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이 드라마 처음엔 이럴 줄 몰랐다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2010.11.24 11:31


이 드라마, 처음엔 이럴 줄 몰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리 큰 기대도 없었다고나 해야할까? 일단 화제만발이었던 ‘동이’란 사극과 경쟁하게 되고, 얼핏 보니 배경이 1970~80년대였고, 그래서일까.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음... 좀 올드한 내용일 것 같아. 그 당시 배경으로 했던 수많은 드라마들과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배우들은 모두 역량있는 사람들이기 하지만, 속된 말로 요즘 확 뜬 신생 스타도 없었고, 오랜만에 대대적인 이슈를 만들며 컴백한 스타도 없었기 때문에, ‘00 나오니까 한 번 볼까나?’하는 자극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모든 예상이 확 빗나갔다. 5월에 첫방송을 시작한 이후, 6개월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시청률은 30%를 넘어섰으며, 내용 또한 ‘명품 드라마’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말이다. 이 드라마,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자이언트’다.


◆ 캬~ 탄탄한 구성과 내용이 뒷받침된 대본이 명품일세.

매회 내용, 매 신을 볼 때마다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극의 내용들 때문에 말이다. ‘자이언트’는 어떤 한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리고, 극의 주인공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주.조연을 통틀어서 모두가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대부분의 지루한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언제나 이야기는 주인공 중심으로만 돌아간다. 그래서 주인공 2~3명의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지루하고, 좀 재미있으면 볼 만하다가 그밖의 인물들이 어쩌다 등장하면 심심~해지는 경우가 꽤 있다.

그래서, 주인공들 이야기가 아닌 장면은 얼른 물 한 컵을 마시러 주방에 갔다오거나, 참았던 볼일을 보러 화장실을 달려가기도 하는 쉬는 시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이언트’에서는? No, No, No, 그런 일 절대 있을 수 없다. 어찌나 사건들이 긴박하게 돌아가는지 잠깐 한눈이라도 팔면 슝~ 지나가버리니 그럴 시간이 없다. 한 회에 한 사건만 있는 것도 아니다. A이야기가 좀 진행되는가 싶으면 갑자기 B의 이야기도 쑥~ 들어와 한 방 치고 빠지니, 한눈은커녕, 다른 생각조차 할 틈이 없다 이 말이다.


여기에서 대본의 힘이 느껴진다. 작가는 ‘부모에 대한 형제의 복수’라는 큰 주제 속에 어떻게 저리도 많은 이야기들을 담았을까, 하는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요즘 흔히 말하는 ‘막장’처럼 복수가 악랄하고 잔인하게 그려지는 것도 아니다. 그 안에는 의리도 보이고, 사랑도 보이고, 정의도 보인다 이 말씀. 어디 이뿐인가. 사건이 이렇게 진행될라나, 싶으면 갑자기 저렇게 해결되버리니 그 반전의 맛 또한 쏠쏠하다.

◆ 단 한 명도 빠지지않고 모두 명품 연기, 모두가 명배우다

그렇담, 대본만 훌륭하다고 끝난 일인가? 예전 배우 황정민의 그 유명한 수상 소감이 있다. ‘저는 스태프들이 잘 차려놓은 밥상 위에 숟가락만 잘 얹어놓았을 뿐입니다.’하는. 그렇다. 스태프들이 밥상 잘 차려놓는 거 중요하다. 하지만, 배우가 숟가락으로 잘 퍼줘야하는 거 또한 중요하다. 엄한 남의 밥상에 숟가락질하면 큰일 난다 이 얘기다.

하지만, ‘자이언트’의 배우들에겐 그런 일 절대 없다.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한 회에 한번 정도 가끔 나오는 배우든, 모두들 명품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심하게 착각하게 된다. 이범수가 아니라 이강모같고, 이덕화가 아니라 황회장같고, 정보석은 불과 몇 달전 ‘지붕킥’의 어벙한 사위가 아니라 진짜 악랄한 조필연같고, 유사장은 진짜 황정연 엄마 같고, 김정현은 딱 황정식같을 것 같고... 아이고 숨차다. 이문식도 그냥 박소태, 그 안에 등장하는 정치인들과 사채업자들은 모두 진짜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말이다.

일일이 다 얘기 못한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관계상 지면에 못썼을 뿐이다. 어쨌든 이렇게 착각하는 이유야 뭐,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들이 모두 완벽한 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연들뿐아니라 조연들이 등장해도 숨죽이며 몰두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

여기서 결론!

명품 드라마는 운이 좋아서, 당대 최고 인기 배우가 있어서 되는 게 아니다.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명연기가 만났을 때 ‘명품’이라 부를 수 있다. 때문에, ‘자이언트’의 뒷심이 점점 더 발휘되는 게 아닐까.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도가 어떻게 해결될지... 종영되는 그 날까지 눈을 떼지 못할 듯하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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