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다시 사랑에 빠지는 마법같은 순간(리뷰)③

전형화 기자  |  2011.02.14 12:09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본 적이 있는지? 두근거리고 설레며 가슴이 터질 듯한 순간, 만화라면 상대 뒤에 장미꽃이 날리고 내 눈엔 빛이 반짝이는 바로 그런 순간.


'만추'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잡은 영화다. 아니 다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담았다. 그래서 더 어렵고 안개처럼 더 자욱하다. 자욱한 안개처럼 갈피를 잡기 힘들지만 어느새 푹 젖어있게 된다.

현빈과 탕웨이 주연 영화 '만추'가 10일 기자시사회를 열었다. '만추'는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이 이만희 감독의 1966년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 남편을 살해한 후 감옥에 간 여자가 72시간 동안 특별휴가를 나왔다가 버스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만추'는 늦가을이란 시간과 안개 자욱한 시애틀이란 공간, 72시간 안에 감옥으로 돌아와야 하는 여인 애나와 바람난 유부녀 남편에게 쫓기고 있는 제비 훈이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그렸다.

사랑에 절망한 사람들에게 다시 오는 사랑이란 무섭고 두렵다. 희망이기도 하지만 잡는 것 자체가 힘들다. 상업영화에 그런 순간을 담기란 특히 힘들다.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감정을, 사랑했기에 벌어지는 소동을, 사랑했지만 배반당한 이야기를 그리기란 쉽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극적이지도 이유를 설명하기도 어렵다.


김태용 감독은 어려운 도전을 했고, 그 도전은 결실을 맺었다. '만추'는 넋을 잃은 여자가 휘적휘적 거리를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뒤돌아 본 여인의 얼굴 반쪽은 온통 멍투성이다. 집으로 달려간 여인은 죽은 남편을 바라보며 추억이 담긴 사진을 씹어 먹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보석금으로 72시간 동안 감독에서 나온 여인. 그녀에게 한 남자가 차비를 빌려달라며 다가온다. 제비인 이 남자는 바람 난 유부녀 남편이 죽이겠다며 쫓는 통에 시애틀로 도망가는 중이다. 이 남자는 돈을 돌려줄 때까지 시계를 맡아달라고 한다.

남편을 살해한 뒤 시간이 정지된 여인에 남자가 다시 시간을 선사한 것이다. 관계를 갖기 두려워하는 여자를 남자는 당신이 원하는 남자가 돼 주겠다면서 데이트를 하자고 한다. 데이트 도중 또 다른 남녀를 본다. 둘을 바라보며 두 사람이 나눌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두 사람은 조금씩 마음을 연다.

여인은 자신의 사연을 중국어로 이야기하고 남자는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중국어로 그 사연마다 "좋다" "나쁘다"를 말한다. 누군가에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여자와 알아듣지 못하지만 들어주는 남자. 남자는 여자에 상처를 준 남자에게 "왜 내 포크를 쓰냐"며 주먹을 날린다. 여자는 그 남자에게 "왜 이 남자 포크를 마음대로 쓰냐"며 울부짖는다. 그제야 울부짖는다. 여자에 상처를 준 남자는 비로소 "미안하다"고 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고맙다며 돈을 건넨다. 내가 원한 남자가 돼줬다는 의미다. 다시 감옥에 돌아가려 차를 탄 여자에 남자가 다가온다. 그리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여자는 웃으며 "만나서 반갑다. 나는 애나다"라고 인사한다. 둘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키스를 나눈다. 안개가 걷히고 남자는 사라졌다. 감독에서 나온 여자는 남자를 기다린다. 그리고 잘 지냈냐며 혼자 인사를 한다.

#김태용 감독은 사랑에 상처받고 시간이 정지된 여인이 다시 사랑과 시간을 찾는 순간을 마법처럼 풀어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여는 순간을 무성영화 방식으로 환상처럼 표현했다. 사랑은 그렇게 마법처럼 다가온다는 것을 그렸다.

탕웨이는 영화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한다. 지옥 속에 사는 여인이 거미줄을 잡았을 때, 느끼는 두려움과 설렘을 누구도 따라할 수 없게 연기했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환경을 가진 남자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것을 관객이 믿게 해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탕웨이에 눈을 떼기가 힘들다.

현빈은 너무나 다정해서 오히려 슬픈 남자를 잘 그렸다. 현빈은 달달하기만 한 스타가 아니란 사실을 입증했다.

'만추'는 지독한 사랑에 상처받은, 그래서 다시 사랑하기가 두려운, 특히 여자들이라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영화다. 늦가을 만났다면 더욱 빠져나오기 힘든 영화. 영화는 그래도 사랑하라고 말한다.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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