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그러니깐 설경구스러운 게 뭐냐고"(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0.08.25 15:52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만감이 교차합니다."

설경구에 축하한다고 했더니 돌아온 답이다. '해결사' 개봉이 9월9일로 다가온데다 얼마 전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얻었으니 축하할 만한 일들이 많지 않은가.


그래도 그는 손을 휘적휘적 내저으며 이걸로 끝이란 눈치였다. 심드렁한 표정은 여전했지만 '내 맘 알지'란 장난기 가득 담긴 눈빛이기도 했다. 철이 없는 것 같다는 그의 말마따나 설경구는 늘 설경구스러웠다.

'해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설경구는 '해결사'에서 한 때 잘나갔던 전직형사이자 흥신소 해결사로 이름을 날리는 역할을 맡았다. 어느 날 누명을 쓰게 되고 딸까지 납치되자 범인에게 받은 만큼 돌려준다. 설경구스럽다.


설경구표 영화는 없지만 설경구가 하면 딱 맞을 영화는 있다. '해결사'는 그런 영화다. '강철중'이 '용서는 없다' 상황에 부딪혀 깨고 부수며 쉴 틈 없이 달려간다. 뒤통수를 맞아도 쓰려지지 않고 끝장을 본다.

"'용서는 없다'는 생각도 안했어. 거칠게 가면 강철중과 부딪히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 하지만 감독이 그렇게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고. 그냥 유쾌 상쾌 통쾌하게 가자더라고요."


간간히 '요'자는 붙이면서 시원하게 말했다. 김밥을 집어먹다 담배 한대 입에 물고 말을 이었다. 설경구는 "달라져야 한다고 빨간색 후드티를 입으라고 하더라구. 아, 적응이 안됐지 처음엔"이라다가 "내 옷이다 생각하면 내 옷이지. 결국 그렇게 됐어요"라고 했다.

설경구는 "처음에는 신인감독이라 선입견이 있었는데 아주 영리하고 현장을 잘 이끌더라구"라면서 "208신에 3000컷이 넘었으니 고생은 장난 아니게 했죠"라고 말했다. '이끼'가 80신이니 3개월 동안 3배가 넘는 신을 찍었다는 소리다. 3000컷이라면 수없이 잘게 찍었다는 뜻이고.

"감정이 잘 안올라와서 그냥 나는 감정 연기를 할테니 알아서 찍어달라고 했지. 그러다보니 0.2초 짜리를 찍으려고 하루종일 똑같은 연기를 반복하고 또 했죠." 몽둥이를 휘두르는 팔에도 카메라를 붙였고, 목 뒤에도 카메라를 달고 뛸 때가 있었으니 그야말로 하루종일 뛰고 휘두르고 정신없이 부딪혔다는 것이다.

"내꺼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어요."

원톱 주인공은 보통 이런 소리 잘 안한다. 전체를 아우르고 이끌고 챙겨야 했다는 모범답안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설경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안해 봤는데. 그러고보니 그렇네"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데뷔작 '박하사탕'부터 '공공의 적' '역도산' 등 원톱 영화를 줄줄이 찍었던 사람이다.

"에이. 배우는 내 갈 길을 가면 되는 건데, 뭐. 그들도 그들의 길을 가고, 그러면서 함께 가고. 거기에 감독이 개입하고 스태프가 도와주고. 때론 상대를 보여주도록 노력하고."

설경구는 "기싸움은 옛날말인 것 같아요. 상대를 보여주도록 노력하면 그게 오히려 나를 보여주는 길인데"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별로 도와준 건 없구나"라고 덧붙였다. 함께 했던 이정진 등 동료들을 어떻게 돋보이도록 도와줬냐고 막 물을 참이었다.

대신 이정진은 '해결사'에 몇몇 아이디어를 내서 영화에 새로움을 더했다던데 어땠냐고 물었다. "난 아이디어가 없다니깐"이라며 "시나리오에 있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할 뿐입니다"고 바로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정진이 낸 아이디어가 캐릭터를 살리고 영화를 돋보였다고 은근히 칭찬했다. 함께 한 송새벽 같은 경우 "정말 진지한 친구인데 그래서 웃긴다"라면서 "좀 더 깊은 역을 맡게 되면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고 했다. 안 그런 척하면서도 동료 칭찬은 잘 한다.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최근작에서 계속 아버지 역할을 하지만 아버지 냄새는 안난다고 꼬집었다. "전 기자님만 그런 질문하더라구요"라던 설경구는 "내가 생각해도 좀 그렇긴 해요"라며 씩 웃었다.

"철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철이 들고 어른이 된다는 게 '척'을 하게 되는 것 같거든. 설교도 하고 점잖은 척도 하고 그런 거. 그런데 난 '척'을 하는 게 못 견디게 싫어요. 그러다보니 이렇게 살고 있고."

다만 '용서는 없다'를 해서 그런지 영화에서 아이가 힘든 일을 당하는 것은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용서는 없다'를 해서 그런지, 득남을 해서 그런지라고 묻자 "그러니깐 전 기자님만 그런 질문 한다니깐요"라고 받았다.

그가 선보이는 캐릭터에 설경구스러움이 묻어있고, 그 속에 천진하고 능청스러움이 녹아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더 편하게 연기할 수도 있으련만 감정이 안 잡힌다고 수십 번씩 되풀이하는 것, 그런 고지식함도 설경구스럽다.

사람들은 간혹 설경구에게 설경구스런 영화만 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영화마다 느껴지는 설경구의 강렬함은 잔향이 오래 남기 때문이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설경구는 "그러니깐 설경구스런 게 뭐냐고 되물었다니깐"이라며 "강렬한 몇 작품이 오래 기억이 남는 것 같긴 하지만 나도 잘 모르겠는데 말이지"라고 툴툴 거렸다. 설경구는 "한 작품씩 할수록 그런 느낌이 더 진해질 수는 있겠죠. 아무래도 같은 사람이 하니깐"이라면서도 "알파치노 형님, 아 그런 분들에게 어떻게 감히 비교를 합니까"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경구는 신발 신고 사진 찍어야 한다니깐 그제야 양말을 찾기 시작했다. "애들아, 가신단다"라면서 악수를 청하던 그는 "부인(송윤아)께 안부 전해달라"는 말은 결국 못들은 척 했다. 설경구는 설경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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