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원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행복해져요"(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0.10.20 09:59
이동훈 기자 이동훈 기자
이요원의 행보는 묘하다. 인기가 절정이던 2003년 스물두살의 나이로 결혼과 동시에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2년 뒤 복귀했을 때, 사람들은 그녀의 사생활에 관심을 뒀다.


그러나 이요원은 사생활에는 묵묵부답인 채 '패션70s' '의과의사 봉달희' '못된 사랑' '선덕여왕'으로 뚜벅뚜벅 연기생활을 해왔다. 잊혀질 뻔 했던 이요원은 그렇게 돌아왔다. 스타 이요원 대신 배우 이요원의 모습이 짙어졌다. 지운 사생활은 그녀에게 유부녀 냄새를 없앴다. 이요원은 청순한 여인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여왕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됐다.

그런 이요원의 모습은 그녀가 주연을 맡은 영화 '된장' 속 캐릭터와도 겹친다. '된장'에서 이요원은 잊혀진 여자였다. 사형수가 마지막에 먹고 싶어했다는 된장찌개를 끓인 주인공. 방송사PD가 비밀을 찾아 나서기 전까진 숨겨진 이야기를 간직한 여인. 사랑을 품고 묵묵히 기다렸던 여자.


이요원을 만나 '된장'과 이요원에 대해 물었다.

-'선덕여왕' 전에 촬영을 했는데.


▶'못된 사랑' 끝나고 제의를 받았다. 진짜 영화를 하고 싶을 때 제의를 받았는데 사실 처음에는 고사할까 싶었다. 캐릭터를 먼저 보는 편인데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또 해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분량도 솔직히 적고.

-그래도 선택한 이유는.

▶많이 설득하면 넘어가는 편이다.(웃음) 그래서 미리 감독님이나 제작자와 미팅을 안하는 편이다. 이야기도 너무 좋았고.

-아직도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이요원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복귀하면 영화를 많이 할 줄 알았는데 TV 드라마를 주로 해서 의외였는데.

▶영화를 되게 하고 싶었는데 대부분이 남자 중심이더라. 여자 중심이거나 여자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을 하고 싶었다. 들어오는 영화는 멜로신이 진했다거나 그래서 고사했다.(웃음) 결혼했는데는 그런 제의를 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일정 때문에 두 편의 영화를 고사했는데 너무 아쉬웠다.

-'된장'은 이야기도 매력적이고 연기도 좋았지만 너무 예쁘게 나온 게 아닌가 싶더라. 판타지라는 설정을 했기에 그렇겠지만.

▶처음 감독님과 의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부터 판타지라고 설정했다. '때깔'부터 환하게 간다고 하시더라. 된장에 얽힌 판타지 같은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동욱이 입대하기 직전에 짧은 시간에 찍은 터라 멜로 감정을 살리기가 어려웠을 텐데.

▶그래서 매 신마다 이서군 감독님과 상의하고 상상했다. 이동욱과는 '학교2'에서 누나 동생으로 만난 터라 멜로에 집중하는데 애를 먹긴 했다. 뭐, 그래도 영화에서 처음으로 키스신을 찍었다.

-촬영장에서 '아줌마'스럽게 털털한 편이라던데.

▶아줌마스러워서 그런게 아니라 원래 '보이쉬'하다. 여성스러운 것과 거리가 멀고.

-'된장'의 비밀은 기다림이었는데 일하면서 그런 순간들이 있었나. 가령 복귀할 때 두려웠다든지.

▶두려움은 없었다. 복귀했을 때도 26살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였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더군다나 에너지가 충전됐을 때라 촬영하면서 날라 다녔다.

이동훈 기자 이동훈 기자
-세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스타덤을 뒤로 하고 왜 그렇게 일찍 결혼했는지, 왜 복귀한 뒤 사생활 공개를 안했는지, 그리고 왜 복귀한 뒤 영화를 안했는지. 사생활을 공개안한 것은 뒤돌아보면 잘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이요원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니깐.

▶이런 날도 오는군요.(웃음) 세상이 변한 것도 있다. 영화는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데 누구의 애인이거나 그런 역만 있고. 선택의 폭이 적었다. 또 평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깐 싫다는 데 이해시키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과 평생을 살지, 작품과 평생을 사는 것은 아니니깐.

-어릴 적엔 연기에 올인했지만 그 대상이 바꿔서 결혼했다는 뜻인가.

▶그렇다기보단 일단 어릴 적엔 일에 올인했다. 그러다가 몸과 마음이 망가졌다고 느꼈다.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고. 그 때 곁에서 오빠가 지켜줬고 타이밍이 그랬다.

-복귀한 뒤에도 좋은 작품을 많이 했다. 하지만 '선덕여왕'이 잘 되서 그렇지 매번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제작자들이 이요원을 찾는 것은 신뢰를 준다는 뜻일 텐데.

▶처음에는 복귀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음, 매번 처음 보는 감독님과 작품을 한다. 나름 일에 대한 열정이 있고 욕심도 많지만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뻔이다. 그런 것을 아시는 게 아닐까.

-복귀한 뒤 가리는 것도 있었겠지만 분명 선택의 폭도 적어졌을 텐데.

▶결혼할 때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5개 선택할 수 있으면 2개도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그래도 배우로서 인생도 중요하지만, 내 인생도 중요하다. 나중에 못나가게 될 때 상실감을 내가 감당할 수 있었을까? 5개 중 2개만 선택할지언정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5개 중 3개 반 정도 선택할 수 있을 텐데. 0.5는 본인이 고사하는 것일 테고.

▶여전히 '고양이를 부탁해' 같은 영화를 기다린다. '된장'처럼 기다려야 좋은 맛을 낸다.(웃음) 포기도 빠르고 선택도 빠르니깐.

-예전 이요원이 꽃 같았다면 지금은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는 느낌인데.

▶어릴 때는 미래를 계산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 나이에 맞게 일을 하고 싶다.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지만 어려보이는 외모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럴 때 파격을 시도하기 마련인데, 가족 때문에 못한다는 건 아쉽지 않나.

▶두 가지를 다 가질 순 없다.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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