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인셉션',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몇가지②

임창수 기자  |  2010.07.27 12:02
ⓒ영화 \'이끼\'와 \'인셉션\'의 스틸 ⓒ영화 '이끼'와 '인셉션'의 스틸


여름 극장가 관객 동원을 주도하고 있는 '이끼'와 '인셉션'. 두 영화는 공히 치밀하고 탄탄한 설정과 내용으로 관객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원작과의 비교와 결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이끼'와 '인셉션'. 놓치기 쉬운 포인트를 짚어봤다.


◆'이끼'…그들은 왜 변했는가

영화 '이끼' 속의 인물들은 원작에서와는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됐다. 영화 속 갈등의 중심에 서있는 천용덕(정재영 분) 이장은 과자를 우물거리며 온라인 고스톱을 즐기고, 박민욱 검사의 냉대에 "언제 연애하자 카드나"라고 내뱉으며 영화 '이끼'만의 매력을 잘 드러내 준다.


그가 유목형에게 반항하는 마을 주민들을 응징하는 모습 또한 원작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장면. 그는 유목형에 대한 묘한 동경과 질투심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닌 신이 될라 캤나? 난 인간이 될라 캤다!"는 명대사 또한 승리감과 조롱의 정서가 강했던 원작과는 달리 안타까움과 실망의 느낌을 드러내며 천용덕을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진화시켰다.

다른 인물들의 모습도 변했다. 원작에서 밀도 있게 그려졌던 주인공 유해국(박해일 분)의 분석 벽과 집요한 성격은 상당부분 덜어내졌으며, 주변 인물들의 색깔은 보다 또렷해졌다. 전석만(김상호 분)은 원작의 '니 아버지는 이 마을에서 뭐였을 거 같냐'는 대사에서 더 나아가 '니 아버지가 가해자란 생각은 안 해봤냐?'는 대사로 유해국을 혼란에 빠뜨린다.


특히 영지(유선 분) 캐릭터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힘을 받으며 대중영화의 묘미를 살린 결말로 권력과 인간이라는 화두를 슬며시 던져놓는다. 바뀐 결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그야말로 관객과 감독사이의 지적 투쟁.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불붙는 논의는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인셉션'…꿈을 여행하는 관객을 위한 안내서

'인셉션'은 특유의 꿈속 세계를 규정하는 치밀한 몇 가지 규칙을 가지고 있다. '킥', '토템', '림보' 등의 설정을 통해 영화는 꿈에 대한 '그럴듯한 거짓말'을 훌륭히 완성해냈으며, 이에 대한 이해는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 '킥'

킥은 드림머신을 통한 꿈에서 깨어나는 방법을 이르는 말이다. 물을 끼얹거나 의자를 밀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줌으로써 꿈에서 깨게 하는 것이다.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일행은 음악을 통해 킥의 시점을 예고하고 이에 맞춰 작전을 수행한다.

○. '토템'

토템은 지금 주인공들이 있는 세계가 현실인지 꿈인지 판단하기 위한 작고 묵직한 도구다. 돔 코브의 토템은 작은 팽이이고 아서(조셉 고든 레빗 분)의 경우는 작은 주사위다. 설계자로 인셉션 팀에 합류한 애리어드니(엘렌 페이지 분)도 직접 금속을 깎아 폰(체스말의 종류)을 만들어 토템으로 삼는다.

○. '림보'

림보는 꿈속 심연의 세계로 무의식의 영역이다. 보통 꿈속에서 죽게 되면 꿈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그치지만 강력한 진정제를 맞은 상태로 꿈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경우 림보에 갇히게 된다. 림보는 무한한 무의식의 영역이기 때문에 현실과 림보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 잠자는 코브의 시간은 더 빨리 간다

'인셉션'의 또 하나의 중요한 설정 중 하나는 꿈 속 시간이 현실보다 20배 빠르게 흐른다는 것이다. 이는 꿈을 꾸는 동안 뇌 활동이 20배가량 활성화되기 때문. 현실(레벨1) 속 10초는 꿈속(레벨2)에서는 3분, 꿈속의 꿈(레벨3)에서는 1시간, 또 그 꿈속 꿈(레벨4)에서는 20시간으로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돔 코브 일행은 이점을 이용, 피셔(킬리언 머피 분)의 비행시간인 10시간 동안 단숨에 레벨4까지 침입해 들어간다. 꿈속(레벨1)에서 밴이 다리 아래로 추락하는 장면이 슬로우로 처리되는 것은 그 때문. 주인공들은 각 꿈의 단계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꿈의 작전 '인셉션'을 성공시키려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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