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타계한 한국 패션계의 거성 앙드레 김은 생전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시해왔다.
젊은 시절 배우를 꿈꾸기도 했던 그는 1953년작 '비 오는 날의 오후 세시'에 당대 최고 스타인 최무룡,이민,김지미 등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는 '비 오는 날의 오후 세시'에 프랑스 종군기자 역을 맡았다.
앙드레 김은 자신의 얼굴이 스크린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 결국 꿈을 접고 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와 영화의 인연은 끊이지 않았다.
앙드레 김은 자신의 패션계로 이끈 게 오드리 햅번 주연의 '더 퍼니 페이스'를 봤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 '파리의 연인'이란 제목으로 개봉한 이 영화에서 오드리 햅번은 사진작가의 제안을 받고 총 45벌의 지방시 의상을 입고 파리의 명소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그는 그 때부터 디자인을 위해 영화를 봤다고 할 만큼 영화광으로 이름을 떨쳤다.
1962년 소공동에 '살롱 앙드레'를 열고 남자 디자이너 1호로 세간의 화제를 얻었을 때도 배우와의 끈은 그대로 이어졌다. 당시 시대의 얼굴로 불렸던 엄앵란이 연예인 중 첫 번째 고객으로 '살롱 앙드레'를 즐겨 찾았다.
앙드레 김은 '미스 코뿔소 미스터 코란도' '회장님 우리 회장님' '1724 기방난동사건' 등에 의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신인 시절부터 패션쇼를 뮤지컬이나 오페라처럼 구성하고 싶어 했던 그는 연기력이 풍부한 배우들을 선호해왔다.
60년대부터 최근까지 최은희 윤정희 황신혜 김희선 배용준 장동건 등 여러 톱스타들이 그의 무대에 섰다. 이승엽 박세리 안정환 등 스포츠스타들도 앙드레 김 패션쇼에 모델로 등장했다. 남녀 모델이 무대 위에서 얼굴을 맞대는 독특한 연출 방식은 앙드레 김 패션쇼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특유의 영어 발음으로 희화화됐고, 옷로비 청문회에서 굴욕을 당하는 일도 있었지만 앙드레 김이 한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는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 공연 등을 두루 찾으며 평생 대중문화계와 인연을 유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