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형'이 가상현실 버라이어티가 되기까지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10.08.09 14:43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뜨거운 형제들'이 연일 화제다. 지난 8일 방송분은 8%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재석의 '러닝맨'을 누르는 데 성공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콘셉트로 승부수를 던진 '뜨거운 형제들'의 성과는 작아도 의미있어 보인다.


'뜨거운 형제들'(이하 '뜨형')이라는 제목만으로는 당최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이 불가사의한 코너는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자들의 형제애 쌓아가기"를 그리겠다는 모호한 기획의도로 야심찬 포문을 열었다.

지난 3월 당시는 '일밤'이 4%대 시청률을 넘나들며 허덕이던 시기. 탁재훈 박명수 김구라라는 예능계 대표 이기적 독설가 3인방에 버라이어티 신인이나 다름없는 한상진 박휘순 노유민 사이먼디 이기광을 더한 인적구성도 사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노유민은 후에 하차했다.


첫회 이들이 뜬금없이 한강을 건널 때만 해도 "일단 해보자'는 의욕 외에 별다른 차별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진 '아바타 소개팅'은 '뜨형'의 가능성을 알렸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뭐든 해야 하는 '왕게임'과 1300만 관객을 모으며 히트한 영화 '아바타'에서 착안한 짝짓기 상황극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했다.

'미국춤' 추는 꽃미남 아이돌 이기광의 입을 빌린 김구라의 독설, 괴로워하며 박명수의 호통을 따라하고야 마는 착한남자 한상진의 모습에 시청자는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당시 아바타 소개팅이 '뜨형'의 주력 코너가 될 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파업으로 첫 방송 후 무려 2달 가까이를 쉬면서 제작진은 이미 녹화를 마친 '아바타 소개팅'과 상황극에서 가상현실이라는 키워드를 찾았다. 가상현실은 이후 '뜨형'을 관통하는 테마가 됐고, '아바타 소개팅'은 '뜨형'의 대표상품이 됐다.

출연자들의 실제 캐릭터를 예능 프로그램의 틀 안에서 되도록 실감나게 표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방송사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맹위를 떨치는 요즘, '뜨형'이 들고나온 '가상현실'이라는 테마는 그 자체로 참신하다. 더욱이 '아바타'란 가상현실을 통해 그대로 살아나는 호통 3인방의 캐릭터, 수줍은 동생들의 면면, 능글능글한 사이먼디의 본모습은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와 절묘하게 공명했다. 탁재훈 박명수 김구라의 큰형님 3인방은 막무가내 아바타 조종에서 빛을 발했다.

'뜨거운 형제'의 가상 실험은 아바타 소개팅에 머물지 않았다.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아바타들은 '조련'을 핑계 삼아 식당으로 은행으로 나가 시민들과 만났고, 형제들은 가상의 극한 상황극에 몸을 던졌으며, 지난 8일에는 경기도 일산 세트장에 허구의 해운대 '허운대'를 차려두고 시민들을 초대하기에 이르렀다. 다음 주엔 아바타 주식회사를 설립해 이 짜릿한 가상 체험의 기회를 다른 이들에게도 선사한다 하니 그 가상의 예능 실험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두고 볼 일이다.


연출자 오윤환 PD는 "프로그램도 하나의 유기체라고 생각한다. '뜨거운 형제들' 또한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화했다"며 "다만 처음부터 변함없었던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와는 다른 것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아바타 주식회사를 통해서는 우리끼리 노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꿈을 실현해주는 일을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고전하던 '일밤'이 수많은 코너를 만들었다 폐지하는 고뇌 끝에 내놓은 '뜨형'의 신선한 반란. '뜨형'은 'X맨'의 흔적이, '패밀리가 떴다'의 냄새가, '무한도전'의 기운이 남아있는 '러닝맨'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비튼 가상현실 버라이어티가 원조 리얼 버라이어티를 정조준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긴장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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