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달력, 돈들여 왜 사요?"

그가 '무한도전' 달력을 돈주고 사는 이유

김현록 기자  |  2010.12.07 13:33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달력이 올해도 대박 행진이다. 지난달 19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무한도전' 달력은 5종 1만 세트가 단 하루 만에 매진된 데 이어 지난 5일까지 무려 60만 부가 팔렸다.


지난해 전체 판매부수 53만부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무한도전'의 달력 프로젝트는 4년째 대박 행진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이 팔렸다.

대학생 시절부터 '무한도전'의 열혈팬인 회사원 김모씨(30)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무한도전' 달력 구매 버튼을 클릭했다. 그가 돈을 주고 산 첫 달력이 '무한도전' 달력이다. 그에게 왜 '무한도전' 달력을 사는지 물었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맨 처음에 한정 판매할 때는 매진돼서 못 샀어요. 그 뒤로는 잘 사고 있지요. 뻔한 달력이 아니잖아요. 의미도 있고요. 4000원 주고 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디 달력 뿐이랴. '무한도전'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다. '무한도전'의 각종 캐릭터 상품이 출시돼 판매되고 있고, 쵸코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까지 나왔다. 강변북로가요제 음반과 음원은 기존 가수들을 심각하게 위협할 만큼 히트했을 정도다.


리얼버라이어티의 원조로 지금의 체제가 자리잡은 이후 별다른 멤버 변동 없이 5년을 이어 온 '무한도전'은 '팬덤' 가까운 고정팬이 활동하는 대표 예능프로그램이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버릇없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너무나 다정하게 주고받는 '무한도전'의 출연진, '아는' 사람들끼리는 자막 한 줄만 봐도 통하는 화법은 그러나 시청자들과 프로그램의 간격을 최소화한다.

이들 고정팬은 '무한도전' 달력의 충실한 구매자이기도 하다. 출연진과 제작진을 '너희들'이 아닌 '우리들'로 받아들이는 이들 팬들은 연례행사처럼 달력을 산다.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게시판에는 최근 배송을 시작한 '무한도전' 달력 인증샷이 이미 빼곡하다.

하나의 달력을 완성하기 위해 1년간 공을 들이는 '무한도전' 달력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무한도전'은 명화나 사진으로 채워진 따분한 달력을 넘어선 독특하고 위트 넘치는 달력으로 세간에 인기 몰이를 했다. 이는 달력을 '매년 받는 공짜 사은품'이 아니라 '돈 주고 사는 팬시상품'으로 바꿔놓았다. 짝퉁까지 나왔을 정도다.

달력의 인기가 매년 높아지며 달력 사진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는 뉴욕에서 촬영을 했고, 올해는 각종 패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초창기 멤버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었던 달력 사진을 올해는 오중석, 보리 등 톱 사진작가들이 촬영했다.

이 과정은 '무한도전' 본방송을 통해 몇 주간 전파를 타며 1석2조의 효과를 낸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해 사진과 달력의 뒷이야기에 웃고, 그 깨알 같은 재미가 담긴 달력은 또한 색다른 의미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그 자체는 위력적인 광고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한다.

여기에 달력 수익금 '일부'가 아닌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무한도전'의 통 큰 기부를 빼놓을 수 없다. 달력을 사는 것이 곧 기부가 된다는 인식은 짠돌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연말 시즌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달력 특집'이 결코 '달력 장사'가 아니라는 점은 프로그램의 운신에도 큰 힘이 됐다. '무한도전'은 기꺼이 달력 판매 내역과 그 수익의 사용처를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신뢰에 보답했다.

2011년의 달력 또한 마찬가지다. 60만이 산 것은 달력이 아니라 '무한도전'과의 시간과 추억, 작은 기부의 기쁨이 아닐까. 그럴듯한 여장을 소화한 '날유', 찰리 채플린이 된 '거성'의 저력, '상꼬맹이'의 톱스타 놀이…. '무한도전' 달력이 도착하길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은 달력 한 장 한 장에 깃듯 깨알 같은 재미를 곱씹으며, 내년 한 해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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