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소유진 "'아저씨'처럼 오늘만 산다"(인터뷰)

임창수 기자  |  2010.08.27 09:59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소유진이 영화로 돌아왔다.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과 '여우와 솜사탕'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귀엽고 발랄한 모습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송희일 감독의 영화 '탈주'는 그녀의 스크린 컴백작. 그간 '아임 오케이', '황금시대-시트콤' 등 단편영화에는 얼굴을 비췄으나 장편영화로는 2002년 '2424'이후 꼭 8년 만이다.


사실 이송희일 감독과 소유진의 만남은 쉽게 연상이 되지 않는 조합이다.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은 독립영화계의 스타감독. 반면 소유진은 잠시간 활동이 뜸하긴 했어도 이름 석 자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중적인 배우 아닌가.

소유진 역시 이송희일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아든 순간을 "너무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평소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았으나 기회가 없었던 차에 이송희일 감독의 제안이 감사한 한편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무엇보다 이송희일 감독의 한 마디가 출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왜 제게 이 영화를 제안하셨는지 물어보려고 감독님을 찾아갔었어요. 밝고 통통 튀는 이미지 속에 분명 외로움이 있을 거라면서 그걸 자기가 끌어내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막 믿음이 생기는 거에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그렇게 '탈주'에 참여하게 된 그녀는 감독, 배우, 스태프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로 군대와 탈영이라는 소재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여성으로서는 다소 낯선 부분들이라 접근하는데 어려움도 느꼈지만 영화 속 줄거리나 사건보다도 특히 극중 인물 소영에게 큰 매력을 느꼈다고.


"소영이는 원래부터 현실에 갑갑함을 느끼고 일탈을 꿈꾸고 있던 캐릭터에요. 커트 머리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사장 때문에 가발을 쓰고 일하지만, 일이 끝나면 짜증스레 그 가발을 벗어버리죠. 강재훈 일병(이영훈 분)의 탈영은 계기가 된 것뿐이지 사실은 언제고 떠날 마음과 준비가 되어있는 인물인 거죠."

이 같은 소영의 일탈을 향한 열망과 내재된 에너지는 영화를 촬영 당시 그녀의 상황과 맞물려 그녀를 극중 역할에 더욱 더 몰입토록 했다. 기존의 발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이시한 매력의 소영을 연기하면서 그녀 역시 '탈주'를 시도한 기분이라고.

"2008년에 제가 딱 소영이와 같은 상황이었어요. 과도기였달까요. 항상 발랄하고 씩씩한 역할만 해서 다른 모습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나도 뭔가 다른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때의 저랑 소영의 캐릭터가 겹쳐져서 같이 일탈을 시도한 느낌이에요."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81년생인 소유진은 올해로 서른이 됐다. 여배우로서 서른이라는 나이는 그녀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영화, 드라마, 연극, 라디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중인 그녀의 서른은 다가오는 30대에 대한 감사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오히려 30대가 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렸던 스물아홉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막상 서른이 되고 보니 많은 것들이 편해지더라구요. 제 30대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도 되구요. 영화 '아저씨'에 '나는 오늘만 산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제가 요즘 그래요. 너무 감사하게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어요. 똑같이 바쁘긴 하지만 예전과 다른 건 지금은 생각이 좀 더 많아졌다는 거에요.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힘들어도 봤고 일을 잠깐 쉰 적도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그녀는 2003년 종영한 MBC 드라마 '좋은 사람' 이후 휴식기를 가지며 진로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영화 '탈주'외에도 MBC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 연극 '애자'에 출연중인데다 KBS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소유진입니다'의 DJ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몸은 바쁘지만 제 스스로가 너무 재미있어요. 영화에서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탈영병과 도주하다가 드라마에는 귀티 나는 부잣집 딸로 출연하잖아요. 연극 무대에 서면 부산 사투리를 막 쓰고 라디오 진행도 해보구요. 배우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인생을 살아볼 수 있겠어요."

소유진이 생각하는 본인의 20대 대표작은 무얼까. 그간 주로 캔디형 캐릭터를 맡아온 그녀는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SBS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를 꼽았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백치미 넘치는 캐릭터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물론 20대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여우와 솜사탕' 같은 작품이 되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라는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가요. 저한테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고 촬영하면서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조기종영이 되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는 많이 남는 것 같아요. 그런 캐릭터도 꼭 한 번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

유독 스타들의 결혼 소식이 많은 요즘,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소유진은 "완전 부럽다"며 부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녀는 "연애는커녕 문자하는 사이도 없다"더니 "지금은 연애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일할 타이밍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배우의 숙명이랄 수 있는 무성한 루머와 소문에도 "결국 더 많이 소통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없애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담담히 답해온 소유진. 서른살 그녀는 본연의 솔직하고 당당한 매력에 전에 없던 여유를 더해 다가오는 30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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