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선 "결혼, 가장 힘든 일…영화서 했으니 됐다"(인터뷰)

임창수 기자  |  2011.01.15 15:13
배우 선우선 ⓒ양동욱 인턴기자 배우 선우선 ⓒ양동욱 인턴기자


'차도녀(차가운 도시의 여자)' 선우선이 고구려 여인이 되어 돌아왔다. '내조의 여왕'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재벌가 여인으로 이름을 알린 그녀는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의 갑순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2009년 '전우치'에 이은 2년만의 스크린 컴백작. 그녀로서는 첫 사극 도전이다.


거침없이 독설과 욕설을 뱉어내는 갑순 캐릭터에 걱정이 앞섰다는 그녀는 이준익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평양성' 출연을 결심했다. 평소 이준익 감독의 작품을 보며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데다, 첫 미팅에서의 시원시원한 모습에 절로 믿음이 생겼다고.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코미디 장르이기도 하고, 갑순이가 워낙 시도 때도 없이 욕과 독설을 내뱉는 캐릭터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어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갑순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정서에 공감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감독님께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첫 미팅 때 '욕설이 너무 많아서 걱정된다'고 말씀드렸더니 바로 '바꿀 수 있어'라고 너무도 시원스레 말씀해주시더라구요. 그런 모습에서 유쾌하고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선우선은 갑순에 대해 "한을 품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남자들뿐인 전쟁터로 나와 독설을 퍼부으며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지만 실은 전쟁의 고통과 슬픔을 간직한 캐릭터라고. '내조의 여왕'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의 당당한 여성의 모습과 '거북이 달린다'에서의 지고지순함, '전우치'에서 보여준 액션까지. 그간의 역할들에서 보여진 모습들이 모두 녹아있는 캐릭터라는 설명이다.

"갑순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가볍고 방정맞은 이미지가 먼저 떠올려지잖아요. 게다가 거시기의 상대역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생각만큼 가볍기 만한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속은 여리고, 전쟁이라는 상황 때문에 한을 품고 있는 인물이거든요. 전쟁으로 부모를 잃어서 나라가 곧 부모고 형제이기도 하고, 남자들 사이에서 그런 아픔들을 겉으로 뿜어내면서 내면의 결핍된 부분들을 달래려고 한달까요. 우여곡절이 많은 인물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동안 제가 했던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는 캐릭터에요. 차가움도 있고 뜨거움도 있고…."


'평양성'은 김유신과 계백의 대립에 초점을 맞춘 전작 '황산벌'과는 달리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영화 곳곳을 채운다. 거시기와 갑순의 멜로라인 또한 그중 중요한 한 축. 선우선은 구타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해 "죄송했다"고 회상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멜로죠. 아마 우리나라 영화를 통 틀어서 이런 멜로 라인도 없을 걸요.(웃음) 이문식 선배님과 초면에 첫 신부터 제가 때리는 신이었어요. 처음 뵙는 건데 실수하면 안되니까 일부러 현장에 일찍 나가서 스턴트하시는 분과 맞춰보면서 '잘 때려야겠다' 생각했다니까요. 또 거시기와 갑순이가 워낙 앙숙이라 때리는 장면이 많은데 촬영하다보면 서로 감정이 고조되다보니까 점점 더 일이 커지더라구요. 제가 단막극을 찍다가 인대가 끊어졌었는데 나중에는 손가락도 안 구부러질 정도가 되더라구요."

배우 선우선 ⓒ양동욱 인턴기자 배우 선우선 ⓒ양동욱 인턴기자


차도녀에서 지고지순한 다방 레지, 요괴 여의사에서 고구려 여전사까지. 이제 14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사극까지 보폭을 넓힌 그녀의 다음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선우선은 "장르에 크게 구애받지는 않지만 공포 영화 시나리오는 읽는 것부터 힘들다"고 말했다. 크고 깊은 눈과 도톰한 입술, 매력적인 목소리. 공포영화가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녀로선 의외의 대답이다.


"공포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었 적도 있었는데 제가 워낙에 겁이 많아요. 영화를 보는 것과 직접 출연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제가 영화 속에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힘들더라구요. 작품이 좋아도 공포영화는 조금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1975년생. 어느덧 서른 일곱이라는 나이에 당도한 그녀는 결혼과 사랑에 대한 생각 또한 들려줬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노력만으로는 잘 되지 않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고. 최근 드라마 '강력반' 캐스팅으로 바빠져서 "노력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있던 사람도 다 갈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녀다.

"영화 속에서 결혼식을 올리다보니 결혼에 관해서도 질문을 많이 주시는 것 같아요. 일단 지금 당장은 결혼을 할 수 있을만한 여건이 아니지만 결혼을 하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당장이라도 하고 싶죠. 하지만 인륜지대사인데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남들한테는 쉬운 일인데 저한테는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일은 제가 노력을 하면 극복할 수 있지만 사랑은 노력을 해도 인연이 도와주지 않으면 한계가 있는 것 같구요. 어쨌든 노력해 볼만한 사람이 생기면 노력해보려구요. 시집은 뭐 '평양성'에서 갔으면 됐죠 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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