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 "자본주의, 통제와 제어 필요"(인터뷰)

부산=임창수 기자,   |  2010.10.17 14:39
올리버 스톤 감독 ⓒ부산=홍봉진 기자 honggga@ 올리버 스톤 감독 ⓒ부산=홍봉진 기자 honggga@
올리버 스톤 감독이 '월 스트리트'의 후속작으로 돌아왔다. 자그마치 23년 만. '플래툰'을 연출한 거장 감독으로 유명한 그는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로 부산을 찾았다.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마이클 더글라스의 명대사는 세월의 흐름에 몸을 싣고 "탐욕이 합법인" 세상과 만났다. "돈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는 전편의 대사는 고스란히 후속작의 제목이 됐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세계 금융위기. 수많은 또 다른 고든 게코들의 활약과 추락은 올리버 스톤 감독으로 하여금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건져 올리게 한 계기가 됐다. 자본주의의 부스터 역할을 했던 금융업계를 현실성 있게 그려냈던 그는 더욱 더 탐욕스러워지고 위태로워진 현재의 월가에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사실 영화의 후속편은 6~7년 안에 만드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첫 작품을 기억하는 세대가 있어야 반응이 좋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3년 만에 후속작을 만들게 된 건 전작에서 그렸던 금융가의 상상할 수 없는 극적 상황들이 현재까지 존재했다는게 제겐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08년 전 세계에 엄청난 금융위기가 들이닥쳤고, 이 심장마비와도 같은 사건을 좀 더 큰 스케일로 다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금융가의 풍경과 경제를 그리고 있지만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등장인물 6명의 관계와 신뢰를 그린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영화다. 일반 관객들이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경제상황과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다가설 수 있도록 복잡한 내용은 생략하고 금융 메커니즘의 중요 포인트만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저는 영화 속에서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JFK' 같은 경우도 크게는 정치적인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가족의 이야기가 녹아있죠.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 입니다. 크게는 은행에 대한 신뢰를 잃은 현실을 그리면서 작게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뢰가 깨졌을 때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는 6명이 그려가는 관계와 신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아버지가 15년 이상 주식 중개인으로 일해 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그렇다면 올리버 스톤 그 자신은 자본주의의 몰락을 믿고 있을까. 비판적인 시각으로 금융위기와 월 스트리트의 부도덕성을 그려냈던 그는 자본주의에도 통제와 제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버지께서 '자본주의가 모든 악 중에 최고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물론 시장의 수요, 공급을 통해서 경제가 돌아가는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은 분명 필요한 것이죠. 하지만 통제와 제어에서 벗어난 자본주의는 생산적이지 않은 상태로 굴러가기도 합니다. 사회를 더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통제와 제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돈으로 돈을 버는 경제활동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 ⓒ부산=홍봉진 기자 honggga@ 올리버 스톤 감독 ⓒ부산=홍봉진 기자 honggga@



한국인 아내를 둔 그는 한국 영화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으로 손꼽히는 그가 바라본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올리버 스톤 감독은 한국영화의 강점으로 예측불허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꼽았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특히 '조폭마누라' 신은경의 눈빛연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국영화를 보면 뭐든지 영화 속에서 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올드보이'의 낙지를 먹는 장면 같은 것은 유럽이나 중국영화에선 쉽게 볼 수없는 장면이고, '무사'를 보고는 화살의 강력한 힘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권력의 구도 안에서 사람들의 관계를 그린 '그때 그사람들'도 인상 깊었구요."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일까. 그는 '쉬리'나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한국전쟁이나 분단현실을 다룬 영화들의 제목을 꼽으며 "한국전쟁과 관련해 새로운 시각을 가진 한국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스스로도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할리우드에서도 한국 전쟁과 관련해 10~15개 정도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냉전 시대 때 만들어져서 대부분 반공 영화 형식입니다. 한국 전쟁도 베트남 전쟁과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이 승자도 없고 처절한 전쟁이었죠. 전쟁도 소재로서 인기가 있는 전쟁과 없는 전쟁이 있는데 한국 전쟁은 인기가 없는 전쟁 쪽입니다. 내란을 일으켰을 때의 강국의 입장이나 맥아더의 역할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내용이 그려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준비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한 파트도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상황을 담은 내용입니다."

9.11 사건과 케네디, 닉슨 등 논란이 분분한 실화나 인물을 주로 영화화해 온 올리버 스톤. 충격적인 사건과 인물에 대한 과감한 묘사로 끊임없이 접근방식에 대한 논란을 낳았던 그는 여전히 흡입력 있는 인물과 사건에 대한 새로운 시선에 목말라 있었다. 스스로 진화한 이야기에 23년 만에 덧칠을 감행한 그의 도전은 어떤 결과로 그 끝을 맺을지. 23년 만에 돌아온 고든 게코와 잠들지 않는 돈과 탐욕이 이룰 삼중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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