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101번째 영화, 절박한 심정으로 찍었다"

전형화 기자  |  2011.03.07 17:01
임권택 감독 ⓒ류승희 인턴기자 임권택 감독 ⓒ류승희 인턴기자


임권택 감독이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누군가가 꼭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연출했다고 밝혔다.

임권택 감독은 7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영화 '달빛길어올리기'(감독 임권택, 제작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판소리와 동양화를 통해 선조들의 흥과 정서를 쭉 해오면서 이제는 무엇을 해야할까 다음 영화 걱정할 즈음에 한지를 소재로 한 영화 제의를 받아 앞뒤 없이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달빛 길어올리기'는 임권택 감독의 101번 째 장편 영화. 뇌졸중으로 아픈 아내(예지원)와 함께 사는 시청 공무원(박중훈)이 다큐멘터리 감독(강수연)과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취화선'과 '천년학' 등 영화를 통해 우리 것을 찾아 나선 노장의 101번째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CJ와 쇼박스, 롯데 등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공동 배급에 나섰다.


임권택 감독은 "민병록 전주국제영영화제 위원장이 한지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자는 제의를 했을 때 우리 한지가 존재감이 없는 시대에 살면서 이런 것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한지와 인연을 맺었다"는 임 감독은 "하지만 취재를 할 수록 듣는 것마다 새로운 이야기였다"며 "섣불리 한지의 깊고 넓은 세계를 겁도 없이 영화화한다고 대들었다는 경솔함을 후회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임권택 감독은 "그래도 한편으론 한지의 깊은 세계를 어느 한쪽이나마 영화로 담을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는 게 한편으론 좋았다"고 덧붙였다.


임권택 감독은 "군사정권 때 반공영화 등 정권이 요구하는 주제나 소재를 담아야 했다"면서 "지금은 나 같은 나이든 감독이라도 누군가는 이런 영화를 해서 남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생각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임권택 감독은 "해외 영화제에서 이 영화에 관심을 안 가지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 것에 대한 존재를 너무 인위적으로 드러내는 데 대한 불쾌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이런 영화를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임권택 감독의 이 같은 설명에 강수연은 "한지에 대해 무지했다가 영화를 찍으면서 점점 더 많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예지원도 "많은 선배들과 일하면서 낮에는 배우고, 밤에는 회식이 많아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고 임권택 감독과 작업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극 중 장애를 둔 아내를 놓고 바람을 피기도 하는 생활 연기를 선보인 박중훈은 "이 영화는 한지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한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관계를 그린 영화"라며 "무엇보다 임권택 감독님과 4개월 여 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게 무엇보다 기쁜 일이었다"고 말했다.

박중훈은 이날 입대한 현빈에 관한 질문을 받자 "나중에 따로 연락하면 리포트로 작성해서 보내드리겠다"고 재치있게 말해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었다.

이에 임권택 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박중훈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여백을 그렇게 남겨놔도 된다는 걸 박중훈과 함께 하면서 알게 됐다"고 박중훈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달빛 길어올리기'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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