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익 프로듀서, 이승무 감독, 배리 오스븐 제작자, 배우 장동건(사진 왼쪽부터)이 9일 오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 컨벤션 홀서 열린 영화 '워리어스웨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홍봉진 기자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 2011년 한국영화 라인업에 대거 공개됐다. 뿐만 아니라 중견 감독들의 신작 프로젝트도 속속 공개돼 내년 한국영화 향방을 가늠케 했다.
7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3대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2011년 라인업을 공개했다. CJ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메이저 배급사들은 최근 몇년간 라인업 발표를 주저해왔다.
그만큼 한국영화 산업이 위축된 데다 투자할 여력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저마다 경쟁작으로 라인업을 발표하며 세를 과시했다. 한국영화 산업이 바닥을 찍고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약진. 그동안 3대 메이저 중 하나이면서도 투자에는 소극적이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처음으로 롯데의 밤 행사를 부산영화제 기간 동안 열고 2011년 영화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부산 서면에 위치한 롯데호텔에서 약 5억원 규모로 이번 행사를 진행할 만큼 이번 행사에 공을 들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날 행사로 쇼박스를 제치고 CJ엔터테인먼트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는 인상을 줬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밝힌 라인업은 2010년 하반기 '심야의 FM'과 '쩨쩨한 로맨스' '심장의 뛴다' '만추' 등을 비롯해 2011년 '사랑이 무서워' '평양성' '아이들' '체포왕' '서부전선 이상없다' '마마' '위험한 상견례'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파파' 등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번에 밝힌 라인업 외에도 '권법' 등 100억원 상당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한국여화 뿐 아니라 외화도 9편에 투자,배급할 계획이다.
현빈 탕웨이 주연의 '만추'와 공효진 주연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이번 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 영화제 초반 가장 화제를 모아 특히 기대를 모은다.
배우 원빈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 피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영화 '아저씨' 야외무대인사에 참석해 부산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쑥스러운 듯 웃고 있다. 홍봉진 기자
독점 논란을 일으킬 만큼 정통의 명가로 자리 잡은 CJ엔터테인먼트의 라인업도 만만찮았다. 오히려 CJ엔터테인먼트는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 라인업을 대거 발표, 확실한 강자임을 인식시켰다.
CJ엔터테인먼트는 9일 열린 CJ의 밤에서 '부당거래' '김종욱 찾기' '라스트 갓파더' 등 2010년 하반기 라인업과 2011년 라인업을 일제히 발표했다. 2011년 라인업에는 '글러브'를 비롯해 '푸른 소금' '써니' '화이트' '칠광구' '퀵' '인생은 아름다워' '마이웨이' 등이 포함됐다.
이중 '칠광구'는 100원 가량이 투입돼 3D로 제작되는 영화이며, '마이웨이'는 강제규 감독이 준비한 할리우드 프로젝트로 300억원 가까운 금액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다. CJ엔터테인먼트는 SKT와 협상 끝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을 합의, 이날 라인업에 포함시켰다는 후문이다.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 또한 '디 워'에 이은 할리우드 개봉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CJ는 '트랜스포머3'와 '쿵푸팬더2' 등 전략적 제휴를 맺은 파라마운트의 막강한 라인업도 소개해 내년 가장 강력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배우 손예진, 김윤진, 박중훈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 피프빌리지에서 열린 '굿 다운로더 캠페인' 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진행을 맡은 개그맨 황현희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홍봉진 기자
한동안 부침을 겪었던 쇼박스도 2011년 라인업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쇼박스는 10일 열린 쇼박스의 밤에서 1년여 동안 찍고 있는 '황해'를 비롯해 '불량남녀' '조선 명탐정' '적과의 동침' '고지전' '모비딕' '의뢰인' '미스터고' 등을 공개했다. 이중 1년 여 동안 찍고 있는 나홍진 감독의 '황해'는 여러모로 기대작 중 하나다. 또 '의형제'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고지전'과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이 연출하는 '미스터고'는 내년 쇼박스가 가장 자신있게 내놓을 영화들이다.
비단 이번 영화제에는 3대 배급사 외에도 유명 감독들의 프로젝트도 속속 공개됐다.
부산프로모션플랜(PPP) 지원작 27편 중 '전우치'의 최동훈, '쌍화점'의 유하, '여배우들'의 이재용 감독 등 유명 감독들의 차기작이 두루 포함된 것.
먼저 2008년 '전우치'를 PPP에 내놓았던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이란 신작을 기획 중이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통해 범죄영화에서 재능을 보였던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을 '오션스 일레븐' 같은 하이스트 영화로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화점' 이후 2년 여 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유하 감독은 '질풍'(가제)을 선보인다. '질풍'은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여형사의 이야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여배우들'을 연출한 이재용 감독은 '폴링 인 러브'로 재벌가에 시집간 여인의 위험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밖에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경형 감독은 소말리아 해적에 남치된 어민들의 탈출기를 그린 '소말리아'를, '주홍글씨'의 변혁 감독은 파리를 무대로 한 여성의 성장기를 담은 '블루 베이비'를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다.
내년 라인업은 아니지만 12월 한국과 미국에 동시 개봉하는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작 '워리어스 웨이'도 이번 영화제에서 전모를 드러냈다. 9일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국내외 취재진 300여명이 몰릴 만큼 성황을 이뤘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부산영화제의 대표 피칭행사인 KPIF 행사에서는 '의형제' '평행이론' 등을 제작한 장원석 프로듀서의 SF 가족영화 '만득이'를 비롯해 '국가대표' 프로듀서 정주균의 스포츠 영화 '거인의 꿈' 등도 발표됐다.
위기를 겪었던 한국영화들이 내년에는 질과 양적으로 성장해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을지, 이번 부산영화제에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