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중. NSS에서 일하고 있는 이병헌 <사진=KBS>
대작 첩보드라마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있다. 바로 비밀국가기관.
통상 영어 약자로 지칭되는 이 기관들은 극의 중심에서 '사악한 무리'들과 맞서 싸우거나 때로는 그 '사악한 무리'가 되기도 한다. 'CSI' 등 주로 인기 미국드라마에 등장하던 이들 '기관'들이 국내 안방극장에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히트 친 드라마 중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방송한 KBS 2TV '아이리스'가 대표적. 대작 첩보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이 드라마는 NSS라는 국가 비밀조직이 등장, 눈길을 끌었다.
극중 이병헌과 김태희, 정준호가 소속되어 있었던 NSS는 국가안전국, 'National Security Service'의 약자로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광범위한 국가 안전 업무를 수행했다.
지난 5월 종영한 MBC 주말극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도 극중 최강타(송일국 분)를 쫓는 황우현(김민종 분)의 소속이 CIS(Central Intelligence Service, 국가정보국)였다.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SBS '아테나:전쟁의 여신'에도 이 같은 영어약자 비밀기관이 등장한다. '아이리스'의 스핀오프(spin off, 외전)시리즈답게 명칭도 NSS에서 하나만 바뀐 NTS(National anti-Terror Service, 국가위기방지기관)다.
국정원 산하의 범국가적 위기방지 기관인 NTS는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을 타깃으로 한 모든 테러들과 국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NSS와는 별도로 신설된 기관으로 설정되어 있다.
'미드'를 모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들 영문약자 국가기관들은 그럼 왜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일까.
드라마 내적으로는 현실감을 높이고, 외적으로는 수출에 대비한 것이란 게 '아이리스', '아테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실제 우리나라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약자가 NIS(National Intelligence Service)라며, '아이리스'나 '아테나'나 극중 국가정보원의 하부 비밀 조직이라는 설정 때문에 국가정보원의 NIS를 따라 NSS나 NTS라는 이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해외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기 때문에 '국가정보원'이라고 실제처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 CIA, 영국 SIS, 구 소련 KGB처럼 이름을 지어 외국시청자들이 극중 조직이 정보기관이라는 것을 쉽게 인식하고 또 부르기 편한 영문약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