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에 밀린 대한민국영화대상이 원빈을 택했다.
18일 열린 제8회 대한민국영화대상이 원빈이 주연을 맡은 '아저씨'에 남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을 비롯해 촬영상,조명상,음악상,편집상,시각효과상 등 7개의 트로피를 안겼다.
올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아저씨'는 이번 시상식에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대량수상이 점쳐졌다. 대한민국영화대상은 1000명에 달하는 일반 및 전문심사위원의 투표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특성대로 그동안 인기를 모은 상업영화에 트로피를 몰아주곤 했다.
올해는 '아저씨'가 혜택을 톡톡히 봤다. 대한민국영화대상은 이창동 감독의 '시'에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안기긴 했다. 올해 대한민국영화대상은 작품성3, 상업성7의 선택을 한 셈이다.
의외의 선택은 없었다. 관객에 평가받진 못해도 시상식을 통해 재발견된 작품도 없었다.
홍상수 감독은 '하하하'와 '옥희의 영화'로 감독상과 작품상에 두편이나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에 그쳤다. 홍상수 감독은 '하하하'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할 만큼 해외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1996년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1998년 청룡영화상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이래 주요 시상식에서 철저히 외면 받았다. 부일영화상과 부산영평상, 영평상에서 트로피를 안겼지만 청룡, 백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대종상 등 빅4 시상식에선 환영받지 못했다.
올해 한국영화 중 가장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악마를 보았다' 역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최민식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트로피를 안기지 않았다.
대한민국영화대상은 지난해 예산부족으로 시상식이 사라졌다가 올해 다시 부활했다. 많은 영화인들은 대한민국영화대상 부활을 반겼다. 특성이 명확한데다 상금을 수여하는 것도 매력 중 하나로 꼽힌다.
우여곡절 끝에 부활한 대한민국영화대상은 그러나 시작부터 체면을 구겼다. 생방송으로 준비했다가 광저우 아시안게임 박태환선수 1500m 결승전 중계에 밀려 녹화방송으로 돌렸다. 수상자가 발표되는 결정적인 순간이 이미 알려진 뒤에 전파를 타는 어처구니없는 편성이 아닐 수 없다.
파업 등으로 준비기간이 짧아 12월 초에 열던 시상식을 11월로 돌린 것도 발목을 잡았다.
대한민국영화대상은 출범 당시 영화인들이 의심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 영화와 상관없는 거대 지상파 방송사가 영화까지 영향력을 넓히려한다는 의구심이었다. 그런 시선을 상대적으로 분명한 수상결과와 상금으로 되돌렸다.
과연 올해 대한민국영화대상은 제대로 부활했는지, '아저씨'가 읽는 '시'는 왠지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