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석ⓒ양동욱 인턴기자
남희석이 지상파 프로그램 MC를 하나도 안 하고 있다니. "유학 갔나? 몸이 아프나? 쉬고 있나" 했더니 케이블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만났다. tvN '만장일치 퀴즈쇼 트라이앵글', '네버랜드', 코미디TV '빠삐용' 등 줄줄이 하고 있다.
그런데 다 케이블 프로그램만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톱 MC로 분류되는 남희석이 케이블 프로그램만 출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정 감사에서 남희석의 고액 출연료가 문제가 됐을 정도니, 기자의 호들갑은 당연할 일 아닌가.
이에 남희석은 침착하게 답했다. "내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최근 지상파에서 들어오는 프로그램들은 재미도 없고 나랑 잘 맞지 않을 것 같았다."
화려한 수식어도 없고 포장하려는 명분도 없었다. 그냥 재미도 없고, 맞지 않을 것 같아서란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시간 동안 시시껄렁한 잡담을 하는 것 같아도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하게 전달할 줄 아는 그의 언변에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어 안하는 이의 여유가 보였다.
그게 그가 사라진 서태지와 아이들, 잼, 솔리드의 전성기부터 소녀시대, 2PM이 있는 지금도 존재하는 이유다.
남희석ⓒ양동욱 인턴기자
▶나는 물론 우리 아내도 가장 재밌어 한다. 내가 아이들 빼고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해봤다. 외국인 출연자들 놓고도 해보지 않았나. (웃음) 근데 '트라이앵글'은 정말 변수가 많다.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식이 잔혹하다. 모르는 세 사람이 출연해 함께 힘을 모아 퀴즈를 풀다가, 마지막 상금 6:3:1로 나누는 부분에서는 서로 더 상금을 갖겠다고 하지 않나.
▶6000여 만 원이나 상금이 모였는데, 세 명이 결국 합의를 못해 한 푼도 못 가져간 경우도 있다. 첫 방송하고 가장 독한 에피소드는 아직 방송도 못했다. 한 8회 정도에 한다고 하더라. 우리 프로그램의 목적은 최대한 돈을 많이 가져가는 것이 목적이다.
-심리 퀴즈쇼라 해도 될 것 같은데, MC의 역할이 중요하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퀴즈 대한민국'이나 '도전! 골든벨' 류가 아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이 만장일치로 합의를 본 뒤 답을 정하고, 상금도 자기들이 정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출연자 간에 마찰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난 MC로서 객관적이고 방관하는 것 같지만 그 마찰을 완화시키고, 때로는 키우는 그런 역할을 한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는데.
▶우리 아내는 일 년에 옷 세 벌 사는 사람이다. 검소하다 못해 궁상맞다는 말이 맞다. 그런 아내가 주유소 기름 넣을 때 미터기처럼 돈이 떨어지는 퀴즈쇼를 보니, 재밌어 하지 않겠는가.
-아내가 많이 조언해주는 편인가보다.
▶우리 아내는 최고 MC로 살 때 그 정점에서 만났다. 그때 수줍게 나한테 '사인 한 장 부탁할게요'라고 말하는데, 보는 순간 마음이 철렁하더라. 그리고 서세원 선배 와이프인 서정희 씨가 "결혼 기사 1면에 실릴 때 결혼해"라고 하길래, 결혼하고 스포츠지 1면에 다 실렸다. 그리고 안면마비 증상을 겪고, 다시 재기했다. 그것을 모두 옆에서 함께 했던 사람이다. 당연히 나에 대해 많이 알고 내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모니터해주는 편이다.
-안면마비 증상이라. 어느 정도였나?
▶8개월 동안 겪었는데 표정이 한결 같은 것이다. 내가 명색이 '하회탈'란 별명을 갖고 있는 개그맨인데 웃을 수도 없고, 찡그릴 수도 없고, 말도 할 수 없더라. 방송을 모두 쉬고 집에서 가만히 있었다. 아내가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도 안 하더라. 그때 채팅을 하다가 이지선을 만났다.
-이지선이라면 대학교 때 전신화상을 입고 '지선아, 사랑해' 책 쓴 그 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이지선과 채팅을 하게 됐다. 그리고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는데, 그때 내 고통은 이지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되더라. 그 뒤로는 내가 어떤 고통을 당한다고 해도, 어떤 고민이 있다고 해도 세상에 감사하며 살게 되더라. 전신화상 입은 사람도 그렇게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데. ☞ 인터뷰②
남희석ⓒ양동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