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터네이너, 아나테이너처럼 몰락안하려면?②

김겨울 기자  |  2010.08.17 13:35
SBS \'기적의 승부사\',MBC \'지피지기\', KBS2TV \'승승장구\', KBS2TV\'박중훈쇼\'<좌측 위부터 시계방향> SBS '기적의 승부사',MBC '지피지기', KBS2TV '승승장구', KBS2TV'박중훈쇼'<좌측 위부터 시계방향>


2000년 중반, 강수정 노현정 오상진 아나운서를 중심으로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 붐이 조성됐다.

당시 강수정은 KBS2TV '해피선데이-여걸실스'를 통해 여자 아나운서 출신으로는 보기 드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노현정은 지난 2006년 8월 갑작스런 결혼 발표 전까지 KBS2TV '스타 골든벨', '상상플러스', 'TV는 사랑을 싣고'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남자 아나운서로는 김성주, 오상진 MBC 아나운서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하지만 아나테이너들의 활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백승주 서현진 이지애 박지윤 문지애 최동석 이선영 전현무 전미선 김주희 등 다수의 아나운서들이 '포스트 강수정' 또는 '제 2의 노현정'이 되길 원했지만, 대부분 시청자들의 시선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처럼 연예가의 반짝 이슬로 사라진 아나테이너 열풍. 최근 떠오르는 액터테이너(액터+엔터테이너)가 아나테이너의 전철을 밟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액터테이너가 살아남을 비법은 무엇일까.


우선 뼛속부터 예능으로 무장된 개그맨이나 무대 위의 화려한 쇼에 익숙한 가수들을 따라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즉,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차별화 된 무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

그렇기 위해서는 첫 선택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유리하다. 예능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 집단 토크쇼나 몸 개그를 필요로 한 곳에서 활약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예능 경력이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 아나운서들이 화려한 외모만 믿고 SBS '일요일이 좋다-기적의 승부사'나 순발력과 사생활 토크가 필요한 MBC '지피지기'에 출연해 참패를 당했던 것을 거울 삼아야할 것이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는 다르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멋진 모습만 보여주던 이들이 '홀딱 깨는' 모습을 리얼 카메라를 통해서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에서 호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이천희나 박예진, KBS2TV '천하무적 야구단'의 오지호, KBS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이정진 등이 그렇다. 매번 보는 연예인들 속에서 이들의 존재는 우스꽝스런 몸 개그가 딱히 없더라도 그 자체가 빛이 나는 것. 이정진의 별명인 '비덩(비주얼 덩어리)'가 그 적절한 예다.


이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한 사람에 한 대씩 배치된 카메라로 인한 고른 방송 분량을 채울 수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이들에게 포커스를 두고 이들의 평소 습관이나 행동을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레 캐릭터를 만드는 것. 그러다보면 '엉성'천희, 예진 아씨, '허당'지호 등의 캐릭터가 입혀지면서 특별한 오버 없이도 존재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토크쇼도 마찬가지다. 과거 KBS2TV '박중훈쇼'에서 박중훈이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지 않는 톱스타들의 인맥을 적극 활용해 화제를 모았지만, 시대착오적인 토크쇼라는 혹평만 듣고 퇴장했다.

'박중훈쇼'의 폐단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시청자들의 평가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 컸다. 이미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강호동식 토크쇼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게 톱스타 장동건을 게스트로 "잘 생겼다. 겸손하다"는 칭찬뿐인 토크쇼에 흥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것.

박중훈이 배우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독한 질문을 하기 힘들다는 고백을 이해는 하지만, 프로그램이 개인 소유는 아닐 터, 좀 더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이 방송 관계자들의 시각이었다.

지난 2월 시작된 KBS2TV '승승장구'는 이 같은 '박중훈쇼'의 폐단을 적절하게 보완했다는 평가다. '승승장구'는 100% 메인 MC인 김승우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 김승우를 도와줬던 보조MC들이 다수 출연했으며, '우리 지금 만나', '몰래 온 손님' 등 간간히 코너들을 마련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킬 뿐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를 끌어낸다.

또 김승우가 배우로서 쌓아온 신뢰성 있는 이미지도 '승승장구'의 기반을 넓히는 데 큰 몫을 했다. 김승우는 배우 출신 게스트들에게 배우로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배우 게스트들에게 연기력 논란이나 인기 등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인간적인 답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그 덕에 '승승장구'는 아이돌 가수부터 중견 배우 김해숙 고두심 백일섭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게스트들을 수용하고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액터테이너가 예능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예능인들과 다른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라인 형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예능 트렌드가 사생활 토크 식 리얼 버라이어티임을 감안하면 출연자들끼리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두 말이 필요 없다.

올해 초 폐지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한 배우가 공동 MC를 맡았다고 서러웠던 경험을 했노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다들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자기들 끼리 아는 이야기할 때 힘들더라. 같이 이야기해도 따로 노는 것 같아 힘들었다."

강호동과 유재석, 윤종신, 이경규 등이 스무 살 가까이 차이나는 아이돌이나 후배들과도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을 배워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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