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기자 tjdrbs23@
이윤지가 연극에 도전한다.
광기어린 여성 천재 과학자의 모습을 담은 연극 '프루프'에서 이윤지는 주인공 캐서린 역을 맡았다. 문근영, 엄기준, 조동혁, 김정화 등 스타들이 거쳐간 '무대가 좋다' 시리즈의 3번째 작품. 그간 명랑하고도 단아한 캐릭터로 안방극장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이윤지의 각오는 특히 남달랐다.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트원시어터에서 열린 '프루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윤지는 "이 작품이 연기의 전화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연기의 전환점이요?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대가 좋다'를 통한 선배들의 연극 도전이 연극 출연을 결심하는 데 자극이 됐나?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예전부터 꼭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방송 일을 하다보면 쉽지 않았다. 스케줄 조절도 해야 하고. 그런데 회사에서(이윤지의 소속사 나무액터스는 '연극이 좋다'의 공동 제작사 중 하나다) 선뜻 손을 내밀어 주는데 잡지 않을 수 있겠나. 덥석 잡았다. 학교에서 연극 작업을 할 때마다 늘 내가 놓쳤던 것을 알게 되곤 했다. 당시 사극을 하던 때라 왁스로 '떡진' 쪽머리로 대학로 지하 연습실을 들어가면 어느 때보다 힘이 나곤 했다. 부지런한 사람도 아닌데 요즘엔 한시간, 한시간 반 일찍 대학로에 온다. 발걸음이 그리 된다. 저는 행복하고 매니저는 피곤하고 그렇다.
-모범적인 이미지인데 예민하고 광기있는 캐릭터가 부담되지는 않나?
▶제 이미지가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라고 생각한다. 눈이 동글동글하고 발랄한 아이에게 기대하는 모습에 늘 부응하며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그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그런데 이 캐서린의 경우엔 제가 그런 모습 다음으로 계속 미뤄왔던 다른 모습, 응축된 몇 년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이 작품은 그런 다룬 모습을 더이상 미룰 수 없게 한다. 연습실에서 내가 어떤 모습을 꺼내도 우리 팀이 다 받아줄 것 같다. 마치 굉장한 에어백이 생긴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아야지 했던 부분을 여과없이 하고 싶다. 캐서린에게는 미안하지만 좀 업혀가겠다는 마음으로 캐서린과 놀고 있다.
-먼저 무대에 올랐던 사람을 보면 어떻던가?
▶바로 이 극장에서 문근영이 하는 '클로져'('무대가 좋다' 시리즈 2번째 연극)을 보는데, 내 공연도 아닌데 마음이 떨리더라. 두시간 내내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원래 근영이에게 '안녕' 하면서 말을 편하게 하는데 저도 모르게 근영이에게 고개를 숙이며 '잘 봤습니다' 그랬다. 공연을 보내 왠지 그렇게 되더라. 무언의 응원과 무언의 격려가 서로 느껴진다.
-더블 캐스팅된 강혜정에게 경쟁심은 없나?
▶같은 글씨를 보고 어떻게 저렇게 다를 수 있나 할 정도로 다르다. 드라마나 영화는 더블이 없지 않나. 언니를 볼 때면 저도 모르게 즐기게 된다. 언니는 확실히 응축된 에너지가 있구나 싶다. 반면에 저는 마치 한거풀 벗겨진 살갗이 닿는 듯한 예민한 느낌에 집중하고 있다. 한말씀 드리자면 (강혜정, 이윤지의) 공연 두 타임을 모두 보시는 게 재미있을 거다. 완전히 다른 연극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