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영화는 비록 1000만 영화는 실종됐지만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았다. 관객들이 사랑한 영화들을 올해의 OO로 정리했다.
◆올해의 대사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아저씨', 원빈)
극중 태식(원빈 분)이 만석(김희원 분), 종석(김성오 분) 형제를 쳐부수러 가며 분노에 차 전화로 던지는 대사. 김제동이 SBS '런닝맨'에서 유재석에게 "넌 네 일만 생각해? 난 오늘을 생각해"라고 하는 등 숱한 패러디 물을 낳았다. 이밖에도 '의형제' 송강호의 "형이라고 한 번 불러봐", '이끼' 정재영의 "니는 신이 될라 캤나? 나는 인간이 될라 캤다!", '방자전' 송새벽의 "저는 목표가 뚜렷해요" 등의 대사가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의 으악
인분을 미친 듯이 뒤지는 연쇄살인마 장경철.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
가는 곳마다 수현(이병헌 분)에게 발각돼 처절한 복수를 당하던 장경철(최민식 분)은 몸속에 위치추적 장치가 있음을 알고 이를 찾기 위해 대변을 뒤진다. 실제처럼 리얼하게 묘사된 인분도 인분이지만 미친 듯이 그 속을 헤집는 경철의 모습이 단연 압권. 이외에도 '아저씨'의 눈알이 굴러다니는 장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낫질 장면 등 핏빛 영화들이 스크린을 점령한 통에 '뜨악'한 장면이 많았던 2010년이었다.
◆올해의 1분
태식이 거울을 보며 스스로 머리를 미는 장면. ('아저씨', 원빈)
태식이 만석, 종석 형제에게 쳐들어가기 전 전열을 가다듬는 신으로 원빈의 눈부신 미모가 빛을 발한 장면이다. 거침없이 클리퍼로 머리를 미는 손놀림과 탄탄한 식스 팩, 그리고 꽃다운 그의 외모는 여성관객들의 비명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외화 중에서는 '인셉션'의 마지막 쓰러질듯 쓰러지지 않는 토템 팽이가 관객들의 집중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올해의 반전
천용덕 이장(정재영 분)의 집에서 류해국(박해일 분)을 바라보는 영지의 마지막 웃음. ('이끼', 유선)
극중 마지막 장면으로 원작인 인기 웹툰과는 다른 결말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영지가 대영주의 성과도 같은 천 이장의 저택에서 류해국을 바라보며 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는 모든 것이 영지의 음모일지 모른다는 암시와 함께 관객들이 결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게 했다. 이외에도 '의형제'와 '아저씨'의 강동원, 원빈이 모두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다는 점. '초능력자'의 고수도 사실 초능력자 였다는 것 등이 관객들에게 의외의 놀라움을 선사했다.
◆올해의 우윳빛 속살
발칙한 춘향이로 300만 관객을 혹하게 한 '방자전'의 조여정.
과연 춘향이였다. 이도령으로는 성이 안 차 방자를 사랑했던 춘향 조여정은 농도 짙은 베드신으로 '청순 글래머'의 매력을 십분 발산했다. 농도짙은 베드신도 물론이지만 반투명 저고리 사이로 비치는 속살이 더 섹시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향단이 류현경, 첫 3D멜로를 지향했던 '나탈리'의 박현진,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인 '두 여자'의 신은경 등이 경쟁을 벌였다.
◆올해의 발견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배우, 감독, 그리고 영화 그 자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단연 올해의 발견이다. 외딴섬에 살던 여인의 핏빛 복수극을 담은 영화는 투자부터 개봉까지 순탄한 길이 하나 없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올해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대되며 먼저 주목받았고, 각종 영화상을 휩쓸며 올해 가장 걸출한 저예산 영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개의 여우주연상을 받은 서영희, 신인감독 장철수 또한 새롭게 조명받았다. 신선하고도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작은 영화의 큰 힘을 제대로 보여준 올해의 작품으로 기억될 만 하다.
◆올해의 도플갱어
영화 '초능력자'의 리틀 강동원 양경모.
다들 강동원의 조카나 되는 줄 알았다. 양쪽이 묘하게 다른 큰 눈, 다부진 입매, 긴 팔다리. 영화 '초능력자'에서 강동원이 맡은 초인의 아역으로 등장한 양경모 군 이야기다. 짧은 등장이었지만 다들 '기가 막힌 싱크로율'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아니나다를까, SBS '진실게임'에 강동원 조카로 등장했던 양형모군이 경모 군의 친형이라고. 영화 준비 도중 키가 10cm나 커버린 형을 대신해 행운의 배역을 거머쥐었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 그의 10년 뒤가 기대된다.
◆올해의 미친 존재감
강동원. (영화 '전우치', '의형제', '초능력자')
두 말이 필요없다. '전우치', '의형제'로 올해 일찌감치 1170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초능력자'로 2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강동원은 3타석 3안타에 성공한 올해의 '위너'다.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여성 관객들의 시선을 온전히 사로잡는 그의 존재감을 누가 당하랴. 장난꾸러기 도사, 과묵한 북한 간첩을 넘어 택한 배역이 눈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초능력자'라니, 심히 적절하다.
◆올해의 눈물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서영희. 제8회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가슴 찡하고 솔직한 수상 소감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서영희는 "다른 사람들은 한계단 올라가는 게 쉬워 보이는데 왜 나는 높고 험난할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가 자질이 없나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이번에 배우로서 인증해주신 것 같아 기분좋고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올해의 선물
'부당거래' 글램락 마이애미 컬렉션 GR10143. 조폭이 검사에게 전하고, 다시 검사가 기자에게 전한 시계. 이 시계는 검은 돈이 돌고 도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전한다. 기자간담회에서 "마지막에 기자에게 시계가 전달된 것을 보아 류승완 감독의 언론관이 들어난다"는 질문이 나오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