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왕? 선구자? 심형래, 스스로를 말하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0.12.24 15:14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영구, 아니 심형래가 돌아왔다. '디 워' 이후 3년만에 새 영화 '라스트 갓파더'를 29일 선보인다. 그는 '디 워'가 개봉했을 때 대부 아들이 영구라는 설정으로 차기작을 만들겠다고 '구라'(?)를 쳤다.


죽은 말론 브란도를 CG로 살리겠다는 둥 이번에도 할리우드에서 선보인다는 둥 그의 '구라'는 '구라'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심형래는 '라스트 갓파더'를 만들어냈고, 미국 개봉도 앞두고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예고편은 '디 워' 때와는 달리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구라'를 어떻게든 현실로 만들어내는 진정한 '구라왕' 심형래를 만났다. 그에게 제작자 심형래, 감독 심형래, 배우 심형래, 그리고 인간 심형래에 대해 물었다.


-'디 워' 때도 그랬지만 '라스트 갓파더'도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한국수출보험공사에서 첫 문화수출보험으로 '라스트 갓파더'를 선정했을 때 시나리오도 없는 작품을 선정하는 게 말이 되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그 때도 사람들이 비웃긴 했다. 영구가 알고보니 '대부' 말론 브란도의 숨겨둔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한다고 했더니 말들이 많았다. 나도 말론 브란도 초상권이 그렇게 비쌀 줄도 몰랐고. 하지만 이미 그 때 우리 스태프들은 미국에 오가면서 차곡차곡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 믿는 사람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단 직접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디 워'가 과연 돈을 벌었냐, 수익이 얼마냐란 소리도 많았는데.

▶얼마나 벌면 한국 사람들이 만족할까? '디 워'가 있었기에 '라스트 갓파더'를 만들 수 있었다. 하비 케이틀 같은 배우도 '디 워'가 있었기에 캐스팅할 수 있었다. '디 워' 때 그렇게 연기 못한다고 하는 배우도 캐스팅하기가 힘들었다. 이번에 스태프들이 '저 사람이 LA 다운타운 막고 탱크 가져와서 영화 찍은 사람이냐'고 자기들끼리 하는 소리를 하비 케이틀이 전해 주더라.

내가 이야기하면 황당하다고 한다. 하지만 '디 워'가 있었기에 할리우드에서 신뢰를 하고 이 작품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돈을 얼마 벌었냐고 한다면 난 이번에 두 번째 영화를 미국으로 갖고 간다고 답하겠다.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가 미국에 처음 갔을 때 돈 벌었나. 지금은 어떤가.


-미국 배급사와 개봉을 놓고 막바지 조율 중인데. 내년 여름에는 할리우드 대작이 많고 코미디인데다 한국에서 지금 개봉하는 것을 보면 늦어도 내년 1월 말에는 미국에서 개봉한다는 소린데.

▶맞다. 조금 있으면 발표할 것이다. 이번에는 개봉 규모를 보수적으로 할 생각이다. '디 워' 때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준다. 그 때는 무조건 크게 개봉해야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마케팅 비용까지 계산하게 된다. 또 미국은 영화 성적에 따라 점점 관이 늘기도 하지 않나. 이걸 그 때 알았으면 '디 워' 때는 좀 더 좋은 방식으로 했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디 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차기작으로 '추억의 붕어빵'을 3D로 만들겠다고 2년 전에 밝혔는데. '디 워2'도 3D로 계획 중인 것으로 아는데.

▶둘을 동시에 진행할 생각이다. '디 워2'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자기들이 먼저 안 만드냐고 묻더라. 벌써 여러 곳에서 제안을 받았다. '디 워' 때 이미 3D로 테스트를 해봤다. '디 워2'는 무협작가 금강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이르면 내후년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감독 심형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하비 케이틀이란 녹록치 않은 배우들과 작업을 해야 했는데. 영어도 잘 안되는 상황에서 쉽지 않았을텐데.

▶하비 케이틀이 처음에는 코미디가 아닌 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고 자기 아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미스터 심, 여기는 할리우드"라고 했다. 그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뜻이다. 하비 케이틀은 처음에 왔을 때부터 세트가 이게 뭐냐, 미술은 이게 뭐냐 면서 기부터 죽이고 시작하더라. 그러면서 내 목을 끌어안고 "마이 선"이라고 하고. 또 눈매부터 기가 얼마나 센데. 그래도 기가 죽으면 안되지 않나. 미치고 팔짝 뛰겠지만 자신감 하나로 시작했다.

-'디 워' 때와 달리 '라스트 갓파더'는 예고편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더 압박감이 클 것 같은데.

▶제임스 카메론도 '아바타' 개봉할 때 부담이 커서 집에서 나왔다고 하더라. 당연히 훨씬 부담된다.

-'디 워' 때는 한국 주류 영화계에서 핍박받는 감독 이미지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선구자 이미지, 거기에 영구라는 낮은 자세까지 더해져 구세주 이미지가 연출됐다. 그게 영화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됐고. 이번에는 어떤가. 이번에도 엔딩에 '디 워' 때 같은 영상이 담겨있나.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영구와 땡칠이' 때나 '디 워' 때나 나를 보는 시각은 언제나 그랬다. '디 워' 때 애국가를 넣은 것을 보고 애국주의 마케팅이라고들 했는데 그게 영화에 맞겠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다. 미국 할머니도 그 노래 듣고 우는 것도 봤고. 이번에는 '나그네 설움' 같은 뽕짝을 컨트리 음악으로 넣으려 했다. 그런데 영화적으로 안 맞는 것 같아 뺐지만. 마지막 엔딩은 글쎄 직접 보고 이야기해달라.

-영구는 한국 토속적인 캐릭터인데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가장 고민한 부분이다. 그래서 미국 코미디를 많이 분석했다. 사실 영구는 분장이 많은 캐릭터다. 그래서 분장도 줄이고 오버를 줄였다. 그게 더 힘들더라. 계속 웃기기만 하면 그건 '유머 1번지'다. 웃기는 방식 자체가 영화다 보니 달라야 하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미국 코미디가 많이 녹아들어가 있다. 세트와 미술도 퀄리티를 높혔고.

-슬랩스틱 코미디는 미국에서도 버스터 키튼 이후 주류에서 멀어졌는데. '변방의 북소리' 류의 코미디를 미국에서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나.

▶그래서 내가 예전에 한 코미디를 미국 아이들에게 비디오로 보여줬다. 그런데 너무 즐거워하더라. 배우들도 처음에는 뭔가 싶은 눈치던데 리허설로 보여줬더니 자기들끼리 낄낄 대면서 웃더라. 소니에서 일하는 20대 청년이 사전 편집본을 보고 빵 터지기도 했고.

-연기부터 미술, 세트까지 영화적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을 보니 '디 워' 때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은데.

▶그렇다. 그래서 이번에는 연기와 세트, 여러가지 면에서 완전히 나란 감독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시퀀스 하나를 통째로 바꿨다던데. 그래서 기자시사회도 늦어졌고.

▶말로 하는 코미디를 뺐다. 영어로 주고받는 코미디였는데 자막으로는 맛이 안

살더라. 찍을 때부터 한국 관객들에겐 안 맞을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장면을 찍어놨다.

-예측을 했다는 건데.

▶코미디야말로 예측을 해야한다. 얼마 전 '개그 콘서트'를 녹화했는데 후배들은 자꾸 설정을 넣으려 하길래 오히려 빼자고 했다. 우리끼린 웃겨도 관객들에겐 안 통할 수 있으니깐. 코미디야말로 어떤 지점에서 관객이 웃을지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사실 그 부분이 힘들기도 했다. 미국인이 웃는 코미디는 우리와 다르니깐. 코미디는 공감대가 있어야 하지 않나. 원래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이런 말로 하는 한국식 코미디도 넣으려 했는데 그들이 전혀 웃지 않아서 뺐다.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배우 심형래를 이야기해보자. 연기를 다시 하는 것도 거의 20년 만이다. 그것도 20대 역이니 30년 가까이 어린 역을, 말도 잘 안통하는 미국 배우들과 한 것인데.

▶말은 쉽지만 정말 힘들었다. 하비 케이틀 같은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하지 않나. 대사를 치고 들어가는 것도 영어를 잘 모르니 어렵고. 코미디는 치고 빠지는 게 중요한데 대사를 따라가기도 힘드니 머리에서 쥐가 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영구 캐릭터를 그들이 신선해 한 게 소통에 도움이 됐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것도 중요했고.

-연기를 오버하지 않은 것도 중요했을텐데.

▶미국 배우들은 얼굴이 선이 명확하니깐 크게 오버하지 않아도 감정 연기가 산다. 그런데 동양 배우들은 얼굴이 밋밋하니 표정 연기를 해도 안한 것 같은 느낌이 난다. 그렇다고 너무 오버하면 '유머 1번지'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로마의 휴일'이나 '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고전 영화다. 잔잔하면서도 명확한. 그런 연기와 그런 영화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58년 개띠다. 인간 심형래로서 50이 넘어서 미국에 도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그 나이에 보통 안주하기 마련 아닌가. 성룡이 미국에 도전한 것보다 10년이 더 늦은 나이인데.

▶글쎄 일본에는 기타노 다케시가 있지 않나. 코미디언이면서 배우와 감독으로도 존경받는. 우리는 왜 그런 코미디언이 없나란 생각을 한다. 스스로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구라' 친 것을 '구라'로 끝내기도 싫고.

-'디 워'가 만들어지기까지 10년이 걸렸고, '라스트 갓파더'는 3년이 걸렸다. 차기작은 더 빨라지나.

▶그럴 것 같다. 내후년 여름이 목표다. '개그콘서트'에 갔을 때 관객들이 좋아할까란 걱정을 했는데 엄청나게 환호해 주시더라. '디 워' 때 절실히 느꼈지만 그런 관객들의 힘이 나의 힘이다. 영화는 결코 혼자 만들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신뢰가 쌓이면 결과를 좀 더 빨리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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