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10일 개막한다. 베를린영화제는 칸,베니스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지만 칸에 비해 과거 명성이 다소 바랐다. 한국영화인들의 관심도 온통 칸에 초점이 맞춰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베를린은 다르다. 한국영화가 역대 최다인 9편이 초청된 데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인기절정인 현빈 주연작인 2편이 초청,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겁다.
현빈은 이윤기 감독의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가 경쟁부문에, 탕웨이와 호흡을 맞춘 '만추'가 포럼 부문에 초청돼 15일 베를린 행 비행기에 오른다.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는 막바지로 경쟁부문에 합류, 대상인 황금곰상을 놓고 15편과 경합을 벌인다.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가 트로피를 높이 들 수 있을지, 만일 황금곰상을 수상한다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첫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 한국영화는 베를린영화제에 1956년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이 초청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은곰상을 수상했다. 이후 1994년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 2007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탔다. 김기덕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해 한국영화 전성기를 열었다.
이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수상 이후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수상행진은 맥이 끊겼다. 2008년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이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후 2009년과 2010년에는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이윤기 감독은 베를린이 주목받는 감독이란 점에서 어느 때보다 수상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윤기 감독은 2005년 '여자,정혜'가 포럼 부문에 초청돼 넷팩상을 받았으며, 2006년 '아주 특별한 손님' 2008년 '멋진 하루'를 모두 베를린영화제 포럼에 진출시켰다.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 임수정 역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이어 베를린 레드카펫을 두 차례 밟는다. 국내에서 뜨거운 현빈앓이가 베를린에서 통할지도 관심사다. 현빈은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와 '만추' 현지 시사로 꾸준히 외신 및 현지 관객들과 만난다.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와 황금곰상을 놓고 경합하는 영화들에는 랠프 파인스가 연출한 '콜리 올라누스', 미란다 줄라이의 '더 퓨쳐',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 등이 있다. 베를린이 정치 성향이 강한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볼 때 금융 위기를 앞둔 거대 투자은행 이야기를 그린 '마진 콜' 등도 유력한 후보다.
한국영화 중 이번 베를린영화제 수상 후보는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만 있는 게 아니다.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김수현 감독의 '창피해'는 퀴어영화에 수영하는 테디상 후보 중 하나다. 김효진 김꽃비가 주연한 '창피해'는 모의자살을 시도하던 두 여자의 운명 같은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단편 경쟁 부문에는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4로 찍은 '파란만장'이 초청돼 수상을 노린다. 단편 경쟁에는 영상원에 재학 중인 양효주 감독의 '부서진 밤'도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파노라마 부문에는 류승환 감독의 '부당거래', 전규환 감독의 '댄스타운'도 초청됐다. '만추'가 초청된 포럼 부문에는 박경근 감독의 '청계천 메들리', 김선 감독의 '자가 당착'이 상영된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코언 형제의 '진정한 용기'가 개막작으로 상영돼 영화제 시작을 알린다. 1969년 존 웨인이 출연한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스웨덴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과 이탈리아의 거장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탈리아 유명 배우 겸 감독 이자벨라 로셀리니가 맡는다. 이자벨라 로셀리니가 현빈앓이를 겪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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