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종신 ⓒ임성균 기자 tjdrbs23@
윤종신(41). 개그맨 뺨치는 입담으로 예능 늦둥이에 등극했고, '슈퍼스타K'에서 보여준 솔직하고 예리한 평가로 냉철한 심사위원으로도 통한다. 그는 분명 90년대부터 이어온 발라드계의 대표 뮤지션이지만, 요즘 대중이 느끼는 '윤종신'에 대한 인식이 그렇다. 그런 그가 가수로서 새 음반 '행보'를 발표했다.
하지만 가수로 돌아왔다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그는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왔다. 지난 1월부터 신곡을 발표했고, '월간 윤종신'이란 프로젝트로 매달 새 노래를 공개했다. 이번 음반은 올 한해 이어온 윤종신의 음악적 행보를 집결한 결과물이다. 그간 디지털 싱글 형태로 발표되었던 노래들을 모두 모았고, 추가로 신곡 4곡이 새롭게 실려 총 16트랙의 정규 음반을 완성했다.
최근 새 음반을 발표한 그의 요즘 인터뷰는 거의 '슈퍼스타K'와 관련된 질문이 집중된다. 하지만 음반과 관련된 인터뷰를 하려고 마주 앉았어도 새 음악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직접 하기를 꺼려했다. 오랜만에 새 음악을 발표했고 홍보에 열을 올릴 법도 한데 그는 모든 것을 대중의 귀에 맡기겠단다.
"음악에 따로 설명이 필요한가요?"
윤종신은 예능 프로그램에 빗대어 자신의 음악관을 전했다. 만약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 방송 후에 부가설명이 필요하다면 실패한 것이라 했다. 방송과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재미와 의도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는 출연진과 연출진의 잘못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수 윤종신 ⓒ임성균 기자 tjdrbs23@
윤종신에게는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을 접하는 이들이 주인인 셈이고, 이는 곧 듣는 이들에게 판단을 맡겨야 한다는 것.
"'이 음악은 이렇다 저렇다'고 설명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고, 저의 창작 의도와 감성이 팬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면 그것은 다행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해요. 만약 의도와 다르게 전해졌다 하여도 그것 역시 제 음악에 대한 대중의 평가겠죠."
'슈퍼스타K'에 2년 연속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며 많은 이들은 다시금 음악인 윤종신을 떠올렸다. 그룹 015B의 객원보컬로 가요계에 데뷔한지 벌써 20년. '슈퍼스타K'에서 보여준 그의 냉철하지만 꼼꼼한 심사평은 적어도 요즘 젊은이들에게 그가 음악인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킨 계기가 됐고, 그의 훌륭한 프로듀싱 감각과 특유의 안목은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예능에 집중? 음악은 천직, 창작과정 즐거워."
가수로서 다듬어 지지 않은 강승윤에게 딱 맞는 옷을 입혀준 것이 그렇다. 지난 5월 월간 윤종신을 통해 공개된 신곡 '본능적으로'는 반항아적인 이미지가 가득 풍기는 10대 강승윤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났고, 이는 기성 가수들을 제치고 음원차트를 휩쓰는 진기록도 안겼다.
프로듀서와 가수 윤종신의 자질의 차이에 대해 물었다. "'본능적으로'는 승윤이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곡이라 히트한 거죠. 하지만 가수로서 제 모습도 꽤 훌륭했던 것 같은데요.(웃음) 프로듀서로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정말 뿌듯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일이죠. 특히 가수 윤종신의 음악에는 저만이 표현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소리들이 있어요. 결국 가수와 프로듀서는 별개의 일인 것 같아요."
그의 새 음반을 듣자니 대중이 인식하는 TV속 윤종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찰진 멘트로 잘잘한 웃음을 주는 윤종신은 TV밖에서는 감성 뮤지션으로 모습을 바꿨다. 그만의 한국적인 감성이 고스란히 풍기지만, 그는 창법과 멜로디에서 기존의 가요와는 다른 형식도 취하고 있다.
"음악도 예능도 본능적으로..느낌이 중요하죠."
윤종신은 본능적인 것을 중시했다. 기교를 부린다기 보다는 본능적으로 노래를 해 진솔한 느낌이 듣는 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면, 그게 진짜 노래의 감동이라 했다. 대중적이지만 윤종신 스러운 음악에는 개성이 있다. 어덜트 컨템포러리 음악으로 분류되는 그의 성숙한 음악에는 남다른 내공이 느껴지지만, 세련되면서도 실험적인 소리도 가득 담겨있어 신선함을 더했다는 평이다.
가수 윤종신 ⓒ임성균 기자 tjdrbs23@
"전 기본기 보다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전 발라드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번에는 다양한 장르로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들었어요. 그때 그때 느끼는 일상이 제 마음 가는 대로 음악으로 표현되는 식이죠. 음악을 할 때 기준으로 딱히 삼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음반에는 '넌 완성이었어' '후회왕' '그대 없이는 못살아' '해변의 추억' 등 윤종신을 떠올리게 하는 발라드곡들과 더불어 신선한 느낌의 실험적인 사운드도 대거 담겨있다. '치과에서' '막걸리나' 등의 곡들은 어쿠스틱 사운드로 포크에 대한 향수를, '바래바래'를 통해 복고풍 디스코로 멋도 부렸다. 또 수록곡 '이별의 온도' 같은 경우는 윤종신 만이 할 수 있는 음악 스타일이라고 자부했다.
"최근에는 통기타 음악에 빠졌어요. '슈퍼스타K' 이후 요즘엔 군인들이 휴가 복귀할 때 통기타를 매고 복귀한다고 하더라구요. 감히 예상하자면 가요계에 곧 어쿠스틱 열풍이 불지 않을까요?"
포크, 발라드,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가 윤종신의 목소리와 만났다. 이는 윤종신이 제시한 '월간 윤종신'이란 프로젝트에 의한 것이었다. 매달 느끼는 계절적 혹은 일상의 감성들이 자연스레 신곡에 대한 아이디어로 이어졌기에 이번 음반은 2010년 윤종신의 행보가 담긴 '일기', 그리고 '기록'인 셈이다.
데뷔 20년차 윤종신은 어느새 예능과 음악 사이에서 고른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어느덧 늦둥이 예능인 윤종신을 바라보는 어색한 시선도 사라졌고, 예능 활동으로 음악에 지장을 주는 수준도 지났다. 분명 연예계에 있어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그만의 존재감이다. TV속 예능인 윤종신의 모습과 TV화면 뒤에 자리한 뮤지션 윤종신의 고집이 빛을 발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