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극장·안방, 인생담은 韓美퀴즈쇼 2편 격돌

임창수 기자  |  2010.09.20 08:17
ⓒ영화 \'퀴즈왕\'과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포스터 ⓒ영화 '퀴즈왕'과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포스터


올 추석,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나란히 퀴즈쇼가 열려 눈길을 끈다. 지난 16일 장진 감독의 '퀴즈왕'이 개봉한 데 이어 오는 23일 밤에는 KBS 1TV에서 추석특집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방송되는 것.


두 영화는 공히 엄청난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 도전하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외계생명체도 아닌, 유전자 변이 괴물은 더더욱 아닌 퀴즈와의 대결을 그린 이들 영화. 그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봤다.

◆이야기는 답에서 출발한다


영화 '퀴즈왕'의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133억 원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 마지막 문제의 답을 알게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해결사, 경찰, 여고생부터 노름꾼에 철가방 폭주족까지. 4중 추돌 사고로 경찰서에 모이게 된 이들은 사고로 죽은 여인의 소지품에서 한번도 정답자가 나온 적 없는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를 발견한다. 영화는 대박의 꿈을 안은 채 '퀴즈왕' 생방송 현장에서 다시 만난 이들의 여정을 그린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역시 마찬가지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채 차 심부름이나 하고 있는 빈민가 청년 자말(데브 파텔 분)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에 도달하고, 영화는 그런 자말이 풀어낸 문제들의 답들을 시작점으로 그의 삶의 장면 장면을 건져올린다.


공히 문제의 답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지만, 두 영화의 전개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퀴즈왕'이 다양한 인간군상이 벌이는 소동을 통해 웃음을 전하는 것과는 달리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자말의 기구한 삶을 그린 모노드라마다. '퀴즈왕'이 퀴즈쇼 참가자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퀴즈쇼 진행자, 심지어 교통사고로 죽은 문제출제자까지 모두를 주인공으로 비추는데 반해,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철저히 자말 한 명의 삶을 그린다.

◆문제의 답이 곧 내 인생이다

문제와 답을 통해서 등장인물들의 인생과 사랑을 그려낸다는 점에서도 두 영화는 닮아있다. '퀴즈왕'의 주인공들은 생방송 퀴즈쇼를 통해 말 하지 못했던 그들만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노름꾼은 남편을 뒷바라지하느라 늙어버린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고, 철가방은 냉담한 사회의 시선에 당당히 맞선다. 마지막 문제의 정답 또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자말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종교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친구가 불량배들에 의해 실명한 채 구걸을 다니는 등 기막힌 그의 인생여정은 그를 6억 원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의 최종진출자로 만든다. 퀴즈쇼의 문제들이 그의 인생을 투영한다 할 만큼, 문제의 답들은 모두 그의 인생의 어떤 지점들을 가리킨다.

두 영화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제와 답을 통해 인물들의 인생을 그려나간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자말이 답을 알게 된 계기를 쫓는 과정을 통해 그의 인생 여정을 충실히 그려낸다면, '퀴즈왕'의 인물들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말한다. 참가자에게도 출제자에게도, '퀴즈왕'은 답을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기회가 된다.

◆돈 잃고 기분 좋을 놈은 없다

거액의 상금을 내 건 주최 측(?)의 태도도 비슷하다. '퀴즈왕'의 제작진은 음모를 감춘 채 "저런 게 어떻게 예심을 통과했지?" "이게 지금 '인간시대'야 뭐야?"라며 참가자들을 비웃고,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퀴즈쇼 진행자 프렘(아닐 카푸르 분)은 오답을 유도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말을 아예 경찰서에 넘겨버린다.

이들은 모두 참가자들에 대해 '네깟 놈들이 정당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을 리 없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퀴즈왕'의 진행자는 프로그램과 관련한 거대한 음모의 한 축을 맡고 있고,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프렘 또한 하층민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퀴즈왕'과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여정은 곧 퀴즈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루저들의 반란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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