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위)와 카라
올해 국내 가요계를 대표하는 남녀 그룹들이 대거 일본 진출을 알리며 큰 활약을 펼친 가운데 일본 연말 가요제에도 연이어 출전하는 등 의미 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빅뱅, 소녀시대, 아이코닉(아유미) 등은 20일 일본의 대표 음악시상식인 '일본 레코드대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빅뱅은 '우수상', 소녀시대와 아이코닉은 '우수신인상'에 뽑혀 인기를 입증했다.
소녀시대는 오는 12월4일 진행되는 후지TV FNS가요제에도 출연한다. FNS가요제는 일본 주요 연말가요제 중 하나. 소녀시대는 일본 인기 정상급 가수들이 서는 이날 무대에 국내 가수로는 유일하게 출연, 걸그룹 한류의 뜨거운 인기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어 21일에도 기분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스포니치 신문은 "제61회 NHK 홍백가합전에 인기그룹 빅뱅과 카라가 출전해 한류 대결을 펼친다"며 "두 팀의 출전은 올한해 일본 음악계를 북돋운 K-POP 열풍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남녀 가수가 'NHK 홍백가합전' 한 무대에 서는 것은 6년만의 일로 남녀 그룹이 나란히 대결을 펼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004년에는 이정현과 류가 각자 홍, 백팀에서 대결을 펼친 바 있다.
이로써 빅뱅은 일본 메이저 데뷔 2년만에 NHK 홍백가합전에 출전하게 됐으며 카라는 데뷔년도에 홍백가합전에 출전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올해 카라는 데뷔 싱글 '미스터'의 큰 인기로 인해 일본 열도에 엉덩이 춤 열풍을 이끌었으며, 최근 '점핑'도 인기 급상승 중이다.
스포니치 신문은 "2004년 이후 당시 열기를 떠올리게 하는 K―POP 인기의 최고조를 상징하는 한류 남녀 그룹의 격돌이 될 것"이라며 홍백가합전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이처럼 일본에서 부는 K-POP의 열풍는 6년전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와는 다른 양상이다. 단순한 열풍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평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K-POP 인기를 앞다퉈 보도하며 인기 요인을 분석, 나아가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는 경제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 현지화 전략? K-POP 콘텐츠 그대로 적중
일본은 미국에 이은 가장 큰 음악 시장이라 평가받고 있다. 역사가 깊은 만큼, 진입 장벽이 높았고 많은 가수들이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를 맛보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동방신기, 보아 등의 가수들은 약 5년전부터 한국의 콘텐츠를 일본 실정에 맞춘 프로모션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일본에 장기간 체류하며 현지 팬들의 입맛을 맞춘 셈이다. 이처럼 보아, 동방신기가 없었다면 걸그룹들의 일본에서의 성공도 결코 이룰 수 없었던 성과다.
빅뱅(위)과 포미닛
가요계 한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높았던 일본 시장이 K-POP에 대한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보아, 동방신기 등 앞서 진출한 가수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며 "이후 K-POP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일본 팬들이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K-POP의 우수한 콘텐츠가 일본 시장에 적중한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소녀시대, 카라의 경우도 그렇다. 이들의 일본 활동은 국내에서 비춰진 모습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소원을 말해봐' '지' 등의 대형 히트곡들이 일본어로만 바뀌어 불리고 있고, 멤버들의 각선미가 돋보이는 특유의 군무도 여전하다. 카라도 히트곡 '미스터'를 통해 보여준 '핫'한 엉덩이 댄스로 일본 팬들을 홀리고 있다.
이는 현지 작곡가로부터 곡을 수집해 일본 진출을 준비하던 이전 국내 가수들의 경우와는 다르다. 그만큼 K-POP 콘텐츠의 우수성이 인정을 받았고, 국내 가수들의 퍼포먼스와 노래들은 일본 가수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콘텐츠이자 산업으로 평가받게 됐다.
◆ 일본에는 아줌마팬만? 젊은 女심 사로잡았다
일본 여성 팬들의 강력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모닝구무스메, AKB48 등 일본 내 대부분의 걸그룹이 귀여운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이들은 섹시한 매력과 동시에 걸그룹 특유의 신선한 분위기를 앞세워 현지 팬들과 언론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뇌쇄적인 눈빛으로 시건방춤을 추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뜨거운 퍼포먼스도 현지의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번에는 배용준의 부드러운 웃음에 열광하던 아줌마팬들이 전부가 아니다. 걸그룹 한류에 열광하는 이들 대부분은 10대~20대의 젊은 여성팬들로 한국 가수들의 몸짓, 말투 하나하나를 따라하며 '워너비 스타'를 외치고 있다.
최근 NHK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 '클로즈업 현대'는 한국 걸그룹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에 대해 보도하며 이들의 인기요인도 분석하기도 했다. 우선 이들은 반복되는 후크가 돋보이는 노래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군무를 한국 걸그룹들의 매력적인 점으로 꼽았다. 취재진은 SM엔터테인먼트를 직접 방문해 "아이돌 산업이 엔터테인먼트, 한국 경제를 이끄는 '소프트 파워'"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브라운아이드걸스 등 국내 걸그룹들은 중장년층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던 한류 문화를 10~20대 젊은 층까지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들의 활발한 활약에 빅뱅, 동방신기 등을 시작으로 분 남성 아이돌 그룹들까지 일본진출에 탄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아이돌이 일본에서 통했다. 차트를 점령한데 이어 일본의 대표적인 음악 시상식의 초청도 줄을 잇고 있다.
일본 권위의 음반차트 오리콘과 일본 언론들은 매일같이 한국 가수와 관련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고, 후배 가수들의 일본 진출도 내년에는 더욱 활발해진 전망이다. 이는 SG워너비, 바비킴, 김범수 등 비 아이돌 가수들의 진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뜨거운 경쟁이 일본에서의 값진 성과로 이어진 올해 가요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