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난 건어물녀-차도녀 사이 '신종녀'"

전형화 기자  |  2010.11.18 10:47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4차원 기부천사'. 최강희에 대중이 갖고 있는 환상이다. 최강희는 엉뚱한데다 골수까지 기증하는 선행으로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런 이미지는 더없는 복이지만 더러는 짐이기도 하다.


최강희이기에 할 수 없는 역과 최강희이기에 해서는 안될 일이 정해져버렸다. 최강희는 어느덧 자신의 이미지와 싸워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12월2일 개봉하는 '쩨쩨한 로맨스'에서 최강희는 상금을 위해 성인만화를 그리려는 안팔리는 만화가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섹스 칼럼니스트 역을 맡았다. 그녀의 표현대로 입으로 섹스를 배운 여자다.

상대역 이선균과는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인연을 맺었고, 최강희가 맡은 배역은 언뜻 '달콤 살벌한 연인'이 떠오른다. 최강희는 왜 '쩨쩨한 로맨스'로 돌아왔을까?


-'애자' 끝나고 시나리오가 몰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무 많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빨리하고도 싶었다. 하지만 겁이 난 건지, 예전 같으면 그냥 도전했을 것도 주저하게 되더라. '쩨쩨한 로맨스'는 '애자' 이후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원래 안할 영화는 시나리오를 끝까지 못 읽는데 '쩨쩨한 로맨스'는 중간에 친한 PD에 전화해서 어떠냐고 물어봤다. 주위 여자들은 다 내가 어울릴 것이라고 했고, 남자들은 의견이 갈렸다. 그래서 한 가지만 바꾸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가지라면.

▶어울릴 것 같다는 그런 사람들의 이미지. 최강희 하면 떠올리는 걸 벗고 싶었다. 예전에는 비호감인 역이라도 내가 하면 호감인 게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재수없어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 '애자' 때는 귀여운 척하지 않도록 노력했다면 '쩨쩨한 로맨스' 때는 안 귀여운데 귀여운 줄 아는 그런 여자를 표현하려 했다. 능글이란 단어를 써본 적이 별로 없는데 능글맞게 하려 했다.

-베드신도 있던데.

▶이선균의 몸은 만끽할 수 있다.(웃음) 베드에 선정적으로 누워있는 대신 다른 모습이 나온다. 내가 맡은 역이 경험은 없으면서 글로 섹스를 배운 여자니깐. 베드신이 실습장이었으니 뭐 상상에 맡긴다.

-남녀가 균형이 맞지 않은 멜로에 어울린다. 그런 역을 주로 했고.

▶나는 이때까지 살면서 용서를 많이 받은 편이다. 좋은 소리도 많이 듣고. 잘하지 못해도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영화에서도 살인도 했고, 엄마에게 욕도 했는데 그래도 관객들이 이해해주셨다. 이번엔 잘난 척을 하고. 그렇게 이해를 받기 때문에 그런 역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골수이식을 했었는데 후유증은 없나. 또 할 의향은.

▶후유증은 전혀 없다. 잘 모르지만 골수란 게 1년이 지나면 또 채워진다고 하고. 내 골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 할 수 있다. 다시 채워지는 것이니깐.

-최근까지 휴대전화가 없었고 삐삐를 갖고 다녔다. 연락은 메일로 하고. 그런데 이제는 트위터까지 하던데.

▶올 1월에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아이폰이 나와서.(웃음) 아날로그도 좋아하지만 디지털도 좋아한다. 이기적이지 않고 숨차게 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한다는 게 결국은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깐. 휴대전화를 사니깐 매니저가 만세를 부르더라.(웃음)

-변화가 있었다는 뜻인가.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도 즐겁게 하고 싶은 게 좋아졌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남들은 좋아할 것 같은데 나는 안 즐거울 것 같으면 고민하고. 나는 좋은데 남들이 안 좋아할 것 같으면 역시 꺼려지게 된다.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만났던 이선균은 유부남이 되서 최근 돌잔치를 했는데.

▶나는 점점 사랑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웃음) 내가 행복할 때 사랑을 하고 싶단 생각도 들고. 옛날에는 평강공주 같은 사랑을 꿈꿨다. 그를 위해 헌신하는... 그런데 요즘은 '쩨쩨한 로맨스'처럼 싸우기도 하고 쩨쩨하기도 한 사랑을 하고 싶다. 주위에서도 연애하라고 난리이긴 하다.

-4차원 기부천사. 연예인에게 행복한 이미지이긴 하지만 벽이기도 한데. 예전에는 이런 이미지를 버거워 하기도 했는데.

▶누가 나는 못된 게 매력이라고 했는데.(웃음) 친한 동생이 주위에서 내가 어렵다고 한다는 소리도 전해줬고. 모기도 어려워서 안무는 여자라고 하더라.(웃음) 사소한 것까지 좋아하는 게 명확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내 마음이 편하고 싶다.

-전작에선 '건어물녀'(밖에서는 꾸미지만 집에선 널브러지는 여자)라고 포장됐다. 최근에는 '차도녀'(차가운 도시여자)로 불리기도 하는데. 둘 중 어디에 가깝나.

▶어려운 질문이다. 잘 모르겠다. 모기도 어려워서 안무는 여자라지 않나.(웃음) 그냥 둘 사이에 있는 '신종녀'가 맞는 것 같다.

-영화에선 글로 섹스를 배웠다. 실제 최강희가 글로 배운 게 있다면.

▶사랑. 책을 많이 읽다보니. 사랑이란 게 책에선 다 환상이지 않나. 그런데 난 스위치가 없는 손난로 같다. 스위치를 똑딱 하고 누르면 확 따뜻해지는데 그런 스위치가 없는 것 같다. 아니면 잘 모르나.

-차기작은 드라마를 하는데.

▶그렇다. 이번에는 아주 평범한 역이다. 상대가 특이하니깐. 이제는 좀 평범해지고 싶다. 주위 어른들도 TV에서 보길 원하시고. 송은이 언니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그러셨다고 하더라. '강희, 요즘에 TV 안나오는데 얼마나 힘드니'라고. 아, 주위에서도 즐거워야 한다. 나도 즐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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