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보는 헝그리 개그쇼에 거는 기대

김현록 기자  |  2010.11.04 14:34


MBC 새 개그 프로그램 '난생 처음'이 3일 밤, 정확히는 4일 이른 오전 전파를 탔다. 큰 홍보도 없이 심야시간대 방송된 '난생 처음'의 첫 시청률은 불과 2.7%.(ABC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그러나 의욕으로 똘똘 뭉친 헝그리 정신 개그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정형돈을 필두로 동갑내기 길, 호란, 정주리, 변기수, 김경진 등 예능계의 오묘한 '미친 존재감'들을 모아놓은 '난생처음'은 게스트를 중심으로 시사풍자 뉴스, 노래, 상황극, 게임이 두서없이 이어지는 말 그대로의 '버라이어티' 개그쇼. 이날 첫 회는 최근 밴드로 활동을 시작한 김종서를 게스트로 개그 실험에 나섰다.

연예인 최초로 "화장실에서 섭외 당했다"며 "MBC에서 신경 안 쓰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는 게스트 김종서의 폭로로 시작된 '난생 처음'은 '호란의 위클리 뉴스', 즉석 공연과 심사, 심리분석 실험 '내맘대로 정신분석 클리닉', 콩트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땅따먹기 대결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코너를 선보였다.


미국의 인기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가 연상되는 구성이다. 익숙지 않은 시청자들에게선 '두서없다'는 반응이 나온 반면 '신선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같다'는 호평도 쏟아졌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제 첫 발을 디딘 '난생처음'을 조금 더 지켜볼 칠요가 있다는 점이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와 비교하기엔 '난생처음'은 태생 자체가 다르다. 공중파 코미디로서 지극히 낮은 제작비 1950만원에 수요일 심야 자정 뉴스까지 끝난 뒤 시작하는 방송시간 등, 처절한 악조건을 딛고 만들어진 쇼다. 시간대 변경과 폐지가 거듭되는 지상파 코미디의 현주소라는 씁쓸한 지적까지 받았더랬다.


'난생처음'은 이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반전의 키워드로 삼았다. 없는 방청객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한 과장된 효과음, 가끔씩 등장하는 '최저 제작비의 여파' 자막, 블루 스크린을 이용한 실감 안나는 특수효과 등은 헝그리 정신 B급 정서의 코미디쇼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살렸다. (심지어 주요 출연자 여섯 명으로 거의 전 코너를 돌려막는다!)

시청률에 큰 부담이 없는 시간대라 이런 저런 실험이 가능하고, 적은 제작비 덕에 갖춰진 작은 몸집은 실험 결과에 따른 민첩한 변화 또한 가능하다는 점은 이 작은 코미디쇼의 큰 장점이다. 잠재력 있는 출연자들의 조합 또한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난 방송 중 '음악이라도 깔아주겠지'라고 되뇌는 정주리의 공허한 무반주 댄스, 정형돈의 "주리야 이게 방청객이 없어서 그렇지 진짜 웃길 거야"라는 위로는 혼자 보기 아깝다!)

이 듣도보도 못했던 야밤의 코미디는 그래서 다음회, 그 다음회가 더 기대된다. 과연 시작은 미약했던 그들의 끝은 창대할 것인가. 물론 그 의미를 시청률로만 재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