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 최고은 작가에 대한 애도가 특정 영화 제작사에 대한 매도로 이어져 영화 관계자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8일 고 최고은 작가의 비보가 전해진 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고인의 한국예술종합학교 후배라는 한 네티즌이 '그 동안 정말 말하고 싶었다. 영화 제작사의 횡포'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자신의 지인이 겪은 억울한 사연이라며 지난해 큰 흥행을 기록한 영화 제작사 A가 스태프에게 3달에 800만원을 주겠다고 계약을 했다가 6개월로 끝내 연장했지만 초과 업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지인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제작사에 기간연장에 대한 추가계약을 요구했지만 행여 제작사의 눈 밖에 나서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을까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이 글은 6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특정 영화사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침 고 최작가의 안타까운 소식에 영화인들이 애도를 표시하고 있는데다 영화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고인의 죽음 뒤에는 창작자의 재능과 노력을 착취하고, 단지 이윤창출의 도구로만 쓰려하는 잔인한 대중문화산업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고 밝혀 네티즌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은 당사자가 쓴 글이 아닐 뿐더러 일방적인 주장이어서 자칫 희생양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스템에 대한 분노와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특정 회사에 대한 매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화 제작사 A 대표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나도 하루 종일 바뀌지 않는 시스템에 대해 비통해하고 있었는데 이런 글이 올라왔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격앙된 상태에서 쓴 글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과 다른 게다가 전해들은 이야기를 썼다고 해서 일일이 대응하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먹먹한 마음을 정리하기도 전에 이런 식으로 매도돼 안타깝다"는 A대표는 "어제 이야기를 전해들은 뒤 그래도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확실하게 조사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해가 더 크게 불거진다면 조사한 자료를 확인하고 공개할 수도 있다"며 "가슴 아픈 현실이다"고 씁쓸해했다.
고 최고은 작가는 지난달 29일 경기 안양 석수동의 월세집에서 지병과 생활고로 요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고인이 생전 며칠 째 굶어 남는 밥과 김치를 좀 달라는 부탁을 남겼다는 사실에 영화계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모두가 공범이란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5억원을 받는 사람과 500만원을 받는 사람이 영화인이란 모호한 울타리 안에서 같은 부채의식을 안고 있는 것이다.
정치계 일각에선 고 최고은 작가 문제를 당략에 따라 종편과 연계해 논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시스템이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무능력한 개인에 대한 문제로 치부하거나 특정인을 매도하는 것은 올바른 분노가 아니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이번 일은 열악한 제작 시스템에 대한 경종이며 분노를 변화로 옮겨야 하는 일인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지금 필요한 것은 행동이지 매도나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