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이 없어도 빛났다. 주인공 못잖은 명품 조연 덕택이다.
지난 7일 첫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짝패'(극본 김운경·연출 임태우 김근홍) 1회에는 주연배우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성인 배우들이 등장하는 하이라이트를 맛보기로 보여주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다수 사극들의 첫 회와는 달랐다.
이날 '짝패'는 천둥이 치는 날 으리으리한 기와집과 거지 움막에서 각기 태어난 두 아이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을 알렸다. 엇갈린 운명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된 두 남자 천둥(천정명)과 귀동(이상윤)의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시작한 셈이다.
자연히 천정명, 이상윤, 한지혜, 서현진 등 네 주인공은 한 순간도 등장하지 않았다. 첫 회부터 기존 인기 드라마들과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 나서야 하는 작품으로서는 대단한 부담이다.
그러나 없는 주인공들의 자리를 든든히 대신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조연들이었다.
'시크릿가든'의 라임 아빠 정인기는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노비 출신 쇠돌로 분해 눈길을 모았다. 지독한 모성애로 두 아이의 운명을 뒤바꾸고야 마는 어머니 막순 역의 윤유선 또한 열연했다. 쇠돌을 쫓는 춘보 역의 윤용현, 제 아들만을 생각하는 김진사 역의 최종환은 물론 거지패의 김기방 김경진까지 고루 제 몫을 해냈다.
거지 왕초 꼭지 역의 이문식은 이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인 모습으로 1회를 지켜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미 영화 '황산벌'과 '평양성', 드라마 '일지매'와 '선덕여왕' 등 사극에서 주연 못잖은 조연으로 관객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그다.
이번에는 잔인하고 야비하지만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고을 거지들은 물론 지체 높은 양반까지 쥐락펴락하는 인물로 주인공 못잖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짝패'에 이르러 코믹한 감초가 아닌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이 된 이문식의 다음 회, 또 그 다음회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들 조연들은 아역들과 더불어 무려 8회까지 '짝패'를 이끈다. 총 30회로 기획됐다 해도 상당한 분량이다. 주연 없이도 긴장감 넘친 1회는 주연이 없다는 불안감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명품 조연의 활약으로 든든히 기반을 다질 '짝패'가 어떤 민중 사극으로 성장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