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의 야심작 '황해', 악마를 위한 나라는 없다

전형화 기자  |  2010.12.21 09:50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상업영화 '황해'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황해' 시사회가 열렸다. '황해'는 '추격자'의 나홍진, 김윤석,하정우가 다시 만난데다 1년여에 걸친 촬영 등으로 각가지 소문이 자욱했다. 그런 탓에 이날 시사회에는 300여 취재진 및 영화 관계자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공개된 '황해'는 나홍진 감독의 영화적 야심이 물씬 담겨있는 수작이었다.

'황해'는 중국 연변에 살고 있는 구남(하정우)이 한국에 돈 벌러 간 아내가 소식이 없자 살인 청부 의뢰를 받아들여 한국으로 들어온다. 밀입국으로 들어온 구남은 그러나 살해할 대상이 다른 사람에게 죽으면서 조직폭력배와 그에게 살인 의뢰를 한 연변의 면가(김윤석) 일당, 그리고 경찰에게 쫓기게 된다.


기승전결, 네 단락으로 나뉜 영화는 2시간 36분을 영리하게 분할하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각각의 단락이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마치 오르락내리락하는 롤러코스터처럼 서스펜스를 유지한다. 나홍진 감독은 재능을 입증한 '추격자'처럼 '황해'에서도 폭력의 대비로 스릴러라는 장르를 요리한다.

면가를 정점으로 한 연변 폭력배들이 도끼와 뼈다귀를 휘드르는 원시적인 폭력에 회칼로 무장한 한국의 조직 폭력배들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나홍진 감독은 폭력과 폭력의 대결에서 원시적인 마초성에 손을 든다. 그 과정은 고어에 가깝다.


폭력 사이에 낀 구남의 여정은 아내를 찾는 오딧세이의 여정에 가깝다. 한국 지리도 모르는 그가 세 조직에 쫓기면서도 아내를 찾는 모습은 영화 초반 서사를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내를 찾는 여정이 실종되고 살인을 의뢰한 당사자를 찾으려 하면서 '황해'는 중요한 서사의 한 과정을 잃는다. 가장 절정이어야 할 마지막 단락이 서둘러 마무리하듯 내달리는 건 빠진 서사의 한 축을 다른 축으로 갈아 끼면서 생긴 불협화음이다.

그럼에도 나홍진의 야심은 성공했다. 황해라는 제목이 전하듯 황량한 주변부의 감성이 대도시에 섞이면서 발생하는 이물감을 극대화했다. 사운드와 편집의 리듬은 영화에 긴장과 이완을 더한다. 특히 후반부 이어지는 자동차 추격신은 비주얼이 감성을 대변하는 영화적인 상상력이 구현된 국내에서 좀처럼 벌 수 없는 명장면이다.

하정우와 김윤석, 두 배우의 존재감은 화폭에 그려진 용의 두 눈동자다. 연변판 대부로 느껴지는 김윤석의 존재감은 그의 과거까지 궁금하게 만든다.

'황해'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황량함과 '악마를 보았다'의 고어가 전하는 불쾌함을 '다크 나이트' 식의 전개로 풀어낸 작품이다. 악마를 위한 나라는 없다고 할 만하다.

나홍진 감독은 동시대 한국적인 서사를 포기한 대신 장르의 특성을 극대화했다. 불쾌할 만큼 폭력적인 조선족에 대한 묘사는 할리우드 영화에 미국으로 살인 의뢰를 받은 멕시칸 갱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나홍진 감독은 '황해'를 '추격자'처럼 그 여인이 죽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대신 거리두기를 통해 장르적인 쾌감으로 관객을 끌고간다. 긴 러닝타임과 몰입하기 힘든 캐릭터들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황해'는 박찬욱 봉준호가 이뤄낸 장르적인 성공에 대한 나홍진의 야심이 느껴진다. '올드보이'의 장도리 대신 개뼈다귀, '살인의 추억'의 불협화음 등이 담겨있다. 나홍진 감독은 장르와 비주얼의 극대화로 동시대 한국을 건너뛰는 듯한 행보를 시작했다. 이제 두 편을 만든 나홍진을 할리우드에서 찾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청소년관람불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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