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키', '꽃남' 못되고 종영하는 이유

김현록 기자  |  2010.10.21 10:46


MBC 수목드라마 '장난스런 키스'(극본 고은님·연출 황인뢰)가 21일 종영을 앞뒀다.

지난 9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해 이 날에 이르기까지, 단 한 차례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수목극 꼴찌를 이어왔다. 방송 전의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반전을 이루지 못한 채 마지막 방송을 앞둔 '장난스런 키스'는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장난스런 키스'는 초창기 '꽃보다 남자' 혹은 '궁'을 잇는 만화 원작 청춘물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높았다. 일본과 대만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모은 동명 만화가 원작이었고, '꽃보다 남자', '미남이시네요' 등 꽃미남 캐릭터를 내세운 소녀감성 취향의 청춘물들이 일정 부분 이상 성과를 거둔 터였다. 이 분야 경험이 많은 제작사나 '궁'을 성공시킨 황인뢰 PD의 연출도 믿음을 더했다.

그러나 '장난스런 키스'는 결국 '꽃보다 남자', '궁'을 잇는 성공작이 되지 못했다. 저조한 시청률은 일단 지독하게 나쁜 대진운 탓이 컸다.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 이은 화제작 '대물', 40% 시청률을 유지한 KBS 2TV '제빵왕 김탁구'에 이은 '도망자 플랜B' 등의 틈바구니에서 '장난스런 키스'는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단순히 대진운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도 짚고 넘어갈 점이다. '장난스런 키스'는 숫자로 드러나는 시청률 뿐 아니라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도 높지 않았다.

'장난스런 키스'는 천방지축 여주인공의 캐릭터나 만화적인 묘사, 극 마지막마다 등장하는 테디베어까지, 황인뢰 PD의 전작 '궁'을 여러 모로 닮았다. 그러나 윤은혜, 주지훈이 주연한 '궁'은 2006년 방송된 작품. 4년이 지난 지금 닮은꼴 시도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는 평가다.


다소 허술한 이야기와 만화적인 설정은 '추노', '신데렐라 언니', '제빵왕 김탁구' 등 흥미진진한 웰메이드 드라마를 즐겨본 수목극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더욱이 소녀들로부터 지지를 얻었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달달한 로맨스에 밀려 차별화도 이루지 못했다.

'꽃보다 남자' 이후 첫 주연작을 맡은 김현중의 성장, 신예 정소민의 발견 정도가 그나마 위안이다.

MBC 수목극은 '장난스런 키스' 외에도 올해 방송된 수목극들이 '개인의 취향' 단 한 편을 제외하고는 평균 시청률 두자릿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저조한 시청률에 불구하고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받은 작품 또한 꼽기 힘들 정도다.


'장난스런 키스'를 잇는 작품은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 인기 미드 '위기의 주부들'과 같은 장르를 표방했지만 한층 깊숙하게 사건의 핵심에 다가간다는 점이 돋보인다. 새로운 침체 일로인 MBC 수목극을 구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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