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쿨의 리지 ⓒ이명근 기자 qwe123@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사무실 여기저기서 '누구지?' 하며 쳐다본다. 자신을 알아보든 그렇지 못하든 꿋꿋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막내 리지다. 명색이 연예인인데 먼저 다가와 꾸벅~하고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모습에 모두들 희한한 듯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참으로 솔직하다! 4개월 만에 다시 인터뷰 자리에 앉은 리지는 여전히 명랑하고 가식이 없다. 특유의 부산 사투리로 말을 툭 내뱉을 때면 웃음이 빵 터진다.
"'존재감 없다'는 말 때문에 상처받았었다"는 그녀지만 단 한 번의 예능 출연으로 좌중을 사로잡은 그는 이제 각종 예능에서 즐겨 찾는 '행복한 소녀'가 됐다.
"다 사투리 덕이에요. 호호호. 사투리가 저를 살리는데 한몫 했다니까요. 부산에서 태어난 게 사랑스럽고 사투리는 자랑스러워요!(웃음) 사투리 안 썼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니까요."
한때 리지는 소속사로부터 부산 사투리를 고치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방송을 하려면 표준어는 필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이 고치려고 했지만 특유의 억양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여자 가수 중에 사투리 쓰는 사람이 없잖아요. 휴~ 저는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넌 왜 이렇게 사투리를 못 고치냐'고 구박 좀 받았죠."
그런데 웬일인가. 처음 출연한 KBS 2TV '해피투게더 시즌3'에서 사투리 특유의 억양과 솔직한 입담이 많은 사람들을 눈과 귀를 그녀에게 집중케 했다.
애프터스쿨의 리지 ⓒ이명근 기자 qwe123@
대뜸 리지가 "유재석 선생님, 감사합니다"란다.
"사투리 때문에 벙어리처럼 있을 뻔 했거든요. 그때 유재석, 박명수 선생님이 말 편하게 하라며 많이 도와주셔서 편하게 방송했어요. 그 후부터 방송에서 말하는 게 좀 편해졌어요."
호칭이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아직 고등학생인 그는 '선생님'이란 호칭이 좋단다. 특히 유재석이 MC로 활약 중인 SBS '런닝맨'은 2회 연속 출연했으니 더 각별할 수밖에.
덕분에 그는 요즘 방송에서 사투리 쓰는 게 편하다. 하지만 사투리 쓴다고 생각 없이 말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자신감 있게 말해요. 사투리 쓰니까 많은 분들이 당황스러워 하시는데 그래도 저 할 말 안 할 말 가려해요. 생각 있는, 배운 여자니까요! 저 수리영역 2등급까지 나왔다니까요."
순간 웃음이 터졌다. "수리영역 2등급 받은 여자"다, 리지는.
그럼 "반 등수는 몇 등이냐"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리지는 "반 등수가 아니라 등급이 중요하다니까요"라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더불어 향후 포부까지 털어놨다. 그녀의 바람은 향후 누군가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교수다.
"다시 공부 해야죠. 물론 이제 시작이니까 활동에 집중할 때지만 공부는 꼭 할 거예요. 나이 들어서 교수님 하고 싶어요. 자기 일하면서도 대학 강단에 서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멋진 일이니까요."
혹자는 사투리 쓰며 예능 프로그램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하는 그녀를 조금은 '생각 없다'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리지를 아는 이는 그런 오해를 하지 않는다. 조금만 얘기를 나눠보면 생각도, 미래를 향한 계획도 있는 속이 꽉 찬 여자다.
애프터스쿨의 리지 ⓒ이명근 기자 qwe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