 많이 했으니까. 어떤 공연은 관객이 대화를 나눌 만 한 거리에 딱 있다. 손을 마주 잡을 수 있을 정도다. 공연진이 14명인데 관객이 3명이라 미안해서 못 나가고 보던 공연도 있었다.
▶사이먼디 : 클럽 공연 다니다보면 별의 별 일이 다 있다. 한번은 안동에서 공연을 하는데 공연장에 40∼50명이 있더라. 할 만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다 비표를 갖고 있기에 뭔가 있더니, 관객은 10명, 나머지는 다 스태프더라.
슈프림팀의 사이먼디(왼쪽)와 이센스 ⓒ유동일 기자 eddie@
-그래도 공중파 무대는 좀 다르지 않나?
▶이센스 : 무대가 자연스럽다. 안 맞는 게 있다면 틀이 짜여진 무대가 있다는 것 정도? 어차피 섰던 무대에 카메라가 더해진 거다. 카메라 불 들어오는 거 보는 법을 많이 연습했다. 지금은 잘 보인다.
▶사이먼디 : 지금 '땡땡땡'은 제일 신나게 하고 있다. 안무도 없고. 저희가 즐거워 하니까 이제야 '저게 슈프림팀이지~'하는 분들도 있고 반응이 괜찮다.
▶이센스 : '슈퍼매직' 할 땐 자유분방해 보였을지 몰라도 몸이 불편했다. '땡땡땡'은 특별히 '맘대로 놀면 안될까요?' 해서 안무도 거의 없고 동선만 맞추는 정도로 했다.
-혹시 공중파 무대에 막 나오는 걸 아쉬워하는 분들은 없나. 나만 알던 보석이 대중화가 됐다고.
▶사이먼디 : 눈에는 안 보이지만 그럴 수도 있을 거다. 팬분들 글 쓰신 거 보면 '나만 알고 있었는데' 하던 게 있더라. '쌈디는 예능 나가니까 어쩔 수 없고, 이센스라도 보호하고 싶다', '이센스야 너는 안된다' 이건 반응도 있고.
▶이센스 : 관심 갖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좀 의아하기도 하다. 예전에 부활의 김태원 선배가 TV에 나오시는데 상상도 못할 만큼 재밌으시니까 나는 참 좋더라. 타블로나 다른 힙합하는 사람들이 예능 나왔을 때 '제발 잘됐으면' 하고 응원하기도 했고. 음악을 듣고 생각하던 게 예능을 보고 깨지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형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니까 괜찮은 것 같다. 요새는 음악 하는 사람이 가볍다고 그렇게 나쁘게 보지 않으니까.
슈프림팀의 사이먼디(오른쪽)와 이센스 ⓒ유동일 기자 eddie@
-집에서는 반응이 어떤가? 여기까지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텐데.
▶사이먼디 : 아무래도 중학교 때부터 시끄럽게 했으니까. 꿈도 아닌데 왜 그걸 잡고 있나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대학교 다니며 토익 학원도 다니고 했는데, 이 음악을 그냥 취미로 하기엔 너무 안타까웠다. 어렸을 적 시작했는데, 직장인 힙합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고. 집에는 거짓말하고 나와서 서울 와서 살았다.
집에서는 '니 인생 니가 알아서 해봐' 이런 반응이었다. 그간 부모님께 인정받을 기회가 없었고, 사실 기회를 드리지도 않았다. 그땐 어린 마음에서나마 '엄마가 공연 안 왔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있었다. TV 나오니까 집에서는 완전 좋아해 주신다. 특히나 이젠 고정이라서 매주 TV에서 본다고 더 좋아하시더라.
▶이센스 :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거였으니까. 음악 하겠다고 마음을 먹기 전에, 좋아만 할 때는 그냥 밖에 안 나가고 음악만 듣고 그랬다. 나는 공부도 하기 싫고, 꿈도 없고, 엄마는 애가 왜 컴퓨터 앞에만 있나 그러셨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이 내 인생 책임질 수 있는 일이 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더 '올인'을 했고, 집에서는 막지 않으셨지만 걱정을 했다. 지금도 서울에 와 있고 TV 나오는 것 말고는 생활이 비슷한데, 집에서는 좋아하신다. 아들이 서울 가서 뭐하는지 몰랐는데 TV 나오니까. '네가 헛물만 켠 게 아니구나' 하신다.
-그래도 방송에 적응하는 시기고, 음악에 대해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고민거리가 생길 텐데.
▶사이먼디 :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간 조절이 잘 안되니까 피곤하고 짜증이 나면 음악을 잘 안 듣게 되지 않나.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고, 또 삶의 균형도 잘 맞춰야겠다 싶다. 처음이라 통제를 못 하고 있는데, 잘 맞춘다면 음악 하는 데도 피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센스 : 우리의 목표는 음악이다. 어쨌든 우선순위를 음악에 둬야 하는 거다. 그걸로 인생 시작했는데, 어쨌든 음악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