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포스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이하 '그대사')가 호평 속에 관객들의 마음 또한 봄눈 녹이듯 녹이고 있다.
지난 17일 개봉한 '그대사'는 개봉 당일 2만 3822명을 동원하는데 그쳤으나 개봉 2주차 들어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조금씩 관객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점유율도 개봉당일 6%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 23일 10.4%로 두 자릿수로 뛰어 올랐다.
개구리소년 실화를 다룬 '아이들...', 현빈, 탕웨이의 '만추', 김명민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등 화제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거둔 성과다. 비수기 극장가에서 분투하며 꾸준히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성적은 관객들의 호평이 입소문을 타고 점차 퍼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고무적인 결과다. '그대사'는 일반 시사 등을 통해 공개된 이후 네이버 9.6점, 다음 9.5점으로 포털사이트에서도 최고 수준의 평점을 기록하며 호평받았다.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꾸준히 퍼지고 있어 지속적인 관객증가가 점쳐진다.
'그대사'는 그간 충무로가 다루지 않은 노년의 로맨스를 그렸다는 점에서 50대 중장년 관객들의 동원 또한 기대케 한다. '그대사'는 우유 배달을 하는 김만석(이순재 분)과 무의탁 할머니 송이뿐(윤소정 분) 등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의 사랑을 담아냈다.
그간 중장년층 관객들은 늘 의외의 지점에서 힘을 발휘하며 흥행작을 탄생시켜왔다.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독립영화의 신화를 썼던 '워낭소리'의 경우 과반수 이상의 관객이 50대 연령층이었으며, '색, 계', '쌍화점', '과속 스캔들' 등이 중장년층 관객의 지지에 힘입어 흥행작에 등극했다.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 명품 배우들의 호연과 든든한 원작의 존재는 '그대사'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연륜과 경험을 갖춘 배우들의 연기는 인생의 늘그막에 찾아온 아련한 사랑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려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스크롤을 통해 미묘하게 고조됐던 인물들의 감정과 심리 또한 추창민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통해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옮겨졌다. 강풀 원작 웹툰의 존재로 극장가를 주도하는 20, 30대 관객들이 공감할 지점 역시 충분하다.
사실 '그대사'는 많은 어려움 속에 제작돼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영화다. 일찌감치 주연배우 이순재의 캐스팅을 확정 짓고도 투자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유한 채 시간을 보내야 했다. 출연배우들이 개런티를 깎고 다양성펀드의 지원을 받은 후에야 순제작비 10억원 가량의 저예산 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다.
제작사 그대사엔터테인먼트 남현 대표는 "2007년 7월 강풀 작가와 처음 원작 계약을 한지 3년 7개월만에야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며 "20억에서 16억으로, 다시 10억으로 예산을 줄이고 나서야 기적적으로 영화화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여곡절은 언뜻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 위에서 일궈낸 웹툰의 성공신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애초 다이어리툰 형태로 출발한 웹툰은 포털 간 경쟁이라는 시류를 타고 현재의 연재구조를 만들어냈다.
과연 '그대사'는 엄청난 페이지뷰를 기록하며 사랑받은 웹툰 원작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척박한 영화제작 환경 속에서 마침내 싹을 틔운 영화 '그대사'가 관객들의 찬사 속에서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지난해 330만 관객을 동원한 '이끼'와는 또 다른 의미 있는 관객몰이. 명품 웹툰 영화 '그대사'의 흥행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