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스트립쇼, 안야하다고? 뭘 기대했는데?

김겨울 기자  |  2010.08.18 18:16


배우 문근영이 비키니를 입고 야시시한 스트립쇼를 췄다. 하지만 관객들은 야하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온 것일까.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도 좀처럼 속살을 내비쳐 주지 않았던 문근영이 맨 앞 줄 관객과 불과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옷을 벗고 엉덩이를 흔든다. 몇 분 남 짓되는 장면이지만 문근영의 스트립 댄스를 볼 수 있기에 많은 관객들은 연극 '클로져'를 찾았다. 매진됐다.

하지만 문근영의 스트립쇼는 기대를 벗어났다. 문근영의 스트립쇼는 야하거나 외설적이라기보다 어쩐지 측은하고 가엽다.


이 장면은 사랑하는 남자 댄이 떠나간 후 꽁꽁 마음이 얼어붙은 스트립 댄서 앨리스가 클럽에서 일에 열중하는 장면이다. 이를 감상하는 래리는 댄과 외도한 여자 안나의 전 남편이다.

앨리스를 맡은 문근영은 안나를 잃고 비통함에 빠져 괴로워하는 래리 앞에서 묵묵히 스트립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마치 로봇처럼.


이 연극에서 앨리스는 과거의 상처와 밑바닥 현실에도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어린 여자다. 그래서 앨리스의 행동에는 여자라는 느낌보다는 '소녀다움'이 더 크다. 앨리스가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를 벌리고,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고 해서 너저분하고 천박해보이지 않는다.

망가진 여자란 느낌보다는 오히려 순수함이 부각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특히 안나의 사진 전시회에 걸려 있는 앨리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큰 눈망울을 가진 앨리스가 연약하고도 연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외도도 모른 척하고 옆에 계속 있고 싶어 하는 앨리스, 그리고 기다리는 앨리스, 사랑하는 남자와 외도한 여자를 찾아가 화를 내는 앨리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감행하는 그 모습에서 문근영은 자신의 나이에 맞는 앨리스를 표현하고 있다.

분명 나탈리 포트먼이 연기한 앨리스의 몽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똑같은 앨리스는 지루하지 않을까. 문근영은 아직 씻어낼 수 없는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간직한 채 극을 이끈다. 사랑에 솔직한 너무도 착한 연애를 하는 앨리스, 그리고 사랑에 상처받은 후 묻는다.

"착하게 살면 좋아요?"



더러운 장소에서도 맑고 투명하게 빛을 내는 앨리스, 그게 문근영의 앨리스다. 문근영의 말처럼 "'앨리스 하면 문근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뤄지지 않을 순 있다. 그래도 "문근영의 앨리스가 보고 싶다"로 기억될 순 있을 것 같다. 그거면 연극 첫 데뷔 치고는 절반의 성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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