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vs '악마', 2色 핏빛복수 '이게 다르다'

임창수 기자  |  2010.08.13 09:02
ⓒ영화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의 포스터 ⓒ영화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의 포스터


지난 12일, '악마를 보았다'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했다. '악마를 보았다'는 김지운 감독과 이병헌, 최민식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 한 주 앞서 개봉한 원빈의 감성멜로 액션극 '아저씨'와의 대결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두 영화는 핏빛 복수극이라는 점에서는 닮았으나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응원이 마땅한 '아저씨' vs 기력을 빨아 가버리는 '악마'

'아저씨'는 원빈의 눈부신 외모와 화려한 액션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겁나 잘생긴 옆집 아저씨의 여정을 홀린 듯 쫓다보면 어느 샌가 원빈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에 매료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다소 잔혹한 영화 속 장면들의 부담은 원빈이라는 배우의 존재로 경감되며, 비현실적인 그의 외모는 영화를 쾌감 넘치는 액션 판타지로 만든다. 아무리 목을 따고 몸속에 칼을 박아 넣어도, 영화 속 아저씨는 응원해야 마땅한 존재다. 어쨌거나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통쾌한 복수극이란 얘기다.

반면 '악마를 보았다'속 수현(이병헌 분)의 복수극은 선뜻 응원하기가 쉽지 않다. 짐승을 잡기 위해 정말 짐승이 되어버리는 남자의 이야기는 흡사 정말 악마를 보고 있는 것처럼 머리에 피가 몰리는 느낌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호연은 이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이다. 이병헌, 최민식의 광기어린 대결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동시에 감정의 소진을 촉발한다. 영화의 사소한 허점들은 두 배우의 서슬 퍼런 눈빛에 가려 눈에 띌 새가 없다. 영화는 2시간여의 시간동안 관객들의 마음을 잡아 움켜쥔 채 제 마음껏 질주한다.

◆하는 짓이 정도를 넘은 범죄조직 vs 하는 생각조차 알 수 없는 사이코패스

영화 속 악인들의 모습에서도 차이점이 발견된다. '아저씨'의 악인들은 실로 단순한 캐릭터들이다. 그들은 적어도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다. 그것이 돈이건, 마약을 빼돌린 소미 엄마(김효서 분)에 대한 응징이건 간에 말이다.


물론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들이 이용하는 수단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지점이 있다. '개미굴' 아이들을 이용해 마약 제조 및 유통한다거나 살아있는 사람을 가지고 통나무 장사(장기밀매)를 하는 것 등이 그렇다. 태식(원빈 분)과의 대결을 기다리던 람로완(타나용 분)처럼 낭만적인 구석이 있는 캐릭터도 있다.

하지만 '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최민식 분)과 살인마 동료들은 어떤가. 그는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복잡한 캐릭터다. 그는 태연히 거듭해서 살인을 저지른다.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없다. 순서대로 자르면 그걸로 끝이다. 이미 '예상대로다', '예상을 뛰어 넘는다'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상대는 애초에 예상이 불가능한 사이코패스다.

영화가 구축해놓은 세상도 정말 악마를 볼법한 지옥의 풍경이다. 틈만 나면 벌어지는 살인에 기력을 빼앗기다가 강간을 당하면서 좋아하는 여자 살인마 세정(김인서 분)을 마주하면 '말도 안 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럼에도 '이건 다 픽션인데 뭘' 하고 웃어넘길 수 없는 것은 전적으로 배우들의 힘이다.

◆액션 스타로 변신한 원빈 vs 업그레이드된 이병헌, 최민식

주연배우들의 행보에도 차이점이 있다. '아저씨'의 원빈은 성공리에 액션 스타로의 변신을 마쳤다. '태극기 휘날리며', '마더' 등에서 모성애를 자극하는 유약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는 상대가 휘두르는 칼쯤은 지갑으로 가볍게 낚아채고 17:1로 싸워도 절대 지지 않는 특수요원 출신의 아저씨가 됐다.

반면 이병헌과 최민식은 과거 맡았던 역할들과 어느 정도 비슷한 인물들을 연기한다. 약혼자를 잃고 복수를 감행하는 국정원 요원 수현은 승희(김태희 분)가 죽은 줄 알고 백산(김영철 분)을 향한 복수를 감행하는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의 현준(이병헌 분)을 빼다 박은 모습이다. 최민식 역시 짧은 시간이지만 '친절한 금자씨'에서 유아살해범 백 선생으로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두 배우는 모두 업그레이드된 연기력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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