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기자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질주할 태세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일인 29일 12만9899명을 동원해 1위를 기록했다.
'라스트 갓파더'는 '디 워'로 842만 관객을 동원한 심형래 감독이 두 번째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작품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마피아 대부의 아들이 영구라는 기발한 설정과 앞서 공개된 예고편으로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연말 극장가 화제작으로 꼽혔다.
심형래 감독은 각종 방송과 언론 인터뷰를 80여회에 달할 정도로 돌면서 '라스트 갓파더' 홍보에 열을 올렸다. 영화와 심 감독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라스트 갓파더'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적은 2007년 영화계를 넘어 사회적인 현상까지 떠오른 '디 워'때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기록이기도 하다. 여름 성수기와 겨울 성수기를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2배가 넘도록 차이가 난다.
2007년 8월1일 개봉한 '디 워'는 첫날 38만 7892명을 동원하고, 3일만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조짐은 개봉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50%가 넘었던 '디 워' 예매율과는 달리 '라스트 갓파더'는 30% 가량 예매율을 기록했다.
'디 워' 때와는 달리 볼거리와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다.'디 워'가 CG로 창조된 이무기라는 거대한 볼거리와 애국주의 마케팅, 스크린 독과점 논란 등으로 끊임없이 화제가 된 반면 '라스트 갓파더'는 영구가 마피아 대부의 아들이란 설정 외에는 큰 이슈가 없다. 심형래 감독에 대한 궁금증도 '디 워' 때보다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심 감독은 이번에도 관객들의 힘을 믿고 있다. 심 감독은 개봉 이틀 전 열린 '라스트 갓파더' 기자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불참했다. 영화사측은 인터뷰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례적이다. 결국 언론과 평단의 평가보단 관객의 응원을 믿겠다는 행보다. 연말연시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착한 코미디라는 점도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라스트 갓파더'가 '디 워' 때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까? '디 워'는 4일만에 200만, 6일만 300만, 10일만에 400만, 11일만에 500만, 14일만에 600만, 18일만에 700만, 26일만에 800만명을 넘어서며 그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라스트 갓파더'가 '디 워' 영광은 차지하더라도 겨울 극장가를 장악하기 위해선 경쟁작들을 확실하게 제쳐야 한다. 1위를 달리던 '황해'를 제치긴 했지만 관객이 다르다. '라스트 갓파더'는 12세 이상 관람가인 반면 '황해'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오히려 '라스트 갓파더'는 2위를 줄곧 유지하고 있는 '헬로 고스트'가 최대 경쟁자다. 같은 12세 이상 관람가에 코미디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헬로 고스트'가 '라스트 갓파더' '황해'보다 100여개 가량 적은 스크린으로 꾸준히 2위를 달리는 점도 불안한 지점이다.
심형래 매직이 또 한 번 통할지, 극장가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