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기자
수애가 도전장을 던졌다. 14일 개봉한 영화 '심야의 FM'에서 연쇄살인범에 아이를 인질로 잡힌 싱글맘인 라디오DJ를 맡았다. 장르도전이고, 첫 아기엄마 역할이다.
수애는 그동안 외유내강한 역을 주로 맡았다. 단아하고 고전적인 이미지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심야의 FM'에 이어 TV드라마 '아테나'로 연이어 변신을 꾀했다. 도전보단 안정을 택할 것만 같았던 수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심야의 FM' 시나리오를 보면 수애가 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피했던 역할이란 생각이 들던데.
▶사실 1년전에 시나리오를 받고 내 옷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년 뒤 다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같은 것이라 생각을 못할 만큼 끌리더라. 내가 변했기 때문인 것 같다. 성장에 대한 욕심이랄까, 늘 에너지를 분출하고 싶었다. 늘 죽임을 당하는 역이었는데 죽이기도 하고.(웃음)
-안해본 장르가 두려움이 많았다고 했는데.
▶장르적인 것도 처음이어서 걱정도 했고 두려움도 있었다. 스크린에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걱정했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새 개봉일이다.
-변화에 대한 갈망은 30대가 되서 그런지, 아니면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촬영이 중단되는 등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겪으면서 생긴 변화인지.
▶'티파니에서 아침을' 때는 그렇게 딜레마에 빠지진 않았다. 그것 또한 당연히 겪어야 했던 일인데 늦게 온 것 같다. 늘 변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다만 난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언제나 1순위다. 이제야 그런 준비가 된 것 같다.
나를 택해준 감독님과 제작자에게 감사한다. 내 어떤 것을 보고 감정을 발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안했던 것을 하면 즐거운가.
▶안했던 것을 하면 카타르시스도 느끼지만 과연 잘하고 있나 의구심도 든다.
-연기는 훌륭했지만 좀 더 처절하게 망가졌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던데.
▶감독님이 예쁜 것을 요구하시더라. 다른 분들도 여배우가 예뻐야 관객들이 감정이입이 잘된다고 하시고. 하지만 난 인형같은 외모도 아니고, 예쁜 것을 요구하지만 안예쁘게 나오는 게 좋더라. '불꽃처럼 나비처럼' 때 마지막 장면이 콧물이 흘렀는데 다른 분들은 걱정하시던데 난 너무 좋았다. 영화적으로 몰입할 때 처절하게 망가질 때가 좋다.
-인형처럼 생긴 외모가 아니다?
▶(손을 내저으며)왜 '님은 먼곳에' 할 때 촌스런 외모라고 했다가 망언으로 등극했잖아요.(웃음) 이목구비가 뚜렷한 스타일도 아니고. 또 망언으로 등극하려나?
-싱글맘 역할이란 게 부담됐나. 영화 속에선 모성애를 그릴 필요가 별로 없었는데.
▶부담됐다. 미혼이다보니 내가 싱글맘이란 걸 관객이 몰입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다.
-상대역인 유지태와 붙는 장면이 별로 없었던 것도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나중에 카메라 감독님이 영화에는 좋았겠지만 카메라를 너무 의식하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하시더라. 동선을 벗어난 돌발행동을 많이 했다. 원래 한번 발산하면 또 다시 잘 끄집어내지 못하는 캐릭터라 더 그랬다. 촬영장에서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기도 하고.
-즐기지 못한다?
▶즐긴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아직도 배워야 하는 단계다. 전보다 보이는 게 더 많아서 더욱 그렇기도 하고.
-수애는 지금까지 스캔들 한번 안나면서 20대를 보냈다. 그렇다고 연애 한번 안해본 것은 아닐테고.
▶물론이죠.
-그러다보니 30대가 되면서 안 겪어본 일들을 더욱 겪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최근 결혼한다는 소문과 소속사를 옮긴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속사는 재계약을 해서 근거없는 소문이라는 게 드러났고.
▶결혼이요?(웃음) 결혼에 대한 생각은 오히려 30대가 되면서 더 없어졌다. 20대 때는 환상도 있었지만.
-20대를 안정적인 역할, 안정적인 울타리에서 보냈다면 30대는 이런 소문들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갈망만큼이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겪게 된다면 극복할 수 있을테고, 준비가 안돼있는 것을 겪으면 힘들 것 같다.
-일탈해본 적 있나.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로는 수애는 그런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일탈 꿈꾸죠. 개인 수애로는 일탈도 해보려고 하고. 얼마전에 모자를 쓰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바이크를 탄 적이 있다. 아무도 못알아보더라.(웃음) 배우로서는 아무대로 작품은 모두와의 약속이니깐.
-흥행에 대한 갈망은 어떤지.
▶열정과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
-늘 좋은 연기를 선보이지만 흥행성적이 아주 좋지는 않다. 그러면서도 늘 기대를 하게 하고 또 끊임없이 역을 맡는데.
▶기대를 해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것 같다. 가능성이 열려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고. 조만간 흥행의 기쁨도 누릴 수 있겠죠.
-원래 모범 답안처럼 이야기하나. 애교 있는 수애, 사적인 모습의 수애, 흐트러진 수애 같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대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비주의랄까, 그래서 다른 모습을 좀 더 보고 싶기도 한데.
▶말에 대한 책임은 늘 느끼고 있다. 물론 사적인 자리에선 다르다. 오늘 인터뷰한다고 영화 제작사 대표 언니한테 리스트를 보여줬더니 '이 사람이 짓궂은 질문하면 언니가 아니라고 하던데요'라고 하라더라. 변화는 갑작스럽게 보다 조금씩 하고 싶다. 내가 잘 할 수 있어야 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