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제2의 고 최고은 막자" 행동 움직임

전형화 기자  |  2011.02.10 08:40


최고은 작가의 죽음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 최고은 작가는 지난달 29일 경기 안양 석수동의 월세집에서 지병과 생활고로 요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고인이 생전 며칠 째 굶어 남는 밥과 김치를 좀 달라는 부탁을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계를 넘어 사회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 최고은 작가는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뒤 각본,연출을 맡은 단편영화 '격정소나타'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후 집필한 시나리오들이 제작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은 작가의 죽음은 누구 하나 죽어야지 영화산업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 충격을 준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영화계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놓여있다. 2005년 영화산업노조가 출범하면서 스태프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 중이지만 시나리오 작가는 사각에 놓여 있었다. 4대 보험 보장이나 최저 임금마저 받기 힘든 처지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경우 과거에는 진행비를 받기도 했지만 2006년 영화산업 거품이 붕괴되면서 이마저 사라졌다. 계약금으로 200만원 안팎을 받곤 하지만 영화 제작이 무산될 경우 나머지 돈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시나리오를 넘기는 것 자체가 저작권을 넘기는 것이기에 저작권 수입도 없다.

한 시나리오 작가는 "TV드라마 작가는 재방료까지 받지만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2차 판권 수입은 전혀 없다"며 "좋은 시나리오가 없다지만 이런 상황에서 좋은 작가들이 TV로 가지 누가 영화계에 남아있겠냐"고 토로했다. 열정을 착취하지만 보상은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 작가의 죽음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사람들 특히 젊은층들의 분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인디뮤지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때와 비슷하다. 달빛요정은 뇌출혈로 쓰러져 지하 전셋방에서 발견됐다. 그의 죽음은 인디음악인이 겪는 불합리한 음원수입 배분 문제를 공론화했다. 20~30대가 최 작가와 달빛요정의 죽음에 분노하는 것은 88만원 세대로 몰리는 청년백수 시대에 자기 모습과 겹치기 때문이다.

최 작가의 죽음에 영화계는 애도와 분노를 넘어 제2의 최고은 사태를 내지 않기 위해 행동으로 나서야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화노조는 8일 성명서를 통해 "창작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산업 시스템과 함께 정책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반복되는 실업기간 동안 실업 부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요구를 수없이 했지만 지금까지 집행된 영화발전기금의 몇 %나 이런 목적에 쓰였는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만약 실업부조제도가 현실화 돼 고인이 수혜를 받았더라면 작금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명백한 타살이다"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최 작가의 죽음을 희생양을 만들거나 정치적인 당략으로 이용하는 데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작가 후배라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이 특정영화사의 횡포라며 올린 글에 대해 "격앙된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올바른 분노가 된다"는 주장이 많다.


민주당 최문순 위원이 최 작가 죽음과 종편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 빠르게 배포한 것이나 영진위에서 신임 정병국 문화부장관이 업무보고에서 최 작가와 관련한 소견을 밝힐 것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영진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이현승 감독은 트위터에 "죽음을 자기 입장에서 이용하는 짓들은 이제 그만 두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한 영화 제작자는 "모두의 책임이란 것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소리"라며 ""최 작가의 죽음이 한 때의 분노에 그칠 게 아니라 올바른 제도 정착을 위한 디딤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계는 현재 제2의 고 최고은을 막기 위해 제도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 단체들이 공론화를 위해 물밑 작업 중이다. 지금 변화가 없다면 제2,제3의 최고은이 등장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다. 영화계의 움직임, 관계 당국의 적절한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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