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에 자꾸 '놀러가고' 싶다..왜?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2011.02.18 10:47


유재석 김원희의 토크쇼 '놀러와'가 또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

'놀러와'는 지난 2004년 봄에 처음 시작됐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놀러와'의 시청률이 크게 올라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때문에, 그 이후로 '놀러와'란 이름은 그대로인 채, 제작진과 콘셉트만 계속 바꾸면서 지금의 '놀러와'가 됐고, 지금 같은 기획 섭외를 하면서부터 '놀러와'의 입지가 토크쇼 업계(?)에서 확고히 굳어지게 됐다.


매주 월요일 밤이 되면 나 역시 자연스럽게 '놀러와' 채널에 맞추게 된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0에 손이 가...자꾸자꾸 즐겨요...'했던 새우맛 과자 CM송처럼 말이다.

그렇담 '놀러와'에 자꾸만 '놀러가고 싶은 이유'는 뭘까?


첫째, '불편한 진실'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토크쇼는 게스트의 '속마음 긁어내기' 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 이런 콘셉트가 나왔을 땐 굉장히 신선했다. 화면에서 늘 밝고 멋진 모습만 보여줬던 연예인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삶도 늘 탱글탱글하고 빛날 것만 같았던 그들인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진한 상처와 힘든 개인사 등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몇 년이 지나도 이런 콘셉트가 계속되다보니 게스트 스스로의 고백뿐만 아니라, 약간은 반강제적으로 캐물어서 그들의 진실을 밝히게 되는 경우였다. 그러다보니 처음의 신선함은 온데 간데 사라져 버리고, 정해져있는 일정한 재미와 시간이 좀 지나면 '아, 지금쯤이면 누군가 울겠구나'하는 공식처럼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가 꽤 많다. 이런 점들이 때때로 좀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놀러와'엔 이런 '불편한 진실'이 없다. 그저 편안하다. 게스트가 자기 속내를 이야기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싫으면 안 하는...그런 자연스러움이 녹아있다. 그러다보니 '놀러와'를 보고 있으면 시청자가 아니라, 그들과 섞여서 진짜 수다를 떨고 있는 친구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둘째, '인생'이 녹아있다.

'놀러와'에는 살아있는 인생 이야기가 있다. 이건 비단 '세시봉' 이나 '중년 이상의 게스트' 편들에만 국한 된 이야기는 아니다.

젊은 게스트들에게서도 느낄 수 있다. 나이는 어려도 음악이나 성격 등등으로 공통점이 있는 게스트들로 섭외하는 기획 섭외다보니 '그들만의 가치관'이나 '공통된 인생관'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리모컨만 돌리면 여기저기 출연하는 아이돌 스타나 소위 말해 요즘 잘 나간다는 스타들에게선 들을 수 없는 '진지한 인생 이야기'가 '놀러와'에는 있다.

그렇다고 MC가 '당신의 인생을 이야기해주세요'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함께 출연한 게스트들이 서로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는 친한 사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놓는 것이다.

그들의 '진한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 살면서 누구나 저런 일들이 있고, 저렇게 극복했구나'하는 감동과 교훈을 얻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번지르르한 말이나 좋은 포장으로 게스트를 멋지게 만들어주지 않아도 게스트들 그 자체에서 저절로 빛이 날 수밖에 없다.

'전설의 고향'이나 '공포 영화'를 보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진땀 흘리고 꿈자리 뒤숭숭했던 기억들, 아마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놀러와'를 시청하고 잠자리에 들면 밤 12시가 꽤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하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놀러와'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있기 때문 아닐까. 다른 토크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박 웃음은 없어도 화려한 게스트가 없어도 잔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맛볼 수 있으니까.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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