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 홈페이지
MBC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제3편 '아프리카의 눈물'이 3일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전작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이 얻어낸 높은 인기로 인해 한층 큰 부담을 짊어진 상황.
그러나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만나고 온 제작진의 눈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시청자들이 상상하는 아프리카, 그 이상을 보여주리라는 확신이다.
격동의 땅 아프리카에서 인류를 향한 지구의 메시지를 듣고 온 '아프리카의 눈물' 공동 연출자 장형원·한학수 PD를 만났다.
'북극의 눈물'이 보여준 순백의 세계, 녹색의 열대우림이 우거진 '아마존의 눈물'과 상반되게 '아프리카의 눈물' 예고편은 그야말로 원색의 향연이었다. 피와 총이 등장하는 이번 다큐의 예고편은 제작진이 겪었을 고생을 상상하게 했다.
장 PD는 "사서 고생을 한 것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구의 다큐멘터리 제작진들은 가능한 위험에 접근을 하지 않으려 한다. 밤이 늦어지면 정해진 시각에 맞춰 촬영을 접고 철수했다. 그러나 한국 제작진들은 조금 더 화면에 담고 싶은 마음에 더 늦은 시간까지, 더 가까이 가곤 했다"고 밝혔다.
한 PD 역시 "영국 BBC 다큐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부족민에 깊숙이 들어가 촬영하진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해외 유수의 다큐 제작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스케일 큰 화면으로 승부를 보려고 할 때 우리는 헝그리 정신으로 더욱 그들의 문화에 깊숙이 들어가고 부족민과 밀착했다"라고 말했다.
덕분에 세계 최초로 카로족의 성인식인 소 뛰어넘기 전 과정 촬영에 성공했다. "사전 답사를 위해 갔을 때 소식을 접했다. 카로족은 새끼를 꽈 매듭으로 성인식 날짜를 표시하는데, 그 정보를 입수했다. 부족장을 무려 6번 찾아 간신히 허락을 받았다"는 한 PD의 말에서 더 생생한 장면을 담기 위해 애쓴 제작진의 노고가 느껴졌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물'이었다. 한 PD는 습기가 많고 각종 벌레의 위험이 큰 동부아프리카, 장 PD는 50도를 웃도는 서부아프리카의 사막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어느 쪽이든 항상 물 부족에 시달렸다.
말리 코끼리를 따라 사막을 건넌 장 PD는 "한 번 출장을 갈 때 1.5리터 12개들이 박스를 60개 정도 챙겨갔다. 총 세 번을 갔으니 150~180박스 정도는 가져 간 것 같다"며 "50도에 이르는 사막에서 물은 금세 뜨거워졌다. 뜨거운 물이라도 먹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한 PD도 "현지어로 '아만이만'이란 말이 있다. 해석하자면 물은 생명이라는 의미"라며 "간혹 강물로 만든 술을 먹거나, 강물로 설거지한 그릇에 음식을 먹으면 어김없이 수인성 질병에 시달렸다"며 "나중엔 부족민들도 우리가 내성이 강하지 않는 걸 알고 배려를 하더라"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어딜 가나 질병의 위험, 물 부족, 총격, 테러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기온이 습한 동부 아프리카 쪽에 촬영을 진행한 한 PD는 "1~2인용 텐트에서 30도가 넘는 밤, 덥지만 모기가 무서워 입만 텐트 밖으로 내놓고 담배를 피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 스태프는 말라리아 걸리기도 했다. 카메라맨은 벼룩에 물려 물집이 생길 정도였다"면서 "그래도 전갈이나 뱀도 많았는데 그 피해는 없었다"라고 다행스럽다는 듯 말하는 그의 모습이 오지 촬영의 위험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가족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PD는 "아무래도 한 번에 78일씩 떠나 있으니까, 걱정을 많이 했다. 부인이 양해를 해 줘서 갈 수 있었는데, 애들은 조금 놀란 것 같다"며 "유치원생인 아이가 처음엔 잘 다녀와 하더니 그렇게 멀리 갈 줄 몰랐나 보다. 요즘엔 출근할 때마다 '아빠 몇 밤 자고 와'라고 물어본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힘들기도 했지만 '지구의 눈물' 어느새 3번째 시리즈인만큼, 동료들의 노하우 전수도 도움이 됐다.
장 PD는 "물을 정수해 먹는 법, 화장실 만드는 법, 강물을 걸러 샤워하는 법, 벌레 물리면 어떤 약이 좋고, 장조림은 어떤 게 맛있다 등 실생활에 관련된 조언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 아프리카는 아마존의 열대우림과 환경이 달랐지만, 장비 관리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 줬다"며 "특히 물티슈 많이 가져가라던 충고는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눈물'에서 원숭이 고기를 먹고 힘겨워하는 제작진의 모습이 등장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도리어 한국에서 공수해 온 음식을 선물로 줬다고.
장 PD는 "준비해간 통조림이나 화장품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한 마디로 뇌물이었다. 아랍 문화권에 속해 여성들이 특히 외부인의 접근을 부담스러워했다"며 "이런 식으로 부족민들과 가까워지면서 촬영을 했고, 해외 제작진들이 '어떻게 풀라니족 여성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찍었나'라며 놀라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물 부족으로 남아공에 스며든 모잠비크 이주 노동자와의 갈등 등 부족 간 분쟁과 외국인 혐오에 대해서도 최초로 카메라에 담았다. 그간 남아공의 제노포비아는 지난 2008년 남아공에서 불타 죽은 모잠비크인의 사진 한 장으로 알려진 것이 전부였다.
한 PD는 "이 사건 또한 결국은 지구 온난화가 가져온 재앙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물 부족은 결국 가축을 죽게 했고, 먹고 살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나라로 이동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것. 우리는 이 같은 아프리카의 현실을 조명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307일간 제작진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의 눈물'이 품고 있는 '눈물'이란 '격동'이었다. 한 PD는 "온난화가 가져온 영향에 대해서 북극이 경고했다. 이후 아마존에서는 파괴되지 않은 밀림의 모습이 어떤가에 대한 동경을 심어 줬다"며 "우리는 조금 더 리얼한 사회로 들어가 어떤 격동을 겪고 있는가. 개인들은 그 속에서 어떤 애환을 겪으면서 사는가를 보려주고자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활화산 같은 격동을 겪고 있는 땅, 아프리카에서도 제작진은 희망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한 PD는 "분쟁 속에서도 사랑은 싹트기 마련이다. 이번 다큐에서도 오모 계곡에서 초지를 둘러싼 갈등의 상황에 결혼이 늦어진 노총각과 처녀의 러브 스토리가 등장 한다"고 예를 들어 보였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환경 파괴로 격동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다룬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 사람들 나름대로 삶을 바꿔나가고 있다. 거창한 희망은 아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도 계속되는 그들의 삶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