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해결사', '무적자', '시라노; 연애조작단', '그랑프리'의 포스터
2010년 추석. 햇곡식과 과일뿐 아니라 극장가에 새 영화들도 넘실댄다. 오는 9월 한 달 동안 개봉하는 영화는 총 32편. 이 중 13편이 한국영화다.
관객들로서는 한껏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 한편으로는 추석시즌에 너무 많은 영화가 몰려 제 살 깎아먹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과연 한국영화는 추석 대목을 맞이해 경쟁과 공멸 가운데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올해 추석에는 최고 흥행배우 설경구의 액션극 '해결사'와 송승헌, 주진모, 김강우, 조한선이 포진한 '영웅본색' 리메이크 작 '무적자'를 비롯해 김태희와 양동근이 호흡을 맞춘 '그랑프리', 엄태웅, 최다니엘, 이민정 등 브라운관 스타들의 '시라노; 연애조작단', 장진표 코미디 '퀴즈왕' 등 굵직한 영화들이 대거 개봉, 격돌한다.
덕분에 NEW('해결사'), CJ엔터테인먼트('무적자'), 싸이더스FNH('그랑프리'), 롯데엔터테인먼트('시라노; 연애조작단'), 시네마서비스('퀴즈왕') 등 배급사들 또한 추석 극장 흥행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불량남녀('사랑은 빚을 타고')'의 쇼박스가 빠지긴 했지만 국내 내로라하는 메이저와 중견 배급사들이 총 출동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 영화들은 9월 9일 개봉하는 '해결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9월 16일에 개봉, 정면승부를 벌여 귀추가 주목된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효과를 누릴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4~5편의 영화가 각각 100만 명가량씩 관객을 나눠먹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퀴즈왕',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탈주', '옥희의 영화'의 포스터
한국영화와 맞붙을 외화들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애쉬튼 커쳐의 '킬러스'와 3D로 돌아오는 '레지던트 이블4', 인기 TV시리즈를 영화화한 '노다메 칸타빌레 Vol.1' 등이 포진한 가운데 소녀시대가 더빙을 맡은 애니메이션 '슈퍼배드'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마루 밑 아리에티'가 추석 극장가 가족 관객 동원을 노리고 있다. 30일에는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도 개봉한다.
칸 영화제에 초대된 데 이어 PiFan, CinDi 등 국내 영화제 상을 휩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과 토론토 영화제에 초대된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 등 비교적 작은 규모로 개봉하는 영화들의 틈새시장 공략이 성공할 지도 관심거리다. 이송희일 감독의 '탈주'를 비롯해 '노르웨이의 숲', '엄지아빠', '땅의 여자' 등이 오는 9월 관객들을 찾는다.
그야말로 군웅할거를 방불케 하는 추석 극장가. 한국 영화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다양한 영화로 차려놓은 잔치상은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는 촉매가 될까. 아니면 공멸의 계기가 될까. 여기에는 무엇보다 새로운 관객의 유인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메이저 배급사 관계자는 "연휴 기간이 최고 9일에 달하는 올해 추석 극장가 상황은 2006년과 비슷하다"며 "하지만 시장의 성장이나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2006년 추석 연휴 동안 동원한 450만 명보다 더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다양한 영화들이 포진한 만큼, 있는 파이를 갈라먹는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관객의 유입을 이끄는 건전한 경쟁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경쟁작이 많아 8월 말부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