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 "'조선명탐정' 흥행, 사랑니가 먼저 반응"(인터뷰)

임창수 기자  |  2011.02.18 09:09
오달수 ⓒ임성균 기자 tjdrbs23@ 오달수 ⓒ임성균 기자 tjdrbs23@


아마 '올드보이'에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의 '미친 존재감'을 스크린에서 느끼기 시작한 것은. 개성 있는 마스크와 독특한 어조. 배우 오달수는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잡아끄는 재주를 발휘하며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벼왔다.


장르 불문, 역할 불문. 오달수의 변신은 마침내 조선시대 개장수까지 이어졌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에서 서필로 분해 김명민과 호흡을 맞춘 그는 여전한 생활형 연기로 형형한 존재감을 뽐냈다.

오달수는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보니 되려 바쁘다는 생각이 안든다"며 웃었다. 17일 개봉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이하 '그대사')에도 출연하는 그는 조선명탐정'의 흥행 징후를 준비 단계부터 몸소 체험했다고 했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하나의 캐릭터를 맡을 때면 그 인물에 대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고민을 해요. 그러다보면 뽑지 않은 사랑니가 붓고 아플 때가 있는데 그런 작품은 꼭 잘 되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준비할 때도 병원에 다녀와야 했어요. 병원에선 그냥 잇몸이 안 좋은 거라고 치료하자고 했지만.(웃음)"

보통 탐정물이 괴짜 탐정과 믿음직한 조수로 합을 꾸리는 반면, '조선명탐정'은 허당 탐정 김진(김명민 분)과 개장수 서필을 통해 좌충우돌 여정을 그려낸다. 특히 코믹한 장면에서도 진지함을 유지한 김명민의 연기가 영화의 웃음을 배가시킨 것 같다고.


"흔히 생각하는 탐정물의 이미지랑은 많이 다르잖아요. 무게를 많이 덜어낸 상태에서 가볍고 경쾌하게 진행된 달까. 보는 내내 긴장하고 힘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추리물이라는 게 독특하게 다가왔던 거 같아요. (김)명민 씨는 나름대로 굉장히 진지하게 연기했는데 진지하니까 그게 더 웃기더라구요.(웃음)"

극중 오달수가 맡은 서필은 비밀을 간직한 채 암암리에 김진을 보호하는 인물이다. 덕분에 김명민과 부딪히는 신에서는 모든 것이 계산된 행동이라는 점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연기해야했다.

"서필이 좌충우돌하는 건 사실 김진을 철저히 보호해야하기 위해 계산되고 의도된 거죠. 저는 서필이 김진 대신 화살을 맞는 장면에 대해서도 서필이 우연인 것처럼 연출한 것으로 분석했어요. 감독님께 언뜻언뜻 서필의 정체가 비쳐지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드리기도 했는데 받아들여지진 않았죠. 감독님께서 좋은 생각이긴 한데 어차피 신분상 김진보다는 아래이니 그대로 진행해도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오달수 ⓒ임성균 기자 tjdrbs23@ 오달수 ⓒ임성균 기자 tjdrbs23@



오달수는 자신에 대해 "자신을 철저히 버리는 타입의 배우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빵집 주인, 조폭, 카사노바 노인, 형사, 개장수…. 어떤 모습이든 스크린 속 그의 모습에서 '오달수다움'이 발견되는 이유는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철저히 버리고 새로운 인물을 처음부터 만들어 내는 연기는 시도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할 확신이나 자신감도 없구요. 공연을 하다보면 한 달 동안 공연을 진행하고 모두 끝이 난 후에도 역할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 배우들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타입은 아니거든요.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웃음)"

캐릭터를 처음부터 창조해나가기보다는 자신이 분석한대로 순간적인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타입인 걸까. 과연 역할에 대한 '조선명탐정'의 개장수와 '푸른소금'의 총기전문가 역할을 오간 그의 집중도와 순발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자신을 철저히 비우기로 유명한 '메소드 연기의 달인' 김명민과의 조우 또한 신선한 자극이었다.

"'푸른소금'에서는 막 총을 쏘다가 '조선명탐정' 촬영을 하려면 참 기분이 묘하더라구요.(웃음) 김명민 씨는 현장에서 보니까 배우로서 자기관리가 아주 철저하더라구요. 저도 이번엔 40회 차나 출연했는데 관리를 잘 못해서….(웃음)"

그는 맡았던 역할 가운데 실제 본인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로 '그대사'의 달수를 꼽았다. 술을 마시고 널브러져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 꼭 닮았다고. 아직도 종종 노숙(?)을 한다는 그다.

"술 마시고 일어나서 두서없이 떠드는 모습이나 런닝에 트레이닝복만 입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딱 저 같아요. 실제로 촬영할 때 '진짜 이 동네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요즘도 대학로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걸어가다가 벤치에서 쓰러져 자고 그래요.(웃음)"

다양한 작품 속에서 생활형 연기를 선보이며 '명품 조연'의 진수를 보여준 배우 오달수. 그의 다음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공연을 끝내고 먹는 막걸리가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며 웃음 짓는 그에게서 진짜 배우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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