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진 기자
강동원. '전우치'와 '의형제'로 1년 사이에 1170만명을 모았다. 그는 시쳇말로 '강대세'라 불리지만 여전했다. 인기를 바탕으로 CF에 출연하지도 않고, 입대를 앞두고 '초능력자'를 찍었지만 "하던 대로 했을 뿐"이라고 느릿하게 이야기한다.
열렬한 환호성도, 비열한 가십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강동원은 언제나 그랬다. '늑대의 유혹'으로 어마어마한 스타덤에 올랐을 때부터 'M'으로 혹독한 비난에 시달릴 때도 한결 같았다.
영화 속 강동원은 이름 없는 인물과 종종 어울렸다. '형사'에서도 그는 슬픈눈이었으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선 수인번호였다. 강동원은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외모라 추앙받지만 이름 없는 사람일 때 어쩌면 더 행복해보였다.
11월10일 개봉하는 '초능력자'(감독 김민석,제작 영화사집)는 그런 강동원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영화다. 강동원은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자로 등장한다. 그 초능력 때문에 어두운 과거를 지녔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 역시 이름은 없다. 어딘지 강동원과 닮았다.
강동원도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할까? 아니 강동원이 생각하는 평범이란 뭘까?
-'초능력자'는 자신의 초능력 때문에 상처를 안고 사는 인물이다. 상처받거나 어두운 과거를 지닌 인물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의형제'도 끌렸고,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도 끌렸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사람보단 일상에서 안 일어나는 것에 끌린다.
-'초능력자'에선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가 부제처럼 따라 붙는다. 하지만 스스로는 평범하게 살고 싶진 않다고 했는데.
▶아직은 평범하게 살고 싶진 않다. 지금 일이 좋고 행복하다.
-지금 일이 좋기 때문에 부차적으로 따라붙는 사생활 제약, 루머, 예를 들어 증권가 정보지에 떠돌았던 결혼설 같은 것들도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인가.
▶일하는 데 있어서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깐. 술자리에서 있는 시비야 다른 분들도 자주 겪는 것이고, 그래서 안가면 되는 것이고. 가끔은 길을 걷고 싶은데, 안 걸으면 되는 거니깐. 20대에 할 수 있는 즐거움이 많지만 나 역시 영화 촬영장에서 얻은 즐거움이 많다.
그래도 유해진 선배님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살짝 짜증이 나긴 했다. 모닥불에서 데뷔하고 10년 동안 일만 했냐고 하셔서 그랬다고 했다. 그랬더니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시면서 나중에 되게 우울할 것이라고 하시더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약간 그렇더라.
-'초능력자'는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은 없었다. 음,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할까. 고수 선배님은 선이고 내가 악이고. 그러면서 과거는 비슷했을 수도 있고. 일본 만화 '나루토'에서 내가 사스케고, 고수 선배님이 나루토라고 할까.
-고수는 유일하게 초능력이 걸리지 않는 인물로 나온다. 거꾸로 말하면 강동원에게만 통하는 초능력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지만 한 사람에게만 통하지 않는 사람과 그 사람에게만 통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만나 파멸로 치닫는다. 어째 위험한 사랑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여성팬들 중에는 그런 이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던데.
▶우리 영화에 여배우가 안 나오는 줄 알고 그러시는데 나온다.(웃음)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보신 분들의 몫이니깐.
-남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초능력이란 매력이 극대화됐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강동원의 외모가 초능력인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웃음) 그냥 내가 영화사집에서 찍은 '전우치'에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서 뽑아 주신 게 아닐까.
홍봉진 기자
-'전우치'에선 밝은 캐릭터를, '의형제'에선 정적인 캐릭터를, '초능력자'에선 어두운 캐릭터를 맡았다. 입대하기 전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것 같은데.
▶일단 입대는 아니다. 공익요원이니깐.(웃음) 그것과는 상관없다. 원래 하던 대로 하는 것일 뿐이지. 다녀와도 별로 다를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것 있었다. '의형제'가 끝나고 지금까지 흡수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좀 더 발산하고 싶다는 단계로 바뀐 것 같다는.
-상대역도 없고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법한데.
▶'의형제'가 끝나서 풀지 못한 숙제가 하나 생겼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다. 배우 욕심으로는 뭔가를 하려 하는 법인데 아무 것도 안 해도 영화에 충분하게 표현됐더라. '초능력자'에선 그런 것을 활용했더니 훨씬 즐겁더라.
-파마머리는 누구 아이디어였나.
▶내 아이디어였다. 캐릭터에 더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화보 촬영에서 한 번 테스트를 해보고 감독님에게 건의를 했다. 감독님은 평범한 머리를 원하셨는데 그러면 '의형제'와 외형적으론 비슷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떤 걸 원하시냐고 물어봤다.
-화보 촬영은 해도, CF는 잘 안한다. 모델 활동도 그렇고.
▶화보는 내가 패션에 관심이 있으니깐. CF는 그냥 내 몫이 아닌 것 같고. 모델은 사람들이 옷을 봐야 하는데 이제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을 가질 테니깐 못하는 것이다.
-입대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가려하고 어떤 사람들은 신비주의라고도 하는데.
▶그건 아니고. 예전에 어떤 기자분이 차단주의가 아니냐고 하셨는데. 성격이 그러니깐. 내가 정해놓은 일상이 있는데 그 일상은 내 일상이다. 이걸 침범당하면 돌아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건 아닌 것 같다.
-1170만명이 1년 동안 극장에서 본 사람이라면 책임감도 남달라야 할 것 같은데.
▶최소한 흥행에 대한 책임감은 늘 있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번에는 꼭 보답하겠다는 마음. 이런 것도 있다. 이번에도 데뷔 감독님과 작업을 했다. '의형제' 장훈 감독님도 두 번째 작품이었고. 막연하게 예전부터 가진 생각은 한국영화를 발전시킨 선배님들보다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젊은 객기로 우리와는 달라야해, 더 잘해야 해. 뭐 이런 거.
-여담인데 초중고 시절에 여학생들이 찾아온다던가 했나.
▶초등학교 때는 많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때 154㎝였다가 졸업할 때 184㎝가 됐으니깐. 좀 그랬다. 거리를 뒀고. 나를 좋아해주는 건 고맙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데 자칫 오해를 줘서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