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의 트렌디한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었다.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는 고리타분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였을까. 기대만큼 걱정도 컸다. SBS가 창사 20주년을 맞아 기획했지만 이 드라마가 중년 시청자들을 넘어 2,30대 젊은 층에도 어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날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막강 뒷심을 발휘한 '자이언트'는 먼저 전파를 타 시청률을 선점한 MBC '동이'를 누르고 월화극 1위에 오른데 이어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올 하반기 화제작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종영을 하루 앞둔 '자이언트'가 남긴 것을 살펴봤다.
◆역전은 꿈이 아니다
'자이언트'가 방송가에서, 특히 SBS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먼저 전파를 타 시청률을 선점한 드라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히, 끈기 있게 자신의 길을 걸었고 급기야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자이언트' 방송 초반 많은 방송가 사람들은 '과연 되겠냐'는 말을 많이 했다. '대장금'이란 대작을 만든 이병훈 PD가 동시간대 경쟁작 MBC '동이'의 메가폰을 잡았고 이미 시청률까지 30%에 육박했다.
패색이 짙어 보였다. 하지만 단합과 뚝심으로 밀고 나간 끝에 '자이언트'는 '동이'를 눌렀고 막강 뒷심을 대표하는 역전의 드라마가 됐다. SBS 드라마국 허웅 국장은 "'자이언트'는 성적으로도 증명했고 성적과 관계없이 성공한 드라마"라며 극찬했다.
◆이문식·송경철·임혁..우리도 있다!
최근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새롭게 선보이는 드라마엔 남녀주인공과 그들과 얽히고설킨 러브라인을 이어가는 인물들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이언트'는 남녀주인공뿐 아니라 중견 조연을 대거 등장시켰고 이들이 드라마가 사랑받는데 한몫했다.
이문식 송경철 임혁 문희경 등 이들의 맛깔스런 연기가 있기에 지금의 '자이언트'가 있다.
'배신자'에서 이강모(이범수 분)의 심복으로 다시 태어난 박소태 역의 이문식과 박소태와 함께 강모 옆에서 힘이 되고 있는 남영출 역의 송경철은 구수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한다. 큰돈으로 정계는 물론 재계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백파' 임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색다른 볼거리였으며, 죽음으로 극을 떠난 '황태섭의 아내' 오남숙 여사를 열연한 문희경도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이다.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중견 연기자들이 적재적소에 배치,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이범수·정보석·주상욱..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
배우는 역시 연기로 말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조연들의 열연과 함께 선악을 떠나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100% 소화해 낸 주연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자이언트'를 살렸다.
이범수, 정보석, 주상욱, 박상민 등 핵심 인물들의 싱크로율 100%에 가까운 연기는 소름 돋을 전율을 선사하며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 했다.
특히 모든 사람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악인' 조필연을 연기 중인 정보석은 "앞으로 나를 두려워할 정도로 잔인하게 변할 것"이라는 약속을 완벽히 수행하며 악역 연기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 만난 주상욱은 "모든 출연진들이 이런 작품을 또 언제 만날 수 있겠냐며 최대한의 것을 뽑아내고 있다"며 "모든 출연진이 이 작품을 통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