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는 가수다' 출연 가수들
가요 팬들의 큰 기대 속에 첫 선을 보인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가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가요계에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소름돋는 가창력이 시청자들의 귀를 정화시켰고, 전파를 탄 가수들의 곡은 재조명되며 음원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기현상도 일고 있다.
아이돌 일색의 가요계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였다는 호평도 줄을 잇고 있다. 김건모 윤도현 백지영 등 대중의 사랑을 두루 받고 있는 가수들에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엽 이소라 박정현 등 그 간 TV를 통해 쉽게 볼 수 없었던 공연형 가수들이 첫 출연자였기에 세대를 아우르는 반가움도 안겼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보이는 법. 어쩌면 이 같은 현상이 가창력을 기준으로 한 가수들의 잣대가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는 아이돌에 편중된 가요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 '나는 가수다'가 또 다른 쏠림 현상을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더클래식으로 활동한 싱어송라이터 김광진은 첫 방송 이후 짧지만 의미있는 후기를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그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만 출연하는데, 적당한 가창력을 지닌 가수를 위한 '나도 가순데...'는 안 생기려나.."라는 짤막한 소감을 전했고, 이를 두고 네티즌들 역시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의견을 교환했다. 실력있는 아이돌 그룹도 얼마든지 있으며, 에릭 클랩튼이 놀라운 가창력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중음악평론가 성시권씨는 가창력이 뛰어난 실력파 가수들의 무대가 경쟁하듯 평가받는 현실이 씁쓸하다는 지적과 함께 아이돌 댄스, 트로트, 인디음악에 대한 고른 분배로 가요계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말 황금 시간대에 방송된 '나는 가수다' 첫 회는 퀄리티 있는 무대로 많은 이들에게 가요계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갖게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창력 있는 가수들의 무대가 어쩌면 가수를 바라보는 잣대를 세우는 것만 같아 불편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기회로 발라드 가수들 혹은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이 재조명받는 것은 마땅하지만, 반대로 비인기 장르의 가수들이나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저평가나 활동을 위축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술에 대한 평가는 특수성이 있기에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이 성시권씨의 설명이다.
반면 프로그램의 의도 자체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싱어송라이터 심현보는 "형식과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저 아름답고 굉장한 가수들의 노래를 주말 황금 시간대에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의견을, 작곡가 김형석은 "좋은 가수와 음악을 진열대에 올려 관심 받게 하는 현실이 서글프기는 하지만 저변 확대 측면에서 그 의도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다소 현실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 인디 록밴드 보컬은 "노래를 통한 감동도 좋다. 하지만 가수들의 모든 무대가 열창과 지나친 경쟁적인 분위기로 과잉 양상으로 치닫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한 기준 앞에 줄 세움 당하는 중견 가수들의 모습이 씁쓸하기까지 했다. 감동을 강요하는 무대가 된다면 그건 오디션 프로와 다를 바 없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주말 음악 프로그램과 버라이어티의 조화를 통해 실력파 가수들의 존재 가치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수다'는 성공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가요계에 대한 관심을 전 세대로부터 이끌겠다는 의도 역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음악과 노래는 경쟁으로 평가받을 것이 아니다. '나는 가수다'가 풀어야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