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Mr.빈+영구 영화 제안 받아"

전형화 기자  |  2011.01.11 07:00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심형래 감독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가 10일 200만명을 넘어서며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에 섰다. '라스트 갓파더'는 2007년 820만 관객을 동원했던 심 감독의 전작 '디 워'만큼은 아니지만 관객의 사랑과 동시에 비난을 받고 있다.


심형래 감독을 지지하는 소위 '심빠'와 비난하는 '심까'는 이번에도 여전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이 "영화를 안보겠다"고 하자 곧바로 각자 입장에서 논란을 만들어냈다. 논란을 재생산하는 구조는 '디워' 때와 유사했다.

그럼에도 가족 관객들은 영화를 보러 줄을 선다. 한편에선 선구자 이미지로 마케팅을 한 게 주효했다고 비판한다. 일부에선 150억원이 넘는 돈으로 만든 만큼 제작비를 건지려면 아직 멀었다고 지적한다. 말들의 잔치 속에 정작 심형래 감독은 침묵했다.


무대인사와 미국 개봉 조정에 한창인 심형래 감독과 10일 오후 전화로 인터뷰했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라스트 갓파더'를 200만명 이상 관람했다. 좋은 성과지만 '디 워' 때보단 흥행 속도가 떨어지는데.


▶아무래도 여름 시장과 겨울 시장은 다르니깐. 날씨가 너무 춥고 독감도 유행하고.

-20대는 익숙한 코미디라는 평이 많은데 아이들에게는 신선하다는 반응과 중장년층에는 추억을 불러일으킨다는 의견이 많은데.

▶'라스트 갓파더'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코미디다. 또 가족들이 함께 보고 웃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선 내가 하는 슬랙스틱 코미디를 알고 있지만 미국에선 낯설다. 아이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라스트 갓파더'가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정말 웃겨서 웃는 영화로 받아들여지게 만들었다.


-웃고 싶었지만 충분히 웃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미국시장을 겨냥해서 만들었다. 미국이란 곳이 굉장히 보수적이다. 심의기준도 까다롭고. 더 독하게 웃길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성인 버전이 된다. 가족들이 함께 보고 웃을 수 있는 영화가 목표였다.

-이번에도 진중권 등 평론가들은 좋은 평을 하진 않았는데. 논란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다시 논란이 흥행에 약이 된다는 식의 여론 몰이도 이는데.

▶안좋은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안좋죠. 하지만 그 사람 생각을 내 생각과 바꿀 순 없지 않나. 논란 마케팅이란 소리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영화 전문가들이 보면 싱거울 수 있다. 하지만 무대인사를 다녀보면 가족 관객들이 너무 재미있게 웃는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도록 수위를 맞췄으니깐. 성에 안차는 사람들, 다양한 의견들, 보지 않고 하는 이야기들, 모두 각자의 생각들이다.



-150억원이 넘는 제작비로 만들었기에 국내에서 200만명이 넘었어도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멀었다는 지적도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반응이 좋을 것 같다. 얼마 전에 중국에서 바이어가 한국을 찾아왔다. 오로지 국내만 보고 과연 얼마나 들까, 손해냐 아니냐를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감독 심형래는 '디 워' 때보다 좋은 성과를 냈지만 제작자로선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배우 심형래는 아버지 역의 하비 케이틀과 외모상 큰 차이가 없어 조금만 일찍 진출했으면 좋았을텐데란 생각이 드는데.

▶감독으로선 '디 워' 때 지적받았던 것들을 이번에는 좀 더 잘해보자고 생각했다. 제작자로선 덜 웃긴다, 아쉽다란 지적은 미국 시장의 반응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선 촬영할 때 미국 배우와 스태프가 "귀엽다"(so cute)고 했다. 나이 들어서도 코미디를 할 수 있다는 것, 레슬리 닐슨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코미디를 하지 않았나. 늦다고 시작하지 않으면 언제 해야 했을까.

-미국 개봉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두 부류일 것 같다. 응원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잘되는지 두고보자라는 사람들. 그렇기에 미국 흥행 성적이 중요할 것 같은데.

▶처음부터 박스오피스 1위가 되겠나. 웃기긴 하지만 이미지를 안 좋게 하느냐, 조금 웃기더라도 '굿 무비'가 되냐, 난 후자를 택했다. 미국에서 반응이 좋으면 영구를 시리즈로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미스터빈과 영구가 함께 등장하는 코미디를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받았다.

-감독이라기보다 제작자로서 입장을 많이 밝힌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선구자적인 이미지가 열광적인 팬덤을 낳기도 하지만 반감도 사는데.

▶'라스트 갓파더'는 기획영화다. 미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한 끝에 만들어진 콘텐츠다. 시작은 미미해도 끝은 창대하리란 말이 있잖아. 내 평가도 나중에 해줬으면 좋겠다. 이제 두 편을 들고 미국에 가지 않았나.

-'라스트 갓파더'는 착한 코미디다. '헬로우 고스트'와 함께 착한 코미디가 관객에 주효하고 있는데.

▶하려면 얼마든지 독하게 할 수 있었다. 섹스 터치를 조금만 가미해도 훨씬 웃길 수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코미디는 피하려 했다. 미국 애들이 웃다가 돌아서서 욕하는 코미디는 피하고 싶었다. 코미디는 철저히 사람 심리를 계산해야 한다. 온 가족이 볼 수 있게 계산했다. 예를 들어 '나홀로 집에'는 크게 4가지 웃음 요소가 있다. 미소도 웃음이다. 그것까지 계산했다.

-"쇠고기 프로블럼"이란 대사를 광우병과 연계한 고도의 조크란 분석도 있다. 의도했다면 상당한 정치 코미디일텐데. 또 영화 속 특정 장면은 '싱 인 더 레인'의 차용인데 '올드'한 느낌도 드는데.

▶먼저 쇠고기 프로블럼은 전혀 그런 의도를 갖고 만들진 않았다. 계속 음식들이 문제다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됐을 뿐이다. '싱 인 더 레인'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 고전을 좋아한다. 또 50년 배경으로 그런 '올드'한 장면을 사용한 게 요즘 관객들에겐 오히려 '프레시'하게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미국에서 과연 통할까.

▶이 영화를 본 미국 관계자들이 "필 굿 무비"(feel good movie)라고 한다. 평론하시는 분들은 독하게 말할지 모르지만 대중은 그렇지 않다. 난 평론가를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중간에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디워'가 개봉하고 많은 지적을 받은 뒤 이번 '라스트 갓파더'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라스트 갓파더'가 개봉한 뒤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좀 더 자극적으로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그건 내 길이 아닌데란 생각을 하곤 한다.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았다.

-차기작인 '디 워2'와 '추억의 붕어빵' 작업을 위해서라도 미국을 조만간 찾을텐데. 혹시 '디 워2'에 영구가 등장하나.

▶그럴 수도 있다.(비로소 웃었다) '라스트 갓파더' 현지 개봉도 있고 차기작도 그렇고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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