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생애 첫 영화, 식물처럼 촬영"(인터뷰)

임창수 기자  |  2010.10.21 07:49
이수혁 ⓒ이동훈 기자 photoguy@ 이수혁 ⓒ이동훈 기자 photoguy@


신예 이수혁이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김민희의 연인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부산시와 일본 삿포로시의 지원으로 탄생한 영화 '이파네마 소년'에서 첫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소년으로 분했다. 영화는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관객평론가상, CGV무비꼴라쥬상을 수상, 오는 11월 4일 개봉을 앞뒀다.


어린 시절부터 이수혁의 꿈은 배우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모델로 활동을 시작해서 특별한 준비과정을 거치지는 못했지만 마음 속 한구석에는 연기에 대한 한 조각 붉은 마음을 키워왔던 그다.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다만 어렸을 때부터 워낙에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막연히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렸을 때지만 아버지와 함께 비디오를 고르고 극장을 찾았던 기억이 선명해요. 어린 시절의 그런 경험들이 은연중에 영향을 미친 거겠죠."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카리스마로 모델로서도 각광받아온 그는 연기 도전에 대한 소감을 '달랐다'는 단어로 표현했다. 모델 활동과 영화 촬영에는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모델 일이나 배우 일이나 묶어서보면 같은 연예활동이지만 막상 해보니까 아예 다른 분야였어요. 모델로서 런웨이에 서는 것도 연기의 일환이긴 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이나 느낌이 너무 달랐거든요. 카메라 앞에 있는 것만 같을 뿐 아예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가짐도 아예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이파네마 소년'을 연출한 김기훈 감독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수혁 특유의 분위기에 반해 그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작업 도중 이수혁의 모습을 보고 그를 염두에 둔 채 시나리오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후문이다.

"감독님께서 한 번 메일로 시나리오를 보내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그 메일주소를 사용 안해서 시나리오가 온 줄도 몰랐어요. 나중에 직접 회사로 찾아오셔서 미팅을 가졌죠. 제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찾고 있었는데 '이파네마 소년'의 시나리오에서 오는 전체적인 느낌이 저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랑 코드나 취향도 비슷했구요."

작년 겨울과 여름에 촬영을 마친 '이파네마 소년'은 후반 애니메이션 작업과 색보정 작업에만 6개월의 시간이 걸려 이제서야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만큼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수혁의 모습은 상상과 현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오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봉을 앞둔 그의 심경은 어떨까.


"사실 개봉까진 생각도 안했었거든요. 그저 주연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고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참여했던 거였는데 영화제에서 관객 분들의 반응도 좋았고 이렇게 개봉까지 하게 되니 너무 기뻐요."

이수혁 ⓒ이동훈 기자 photoguy@ 이수혁 ⓒ이동훈 기자 photoguy@


첫 작품이지만 김기훈 감독은 이수혁에게 많은 부분을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도록 해석의 여지를 남겨줬다. 소년 캐릭터와 자신의 성격에 닮은 점이 많아서 비교적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감독님께서 '소년은 네가 이해하는 게 더 잘 맞을 것 같다'면서 대사의 말투나 분위기, 어조 같은 부분을 모두 제게 맡겨주셨어요. 이제 갓 연기를 시작한 모델출신 신인이고 아직 검증된 단계도 아니지만 저를 많이 믿어주셨죠. 덕분에 처음이지만 활발하게 의견도 내면서 적극적으로 촬영에 참여한 것 같아요. 생각을 많은 점이나 과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사랑을 대하는 태도 등 소년의 모습들이 저랑 비슷한 면이 많아서 공감이 가기도 했구요."

그는 극중 서핑 보드를 들고 해변을 누비는 소년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2~3주간 서핑을 배우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기 위해 바다를 쉴 새 없이 헤엄치는 캐릭터인지라 몸에 물기 또한 마를 날이 없었다고.

"촬영을 진행한 남해바다는 파도가 약해서 선수들도 파도를 타기가 힘든 곳이었어요. 감독님도 일부러 배웠는데 아깝다고 생각하셔서 나중에 없는 신을 추가해서 잠깐이지만 서핑 장면을 찍었죠. 그러고보면 여름 장면에는 몸에 물기가 마를 날이 없었어요. 날씨도 너무 덥고 해서 감독님과 상의 끝에 아예 젖은 채로 촬영하기로 결정했는데 몇 달 동안 컷만 하면 와서 물을 뿌려대니까 식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더라구요."(웃음)

이수혁은 송지나 작가의 사전제작 드라마 '왓츠업'에 캐스팅돼 현재 한창 촬영을 진행 중이다. 뮤지컬 학과 학생들의 도전과 사랑을 그린 캠퍼스 드라마로 장희진과의 러브라인도 예정되어있다. 이제 갓 스크린 데뷔를 마친 그는 드라마의 빠른 호흡에 적응하며 차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요즘 드라마를 찍으면서 느끼는 것은 영화랑 드라마도 너무 다르다는 거에요. 영화를 찍을 때는 선배님들도 안계셨고 모든 것이 처음인 (김)민지와 제가 모든 것을 끌어가야 했기 때문에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천천히 진행했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는 호흡 자체도 영화보다 빠르고 등장인물도 많다보니 정신이 없을 지경이에요. 영화 끝날 때쯤 '이제 조금 알겠다'싶었는데 지금 또 헤매고 있는 것 같네요."(웃음)

모델 시절이나 지금이나 누구나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나름의 개성과 분위기를 살리고 싶다는 이수혁. 이제 배우로서 첫 발을 뗀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남들과는 다른'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까. 깊은 눈을 껌뻑이며 낮은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하는 그의 모습에서 또 다른 모델출신 스타 배우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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