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첫 탈락자 김건모, 논란의 재도전

김현록 기자  |  2011.03.20 19:22


김건모가 '나는 가수다'의 첫 탈락자에 선정된 가운데 힘겨운 재도전을 결정했다.

20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이하 '일밤') '나는 가수다'가 첫 방송 3주만에 나온 첫 탈락자로 김건모가 뽑혔다. 1위는 윤도현이 선정됐다. 제작진은 1위와 7위만을 발표했다.


'1980년대 명곡 부르기' 미션의 본선 무대가 공개된 이날 방송에서는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피아노를 치며 소화한 가수 김건모가 꼴찌인 7위에 올랐다. 김건모는 이날 노래를 부른 뒤 마지막 순간 장난스럽게 립스틱을 바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본인은 물론 제작진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충격의 결과에 스튜디오는 정적에 휩싸였다. 자신이 7위일 것이라며 초조해하던 백지영을 비롯해 이소라, 박정현은 눈물을 흘렸고, 남자가수 윤도현 김범수 정엽도 아무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충격에 빠져 있던 김건모는 "그동안 고생하셨고, 2회에 나가니까요. 그것 가지고 위안을 삼아야 되겠습니다"라며 "립스틱을 괜히 해가지고요. 괜찮습니다. 저는. 의외의 결과가 나와 마음이 아프고…"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소라가 "나는 방송 못하는데 왜 방송 진행하고 난리야. 나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김건모가 7등해서 너무 슬프단 말이야"라며 가로막고 나섰고, 심지어 이소라는 무대를 내려가 버리기까지 했다.


이에 윤도현의 매니저인 김제동이 "주제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재도전 기회를 주는 것이 맞지 않냐"며 이야기를 하고 나섰고, 제작진은 긴급 회의를 펼친 끝에 개그맨 뿐 아니라 당사자 가수들이 동의한다면 김건모 본인에게 재도전 선택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룰을 깨는 것보다 깔끔하게 빠지는 게 나을 것 같다"며 고심하던 김건모는 결국 재도전을 결정했다.

다시 무대에 오른 김건모는 "꼴찌가 되니까… 열심히 하세요. 진지하게 하세요"라며 다른 출연자들을 긴장시켰으나 "얼굴 싹 고쳐서 다시 하겠습니다. 이런 무대가 아니라는 게 밝혀졌고. 또 올해가 20주년이거든요. 여러분께서 받아주신다면 저는 못이기는 척 하면서…"라며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사후 인터뷰에서 김건모는 7위 결정 순간에 대해 "립스틱을 괜히 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 망치로 띵 맞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솔직히 재도전 하고싶지 않지만 애틋하게 하면 되는데 후배들이 좋은 걸 보면서…"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 순간 백지영씨 눈물이 맺혔고, 이소라씨, 박정현씨도 울고 계셨다"며 "아 나는 참 행복한 놈이구나"라고 털어놨다.

다른 가수들 또한 김건모에게 힘을 더했다.

이소라는 김건모에 대해 "내 마음 속에 노래 제일 잘하는 가수. 순간 반한 가수"라고 말했고, 정엽은 "흔쾌히 후배들의 의견을 받아주신 것이다. 저였다면 용기가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고, 윤도현 또한 "건모 형 입장에서는 정말 큰 결정 하신 거다. 저라면 못 온다"고 고백했다.

김범수 또한 "건모형이 정정당장하지 못하다는 시선을 받을 수 있는데, 이건 우리가 함께 결정한 것이다. 매를 맞더라도 함께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이 우려했든 김건모의 재도전은 어떤 식으로든 '룰을 깼다',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깼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건모의 부담감도 배가될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제작진은 지난 두 번의 방송에서 '첫 탈락자 공개'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방송에 참여한 전문가들 또한 김건모의 재도전에 동의했다. 이들은 "이 방송의 의도는 가수 하나를 떨어뜨려서 망신을 주자는 게 아니다", "재도전을 했는데 결과가 안 좋다면 타격이 더 클 것", "형평성은 당연하다. 다만 본인 의지 문제"라며 제작진의 입장을 대변했다.

연출자 김영희 PD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취지가 누군가를 탈락시키는 데 있지 않고 좀 더 훌륭한 로내 무대를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데 있다"며 "7위를 한 가수가 누구더라도 재도전의 기회를 주고 본인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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